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곁을 지키며 외조에 전념해왔던 필립 에든버러 공작(96)이 오랜 공무 생활을 마치고 공식 은퇴한다.
영국 왕실에 따르면 필립공은 2일(현지시간) 마지막 공식 일정으로 영국 런던 버킹엄 궁전에서 열리는 왕실 해병대 퍼레이드에 참석한다. 왕실 해병대 퍼레이드가 마지막 공식 행사가 된 것은 필립공이 현재 왕실 해병대 총사령관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다트머스 해군대학을 졸업한 필립공은 2차대전 당시 해군 장교로 참전하기도 했다.
필립공은 영국 역대 왕 배우자 가운데 가장 오래 활동한 인물이다. 1952년 엘리자베스 여왕이 즉위한 이래 70여 년의 세월 동안 여왕의 곁을 지키며 공무를 수행했다. BBC에 따르면 그는 지금까지 총 2만2219건의 단독 공무를 수행하며 637번 해외를 방문했고 4596차례 연설을 했다. 필립공은 여왕의 자선사업을 보좌하고 있으며 환경보호 단체와 스포츠, 군, 기술 등 약 800여 단체의 후원자 또는 총재를 맡고 있다. 2010년까지 에든버러대의 총장이었고 현재 케임브리지대 총장이다.
그리스 왕족이었던 필립공은 그리스 왕정이 폐지되며 열 살 때 영국으로 건너왔다. 이후 1947년 엘리자베스 여왕과 결혼하며 그리스 왕족 위계는 포기했지만 그의 왕실 문장에는 여전히 그리스 국기가 포함돼 있다.
필립공은 지난 5월 올 가을께 은퇴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 건강 악화 문제 때문이 아니냐는 의견들이 많았지만 버킹엄 궁은 "필립공은 매우 건강한 상태"라며 "단지 풀타임 공식 업무에서 물러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고령이지만 나이에 비해서는 건강한 편으로 알려져 있다.
엘리자베스 여왕도 최근 몇 년 사이 왕실 공식 일정에 참여하는 것을 줄여왔다. 지난해 이후 해외 일정은 찰스 왕세자와 윌리엄 왕세손 등 가족에게 대신 맡기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사설에서 "필립공은 이제 조금 내려 놓을 자격이 있다"며 "그는 항상 조국이 우선인 사람이었다"고 평가했다.
한편 필립공과 엘리자베스 여왕은 올해 11월 결혼 70주년을 맞는다. 필립공은 1939년 브리타니아 해군 사관학교를 다닐 때 엘리자베스 여왕을 처음 만났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필립공이 입대해 있는 동안 계속 편지를 보내며 연락을 주고 받았고 7년이 지난 뒤 필립공은 엘리자베스 여왕의 아버지 조지6세에 결혼 허락을 요청했다. 이들은 이듬해 영국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김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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