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절도범을 검거한 경찰이 생활고 속에서 아들에게 자전거를 훔쳐 선물한 딱한 사연을 듣고 난 후 십시일반 돈을 모아 새 자전거를 선물해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벌 대신 선물을 받은 절도범은 "어렵고 힘들어도 다신 죄를 짓지 않겠다"며 눈물로 약속했다.
18일 경기 고양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10일 고양시 덕양구의 한 건물 앞에 잠금장치가 안된 어린이용 자전거를 분실했다는 도난신고가 접수됐다.
고양서 생활범죄수사팀은 이른 아침시간 건물 앞에서 자전거가 도난된 것에 주목해, 건물 관리원 등을 위주로 주변을 탐문해 건물청소를 하는 A(44·여)씨를 검거했다. 자전거도 훼손되지 않은 채 회수해 피해자에게 전달했다.
그러나 A씨를 입건한 경찰은 진술조사에서 A씨가 이혼 후 건물 청소를 하며 월 100만원의 수입만으로 임대아파트에서 생활하는 딱한 사정을 듣게 됐다. 범행 동기 역시 최근 초등학교 4학년생인 아들이 자전거를 사달라고 졸랐고 어려운 형편에 자전거는 꿈도 꾸지 못하는 상황에서 잠금장치가 되지 않은 자전거를 발견 후 순간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이었다.
딱한 사연을 듣고 난 고양서 생활범죄수사팀은 십시일반 돈을 걷어 어린이용 산악 자전거를 구입해 A씨 아들에게 전달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생활범죄를 찾아내 처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약자이기도 한 피의자를 선도하는 동시에 A씨 아들의 동심도 지켜주고 싶어 작은 선물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법은 법인 만큼 경찰은 A씨를 일단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수 밖에 없었지만 A씨의 딱한 사정을 검찰에 설명했다. 검찰 역시 이를 듣고 기소유예로 사건을 종결했다.
이같은 미담은 기소유예처분을 받은 A씨가 검찰청 홈페이지에 "다신 죄를 짓지 않고 살겠다"며 감사의 글을 올리면서 알려지게 됐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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