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전방위 '관세폭탄' 공포에 미국 국채금리가 가파른 내리막을 걷고 있다.
'관세폭탄'으로 인해 세계경제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로 자금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채권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여 수요가 몰려 가격이 오르면 금리는 떨어진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3일(현지시간)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전거래일보다 0.07%포인트 하락한 2.07%로 마감했다. 이는 2017년 9월 이후 최저치다. 3개월물 국채 금리는 2.35%를 기록, 여전히 10년물 금리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해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지속됐다. 흔히 장단기 금리의 역전은 경기 침체 신호로 여겨진다.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달 중순만 하더라도 2.5% 수준을 보였지만 이날 2.0%대로 추락했다. 시장에서는 최근 상황이 악화되면서 10년물 국채 금리가 2%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은 올해말 10년물 국채금리가 1.75%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좀처럼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점차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웃국가인 멕시코에 대해서도 '관세 폭탄'을 부과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시장이 공포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30일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10일부터 멕시코에서 들어오는 모든 상품에 5%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미 이민자의 미국 유입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10월까지 점진적으로 25%까지 관세율을 올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와관련 미국 경제방송 CNBC는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에 대한 '관세 부과' 경고로 기점으로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금리정책에 대한 월가 전망이 바뀌었다"고 보도했다. 월가 전문가들은 연준의 연내 금리 인하에 회의적인 입장이었으나 멕시코 관세 부과 계획이 발표된 지난달 30일을 기점으로 인하 전망을 내놓고 있다는 분석이다. JP모건, 바클레이즈는 올해 연준이 2차례 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기존 전망을 바꿨다. 제이 배리 JP모건 금리 전략가는 "미중 무역전쟁 격화 등으로 인해 기업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있어 연준이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관련 제임스 불러드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연준이 조만간 기준금리를 인하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불러드 총재는 연준의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이다. 블러드 총재는 이날 "최근 멕시코에 대한 관세 부과 결정으로 인해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금리 하향 정책이 조만간 '정당화(warranted)'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 = 장용승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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