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한국전 참전 기념공원에 ‘추모의 벽’을 세우는 법안이 미국 연방의회 상·하원을 잇따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추모의 벽 건립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최종 서명하는 즉시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일 미국 연방상원이 본회의를 열어 한국전 참전용사 추모의 벽 건립에 관한 수정법안(H.R.1475)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고 21일 저녁 하원에서 수정안을 전격 수용하면서 의회에서의 처리절차를 마무리지었다. ‘추모의 벽’은 한국전 기념공원을 둘러싸는 대형 유리 벽으로 한국전에 참여한 미군 전사자들의 이름이 모두 새겨질 예정이다. 이날 최종 통과된 법안에는 추모벽에 전사자 이름과 함께 참전 미군과 한국군, 카투사 장병, 연합군 사망자 수 같은 다른 정보도 기록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추모의 벽 건립 법안은 6·25 발발 65년을 넘어서면서 미국 젊은 세대들에게 6·25가 잊혀진 전쟁이 되지 않고 한미동맹을 더욱 굳건히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한국전 참전용사 출신인 공화당 샘 존슨 의원과 민주당 찰스 랭글, 존 모니어스 의원이 최초 공동 발의하고 지난 2월 하원을 통과했다. 이후 상원에서 법안이 수정됐고 다시 하원을 거치면서 최종 가결 됐다. 이 과정에서 의원 307명이 공동 발의자로 참여했다.
찰스 랭글 의원은 이날 성명을 내고 “추모의 벽은 모든 사람들에게 ‘자유는 공짜가 아님’을 일깨울 것”이라며 “돌아오지 못하게 된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기릴 수 있는 장소가 한국전쟁 기념공원에 더 생길 수 있게 된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추모의벽 건립 법안이 미 하원에 이어 상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것은 미국 의회가 한미 동맹의 공고함을 다시 한번 대내외에 알린 것으로 판단하고 환영한다”며 “법안통과는 미국민 뿐 아니라 한국 국민들이 한미 동맹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된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는 향후 한미동맹 의미를 재조명 할 수 있는 다양한 노력을 강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법안에는 추모의 벽 건립 사업에 연방정부 예산이 들어갈 수 없다는 점이 명시돼 향후 민간 차원의 후원금 모금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한국전 기념공원은 지난 1995년 7월 27일 6·25전쟁 정전 42주년을 맞아 개장했고 실제 참전용사 모습을 형상화한 19명의 병사 조각상이 세워져 있다. 참전용사들의 희생과 관련해서는 미군과 유엔군의 전사자 수와 부상자 수, 실종자 수와, 포로 수가 숫자로만 적혀 있어 당사자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기록할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한국전 기념공원 인근 베트남전 기념공원에는 참전 미군 5만8175명의 전사자 이름이 새겨진 기념비가 있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서울 = 안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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