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와 트럼프 미국 신·구 정부가 모두 북한의 핵 보유를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거듭된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 발사를 통해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겠다는 북한의 의도를 정면으로 맞받아 친 것이다.
'오바마 정부 뒤집기(All But Obama)'를 표방하는 트럼프 정부지만 북한에 대한 강경 대응에서는 오바마 정부 때나 한목소리로 일관된 메시지를 내고 있는 것이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10일(현지시간) 워싱턴특파원들과 간담회에서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와의 회동 내용을 소개하며 "북한의 핵 보유를 결코 용인할 수 없다는 점에 대해 플린 내정자와 인식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미국 정부의 안보분야 컨트롤타워에 해당한다.
김 실장과 플린 내정자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동북아 평화, 안정을 해치는 중대하고 시급한 안보현안으로 규정하고 강력하고 실효적인 제재와 압박을 통해 비핵화를 추구하기로 했다.
김 실장은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북한이 도발을 시도할 경우 종전보다 훨씬 강한 메시지가 나갈 수도 있겠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플린 내정자는 또 "북한 비핵화를 위해 제재를 회피하거나 위반하는 그 어떤 행위도 용납해서는 안된다"며 "특히 대북제재에 중국이 반드시 동참해서 실효성이 나올 수 있으므로 중국을 설득하고 압박하는 데 한·미가 긴밀히 협력하자"고 말했다.
플린 내정자는 이 과정에서 "한국과 미국은 '찰떡(Sticky Rice Cake)' 같은 관계"라고 말했다. '찰떡같은 관계'라는 말은 영어에 없는 표현이지만 플린 내정자가 '찰떡궁합'이라는 한국식 표현을 빌려와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강조한 것이라는 게 김 실장의 설명이다.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에 대해서는 김 실장이 "플린 내정자와의 만남에서는 거론되지 않았으나 일부 학자들과의 만남에서는 중국 훙샹그룹 제재 이야기가 나왔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주요 각료들도 트럼프 당선인을 향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며 정권 초기부터 철저하게 대응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존 케리 국무장관은 지난 5일 직원들에게 보낸 고별 메시지에서 "북한 핵 프로그램은 현재 미국이 직면한 가장 중대한 위협 중 하나"라며 "미국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고 앞으로도 절대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10일 해군사관학교 연설에서도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진전시킨다면 미국은 더욱 강경한 방식을 찾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 역시 "북한 핵이 역내 안정과 번영에 심각한 도전과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데니스 맥도너 백악관 비서실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북핵은 미국의 시급한 문제"라며 "트럼프 인수위에도 북핵이 집권 초기부터 최우선 순위가 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알렸다"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도 북한이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 기술이 완성단계라고 주장하자 트위터를 통해 "절대 그럴 일 없을 것"이라고 일갈한 바 있다.
김 실장은 지난 8일 미국을 방문했으며 플린 내정자 외에도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에드윈 퓰너 트럼프 정권 인수위원회 선임고문,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 등을 접견했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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