지난 달 말 구의회 선거 이후 다소 잠잠했던 홍콩 시위대가 오는 1월 1일 대규모 집회를 예고한 가운데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자국 국영 기업을 대거 동원해 홍콩 경제 영향력 높이기에 나섰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중국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SASAC)는 이번 주 홍콩을 지척에 둔 중국 본토 선전에서 국영기업 100여곳 대표들을 소집해 비공개 회의를 열면서 "홍콩 시위에 따른 정치적 위기를 가라앉히기 위해 국영기업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면서 "홍콩 내 지분 확대를 비롯한 투자 등 각종 수단을 통해 홍콩 공기업 등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라"고 촉구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7일(현지시간) 익명의 중국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하오펑 SASAC위원장(오른쪽 위)는 홍콩을 지척에 둔 본토 선전에서 중국 최대 국영석유사 시노펙(Sinopec) 등 주요 국영기업 100여 곳 대표를 불러 모아 회의를 열면서 홍콩 경제 통제력 확보를 위한 적극적 투자 공세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 = 위키피디아·중국 차이신]
SASAC는 국무원 산하 중국 국영기업 담당 부처다. 선전 회의에 참석한 주요 100여곳 국영기업이 어딘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중국 최대 국영석유사인 시노펙과 최대 국영물류회사인 중국초상국그룹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하오펑 SASAC위원장은 25일 홍콩에서 열린 '일대일로 인프라스트럭처 포럼'자리에서도 자국 국영기업에 다시 한 번 관광업·부동산·기업 지분 투자 확대를 주문했고, 주요 국영기업 대표들은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과 면담했다. 소식을 반영하듯 27일 홍콩 증시 항셍지수는 1%넘는 급등세를 보였다.
반면 '반중(反中)' 진영으로서 홍콩 민주화 시위를 주도하는 민간인권전선(홍콩 야권 연대)은 새해 첫날인 1월 1일 빅토리아 공원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 것이라고 예고했다. 앞서 지난 24일부터 이른바 '크리스마스 시위'가 이어지면서 홍콩 경찰이 사흘 새 시위대 총 310명을 불법시위 혐의로 줄줄이 체포해 반발을 샀다고 홍콩 사우스모닝차이나포스트(SCMP)등이 27일 전했다.
시위대는 홍콩 명소인 침사추이의 하버시티, 코즈웨이베이의 타임스 스퀘어 등 도심 주요 쇼핑몰을 거점으로 민주화 5가지 사항을 요구하는 중이다. 일부는 중국 자본으로 설립됐거나 친중 성향인 카페와 음식점 등 상업시설에 들어가 불매운동도 펼치고 있다.
최근 홍콩에서는 정부와 시위대 간 대립이 다시 격화되는 모양새다. 다만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람 장관에게 시위대를 제압하고 질서를 회복하라고 주문하면서 시위대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시위대가 요구하는 5가지 사항은 Δ중국 본토 신병인도법(송환법) 완전 철회 Δ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Δ경찰 강경진압에 대한 비정부 기관의 독립적 조사 Δ체포된 시위대에 대한 조건 없는 석방·불기소 Δ행정장관 직선제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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