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대화'를 강조했지만, 미국 백악관은 웜비어 사태로 인해 격앙된 미국인들의 민심을 반영해서인지 '대화'보다 '압박'으로 한걸음 더 옮겨갔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 양국의 대북정책 간극이 매일 넓혀지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20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김정은과 만날 수 있다고 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유효한가'라는 질문을 받고 "트럼프 대통령은 적절한 조건을 전제로 대화를 언급했는데 현재로서는 더 멀리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만날 가능성이 더 줄어들었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상황에는 북한에 억류됐다가 풀려난 직후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건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또 북한에 대한 미국 내 강경여론이 고조되고 있는 것을 반영해 대북 제재와 압박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스파이서 대변인은 "우리는 지속해서 북한에 경제와 정치적 압력을 가하고 동맹국들과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의 제재와 압박 방식으로는 북한을 변화시킬 수 없었다는 이유로 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한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인식과는 거리를 둔 셈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같은 기류가 자칫 한·미정상회담의 악재로 작용할 것을 우려해 한국 외교라인은 미국 측의 속내를 파악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정부는 특히 중국에 대북압박을 촉구하는 동시에 독자제재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북한 문제와 관련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중국의 도움 노력을 매우 고맙게 생각하지만 그런 노력은 제대로 통하지 않았다"고 적었다. 미국의 독자적인 대북제재 가능성에 무게를 실은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수차례에 걸쳐 중국이 북한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미국이 직접 나서겠다고 공언해 온 데 이어 웜비어 사건을 계기로 "잔혹한 북한 정권 규탄" 등 발언 수위가 높아진 것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중국에 대한 압박과 독자제재 경고는 21일 진행된 미·중 외교안보전략대화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수전 손톤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 대행은 이에 앞서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미국의 목표는 북한이 앞으로 어디로 갈 지에 대한 마음을 바꾸는 것"이라며 "미·중 외교안보전략대화에서 중국과 심도깊은 논의를 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트럼프 정부 출범 후 처음 열리는 미·중 외교안보전략대화에는 미국 측에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중국 측에서는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인민해방군 총참모장인 팡펑후이 상장이 참석했다.
미국 정부는 한편 여전히 북한에 억류돼 있는 미국인 3명의 조속한 석방을 촉구했다. 또 미국인들의 북한여행을 금지시키는 방안을 서두르고 있다.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이 웜비어의 부당한 구금에 책임을 져야한다"며 "우리는 부당하게 억류된 다른 3명의 미국인이 가능한 조속히 돌아오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국무부는 또 북한여행 금지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며 연방의회에서도 북한여행 금지를 촉구했다.
밥 코커 공화당 상원 외교위원장 "우리는 북한여행 금지를 강력히 고려해야 한다"면서 "미국인들이 북한에서 억류되면 우리는 정말 위태로운 상황에 부닥친다"고 말했다. 에드 로이스 공화당 하원 외교위원장도 성명을 내고 "북한은 정기적으로 외국인들을 납치하고 12만명의 국민을 야만적인 수용소에 가둔 정권"이라며 "미국은 관광객들이 북한으로 여행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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