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선제 타격 논의 등 한반도 주변 정세가 어느 때보다 요동치고 있습니다. 제가 한·미 관계 조율사로 나서겠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34지구 연방 하원의원 보궐선거 결선투표에 진출한 민주당 소속 로버트 안(한국명 안영준·41) 후보는 당선되면 첨예한 한반도 정세에서 한·미 간 다리 역할을 하고 싶다는 결의를 밝혔다.
한인 2세인 안 후보는 지난 4일(현지시간) 실시된 캘리포니아주 34지구 보궐선거에서 5504표(18.99%)를 득표해 8156표(28.14%)를 얻은 히스패닉 출신 지미 고메스 후보에 이어 2위로 결선에 진출했다. 선거 규정에 따르면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예선 1·2위 간 결선 투표를 치러야 한다.
오는 6월 6일 고메스 후보와의 결선투표에서 안 후보가 승리하면 1998년 김창준 전 공화당 의원 이후 19년 만에 한인 출신 연방 하원의원이 탄생한다.
안 후보는 북핵 문제, 북한 선제타격, 사드 배치, 한·미 간 대화 채널 부재 등의 문제를 거론하며 한국 관련 이슈를 보다 정확히 미국 측에 전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당선되면 외교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싶다"며 "연방 하원에서 한국의 목소리를 더 내야한다"고 강조했다. 하원 외교위원회 의장은 미국의 대표적 친한파 의원인 공화당 소속 에드 로이스가 맡고 있다. 안 후보가 가세한다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안 후보는 "정치엔 레토릭이 중요하다"며 "레토릭을 정확히 전달할 수 있다면 현재 한국 사회에 만연한 불확실성의 공포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 후보는 현재 250만명에 달하는 미국사회 한인 교포들의 목소리가 의회에 더 반영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안 후보는 "한인 사회가 미국에서 상업적 성공을 거뒀지만 의회에 한인 출신 의원이 없어 여러모로 손해를 봤다"며 "이제는 정치력의 신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는 2위로 결선에 진출했지만 당선을 자신하고 있다. 예비선거엔 무려 23명이 출마했고 이 중 상당수가 히스패닉이어서 히스패닉 유권자의 관심이 컸지만, 결선 투표에선 히스패닉 후보가 1명으로 좁혀져 관심이 떨어질 거란 논리다.
안 후보는 "1위 고메스 후보는 멕시코 출신이다. 히스패닉이라고 다 같은 히스패닉이 아니다"라며 "히스패닉 표 결집 현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안 후보는 "한인사회 표를 결집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히스패닉 투표율이 변동성이 크다는 점을 들어 투표율 하락을 예상했다. 3월과 5월에 LA 시장과 시의원 선거가 있어 선거 피로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결선투표가 치러지는데다, 6월은 여름휴가와 자녀 방학이 겹치는 시점이어서 투표율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고 이는 자신에게 유리하다는 것이다.
안 후보는 "한인 출신 하원의원이 나오기엔 지금이 더 없이 좋은 기회"라며 "꼭 당선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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