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UN) 산하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이 내년 북한에 1234억원 규모 인도주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OCHA는 2019년 지원 대상으로 처음 '미국 눈엣가시'인 베네수엘라를 추가 하면서 미군과 시리아가 개입한 내전을 겪는 예멘 문제도 지적했다.
OCHA는 4일(이하 현지시간)'세계인도주의 지원 개요 2019(Global Humanitarian Overview 2019)'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북한 주민 600만 여명을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지원해야 할 대상으로 꼽으면서 총1억1100만달러(우리돈 1234억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다. 기존에 책정된 대북 인도지원 자금은 올해 11월 기준 2620만달러(292억 3000만원)선으로 줄었다.
OCHA는 보고서를 통해 "내년에도 북한에 대한 UN차원과 각국 차원의 엄격한 제재가 완화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봤다. OCHA는 "국제사회가 인도주의 활동은 제재에서 면제하고 있지만 은행 거래망(banking channel)이 막히고, 생필품 조달이 지연돼 결과적으로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제재에 따라 국제사회에서도 북한 관련 거래를 꺼리면서 물건 공급망이 대폭 줄어든 데다 북한 내 기름값도 올랐기 때문이다.
OCHA 내 '인도주의 북한팀'(DPRK Humanitarian Country Team)조사 결과 올해 북한을 휩쓴 홍수와 폭염 탓에 북한 식량 부족분은 2017보다 11% 커질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복수지표집단조사((MICS)결과 영양실조에 걸린 북한주민 비율은 줄었지만 지역 간 양극화가 문제로 지적됐다. '물과 위생, 청결(water, hygiene and sanitation)' 항목에서 상황이 나빠져 북한 가정 3분의 1 이상이 깨끗한 물을 쓰지 못하는 현실도 언급됐다. 이들이 꼽은 북한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은 5살 이하 어린이와 임산부, 장애인, 지방 주민이다.
한편 이날 보고서에는 처음으로 미국의 눈엣 가시 격인 베네수엘라가 지원대상으로 포함됐다. OCHA는 경제위기와 부정부패 등 폭정 속에 수백만 명이 고국을 탈출하고 있는 이른바 '베네수엘라 엑소더스(exodus)'에 주목하면서 내년에 360만 명을 대상으로 한 총7억 3800만 달러(우리돈 8233억 1000만원) 규모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건 ·식품·영양 분야가 주된 지원 분야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2015년 이후 300 만명의 베네수엘라 인이 이웃 나라로 빠져나가는 난민행렬을 이루고 있다. 마크 로우콕 OCHA사무차장은 스웨스 제네바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수많은 베네수엘라 사람들이 콜롬비아와 에콰도르, 페루, 브라질등 남미·카리브해 16 개국으로 이주하고 있어 이웃 국가들 사정도 감안해 처음 대응계획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고통을 줄이는 데 UN이 도울 것이라는 공동의 합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OCHA는 인도주의 사업 지원 순위에서 예멘을 처음으로 시리아보다 앞에 놓았다. 로우콕 사무차장은 "내년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나라는 예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OCHA가 매달 예멘인 300만명에게 식량을 지원했지만, 올해 800만명에이어 내년에는 1200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예멘 내전은 2015년 3월 사우디아라비아 동맹군이 정부 지원세력으로 끼어들면서 현재 1만명 넘는 사망자를 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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