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의 바람대로 정부가 의회에 제출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법안 원안이 상·하원 심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영국 정부를 독단적이라고 비판하는 스코틀랜드가 제2 독립투표 실시 의사를 밝혀 브렉시트를 둘러싼 잡음은 계속 될 전망이다.
영국 상하원은 13일(현지시간 ) 브렉시트 법안의 수정안 2개를 모두 부결시키고 원안을 최종 통과시켰다. 상원은 심의 과정에서 영국 내 EU시민권자의 거주권한을 보장하고 EU와의 본격적인 브렉시트 협상 전 의회의 '의미있는(meaningful)' 표결을 거쳐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수정안 2개를 하원에 제출한 바 있다.
하지만 하원은 상원의 수정안 2개를 모두 부결시켰다. 상원은 하원의 입장을 수용해 따르기로 했다. 하원은 여당 의석이 많고 선출직이기 때문에 상원보다 더 강한 결정권한을 갖고 있어 이는 이미 예상된 시나리오였다.
이에 따라 메이 총리는 빠르면 14일 영국 왕실의 승인을 받은 후 언제든지 EU에 리스본조약 50조 발동 여부를 통보할 수 있게 됐다.
며칠 전만 해도 메이 총리가 14일에 바로 리스본조약 50조 발동 통보를 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으나 이달 말까지 미룰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 등 언론들은 브렉시트로 인해 오는 25일 로마에서 열리는 EU창설 60주년 기념 정상회담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피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스코틀랜드는 다시 한번 브렉시트에 딴지를 걸고 나섰다.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 정부 수반이 제2의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다시 추진하겠다고 13일 공식 선언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코틀랜드 지역 유권자만 봤을 때 지난 해 6월 치러진 브렉시트 투표에서 스코틀랜드 유권자들은 전체 영국 국민은 절반 이상 찬성한 브렉시트에 62%가 반대표를 던졌다. 스터전 수반은 이후 계속해서 "스코틀랜드는 EU 단일시장 지위를 유지하고 싶다"며 영국 정부가 스코틀랜드 정부와 이를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법안이 상하원을 통과될 때 까지도 스코틀랜드 정부 측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스터전 수반이 "영국 정부로부터 리스본조약 50조 발동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받지 못했다"는 불쾌감을 드러내며 "2018년 가을에서 2019년 봄 사이에 두번째 독립 투표를 하도록 스코틀랜드 의회에 요청할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스터전 수반의 발언을 전해들은 메이 총리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스터전 수반은 나라의 미래를 정치 게임으로 알고 위험에 빠지게 하려 한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스코틀랜드 독립 투표 최종 승인의 키를 쥐고 있는 메이 총리가 이를 절대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다고 풀이된다.
[김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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