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영국 월트셔주 에임즈버리에서 혼수상태로 발견된 40대 남녀가 옛 소련이 군사용으로 개발한 신경작용제 '노비촉'에 중독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일상으로 침투한 화학무기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5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수사 당국은 에임즈버리에서 발견된 찰리 롤리(45)와 던 스터지스(44) 커플이 노비촉을 운송하는 데 사용된 용기와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3월 인근 솔즈베리에서 러시아 '이중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 부녀 암살 시도에 사용된 화학물질과 동일한 독성 물질인 '고농축 노비촉' 검출됐기 때문이다.
화학물질 전문가인 리처드 거스리는 "에임즈버리의 커플이 아무렇게나 버려진 노비촉에 우연히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어로 '신참'을 의미하는 노비촉은 1970년대와 80년대 옛 소련에서 개발된 신경작용제로 개발자 중 한 명을 자처하는 러시아 화학자 빌 미르자야노프 박사가 1990년대에 폭로하면서 알려졌다.
미국 국방 관계자들은 1999년 우즈베키스탄에서 노비촉이 소량 생산됐던 옛 소련 시절의 최대 화학무기 실험시설 해체 작업을 도왔다.
[EPA = 연합뉴스]
노비촉의 독성은 일본 지하철, 시리아 반군지역 참사를 일으킨 사린보다 훨씬 강력한 신경작용제로 알려져 있다.변형된 형태의 노비촉 일부는 지난해 2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암살될 당시 사용된 맹독성 물질인 VX 신경작용제보다도 5∼8배 독하지만 감지하기는 어려워 위험성이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사지드 자비드 영국 내무장관은 이날 의회에서 "에임즈버리 커플에게서 검출된 노비촉과 4개월 전 스크리팔 부녀 암살 시도 당시 사용된 노비촉이 동시에 제조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러시아가 영국을 독극물 폐기장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러시아가 경위를 정확히 설명해야 한다"고 규탄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영국에서 발견된 노비촉이 자국과 관련이 없다"며 해명 요구를 외교적 결례로 지적하며 반발하고 있다.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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