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원전사업 실패로 자본잠식에 빠진 도시바가 경영 재건을 위해 반도체사업 매각 속도를 올리고 있다.
그러나 이해관계를 맺고있는 기업과 일본 정부가 매각 과정에서 발목을 잡으면서 절차가 예정보다 지체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마이니치신문은 13일 도시바가 반도체사업 부문(도시바메모리) 매각 후보를 1차 입찰에 참여한 10여개 기업·펀드 중에서 4개로 압축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매각 후보로 선정된 곳은 한국 SK하이닉스를 비롯해 미국 웨스턴디지털(WD), 대만 훙하이 등 3개 동종업계 기업과 미국 헤지펀드 실버레이크파트너스 등 4개다. 도시바는 이들과 욧카이치공장의 고용 유지 등의 조건을 협상하면서 2차 입찰 절차에 들어갈 계획이다.
도시바는 미국 원자력 회사 웨스팅하우스(WH)의 손실로 3월말 기준으로 최종 자본잠식 규모가 6000억엔(약 6조21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최대한 높은 가격을 제시한 곳과의 협상을 빠르게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도시바와 제휴관계를 맺고 있는 WD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WD는 이번 매각을 계기로 양사의 합동 거점인 욧카이치공장에 경쟁 기업이 주주로 등장할 경우 공장 운영에 혼란이 발생해 자사의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지적했다. WD는 지난해 도시바와 협력관계에 있던 샌디스크를 인수하면서 자연스럽게 도시바와 인연을 맺고 있다.
WD는 도시바의 이번 매각이 양사가 제휴 당시 맺었던 양도 제한에 저촉된다며 계약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더욱이 도시바가 반도체 사업을 분사해 도시바메모리를 설립한 것에도 이의를 제기하면서 경쟁 업체에 주식을 매각하는 것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WD는 도시바와 공동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이번 매각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며 경쟁자들보다 우선적으로 교섭할 기회를 달라고 요구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WD가 경쟁 입찰자에 비해 낮은 금액을 제시하면서 도시바가 다른 입찰자와 손을 잡는 것을 견제하려는 의도라고 풀이했다. 이어 도시바와 WD가 17년 동안 제휴 관계를 이어온 만큼 한 쪽이 위기라는 이유만으로 합병 계약을 철회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닛케이는 WD의 동의를 얻지 못할 경우 2차 입찰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일본계 기업들이 연합을 맺어 2차 입찰에 참가할 경우 정부계열 펀드인 산업혁신기구가 지원할 방침이다. 훙하이가 매각금으로 3조엔(약 31조200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술유출 우려가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박대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