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영국 이중국적 소유자였던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이 최근 미국 국적을 포기한 사실이 알려졌다.
미국의 '세금 폭탄' 때문에 결정을 내린 것으로 파악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9일(현지시간) 존슨 장관이 이틀 전 미국 재무부가 발표한 작년 미국시민권 포기자 5411명 명단에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존슨 장관은 1964년 부모의 미국 유학 중 뉴욕 맨해튼에서 태어나 미국 시민권을 얻어 지난해까지 미국과 영국 국적을 모두 유지해왔다.
존슨 장관은 그동안 미국 시민권 때문에 미국에 세금을 너무 많이 내고 있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그는 종종 "5살 때 미국을 떠나 줄곧 영국에서 살았는데 세금을 계속 내야만 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해외 어느 곳에 거주하고 있더라도 미국 국적을 소유한 사람에게는 세금을 부과한다.
존슨 장관의 불만이 정점에 다다른 것은 지난 2014년 런던에 있는 자신의 집을 팔았을 때였다. 미국 존슨 장관에 정부가 5만 달러(약 5700만원)에 달하는 양도소득세 폭탄을 부과했기 때문이다. 당시 그는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세금 폭탄에 대해 "말도 안되는 충격적인 일"이라며 맹비난했다.
이후 이의 제기로 양도소득세 세액은 조정됐지만 존슨 장관은 언제 또 올지 모르는 세금 폭탄을 피하기 위해 결국 미국 국적을 포기하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전문가들은 미국 재무부가 9일 발표한 미국시민권 포기자 규모가 연간 단위로 사상 가장 많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는 해외로 재산을 빼돌려 세금을 회피하는 행위를 단속하기 위해 미국이 지난 2010년 해외금융계좌신고법(FATCA)을 도입한 이후 처벌이 점점 강해진 데 따른 결과로 판단된다.
[김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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