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 시절부터 워싱턴의 기존 전통과 문법을 거부해 '과거'와의 단절을 선언하며 전직 대통령들과 공공연하게 불편한 관계를 이어온 '트럼프 시대'에서는 보기 힘들게 된 장면이다. 국가 원로로서 전직 대통령에게 조언을 구하던 '전통'도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에는 끊겼다.
지미 카터 전 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중 무역협상과 관련해 서한을 보냈고,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카터 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여러 가지 현안을 논의했다는 일화가 워싱턴 정가 안팎에서 이례적으로 받아들여 지는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미 백악관은 15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현재 중국과 진행 중인 협상과 관련해 '아름다운 서한'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써 보냈다"면서 "그리고 두 사람은 지난 토요일(13일)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무역에 대한 입장을 비롯한 많은 여러 주제에 대해 전화로 아주 좋은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AP통신은 호건 기들리 백악관 부대변인의 전언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카터 전 대통령으로부터 서한을 받은 뒤 카터 전 대통령에게 연락을 취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은 성명에서 "대통령은 언제나 카터 전 대통령과 부인 로잘린 카터 여사를 좋아해 왔으며 미국 국민을 대신해 그들에게 행운이 깃들길 기원했다"고 말했다.
역사적인 미·중 수교의 '주인공'인 카터 전 대통령은 올해 1월 1일 미·중 수교 40년을 맞아 지난해 12월31일 워싱턴포스트(WP)에 기고한 글을 통해 무역 전쟁 등으로 신(新)냉전 위기에 처한 이들 G2(주요 2개국)의 관계 극복을 위한 조언을 내놓은 바 있다.
AP통신은 기존의 규범을 무너뜨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임은 미국 역사상 대통령 출신 인사들 사이에 이어져온 친목 모임에 긴장감을 조성해왔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의 가족들과도 공개적으로 설전을 벌여왔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전임 대통령의 껄끄러운 관계가 여과 없이 노출된 것은 지난해 12월 5일 워싱턴DC의 국립성당에서 엄수된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의 장례식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월 취임한 이후 전직 대통령들과 한자리에 모인 것은 처음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와 가벼운 인사를 나누며 악수를 했지만,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와는 서로 눈길 한번 주고받지 않으며 냉랭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 부인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지난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맞붙었던 경쟁자로, 트럼프 대통령은 틈만 나면 '사기꾼 힐러리'라는 모욕적 별명을 부르며 원색적 비난을 퍼부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맨 안쪽에 앉아있던 카터 전 대통령 부부와도 별다른 인사를 나누지 않은 바 있다.
당시 미언론들은 전·현직 대통령의 '껄끄러운 회합'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생존해 있는 전임자들을 대면했다"며 어색하고 불안한 '대통령 클럽' 모임이 이뤄졌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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