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영국의 슈퍼카 제조업체 맥라렌테크놀로지 그룹 인수를 추진 중이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가 21일 보도했다. 애플은 그동안 ‘타이탄’ 프로젝트를 통해 자율주행전기차 개발을 추진해 왔지만 자동차 업체 인수 움직임이 포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FT는 “애플이 맥라렌 그룹을 완전히 인수하거나 전략적 투자를 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으며, 협상이 몇 개월 전 시작됐다”고 협상과 관련된 3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FT는 “애플의 맥라렌 인수 움직임은 아이폰 제조사가 자동차 산업을 바꾸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명확한 신호”라며 “맥라렌 인수는 베일에 싸인 애플의 자동차 프로젝트를 더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맥라렌은 대당 100만 달러가 넘는 럭셔리 스포츠카를 생산하고 있으며 포뮬러 원 레이싱팀도 운영하고 있다. 자동차 엔지니어링과 내장 컴퓨터 시스템, 탄소섬유·알루미늄을 비롯한 자동차 섀시 프레임 소재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분야에 강점을 지니고 있다. 맥라렌은 지난해 1654대의 스포츠카를 팔아 4억5000만 파운드(6475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흑자를 거두지는 못했다. 2014년에는 2260만 파운드(325억원)의 세전 손실을 기록했다.
소식통들은 애플의 관심이 맥라렌 그룹이 보유한 기술과 엔지니어링 노하우, 지적 재산권에 맞춰져 있다고 전했다. FT에 따르면 소식통들은 맥라렌의 기업가치가 10억 파운드(1조4390억원)와 15억파운드(2조1585억원) 사이가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협상이 타결되면 2014년 음향기기 제조업체 ‘비츠 일렉트로닉스’를 30억 달러(3조3087억원)에 인수한 이후 애플의 최대 인수 사례가 된다.
애플은 지난 5월 ‘중국의 우버’로 통하는 차량공유 앱 업체 디디추싱에 10억 달러(1조1029억원)을 투자했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애플의 차세대 성장 동력이 자동차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끊이지 않아 왔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도 지난 7월 애플이 강력한 경쟁사로 부상할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다만 맥라렌은 이날 성명을 내고 “투자 관련해 애플과 협상을 하고 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FT 보도를 부인했다. 다만 애플과 접촉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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