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km 앞에 곡선 철로가 있습니다. 연료 손실을 막기 위해 속도를 30km/h 이하로 줄이세요.’
디젤(경유) 기관차 디지털 패널에 경고 표지가 뜨자 기관사가 즉시 속도를 조절해 연비 관리에 들어간다. 제너럴일렉트릭(GE)이 첨단 빅데이터 기술로 디젤 기관차를 친환경 운송 수단으로 바꿔놓은 현장 단면이다.
종전 매연 기관차로만 인식됐던 디젤 기관차가 첨단 소프트웨어 기술을 통해 친환경 운송수단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GE는 최근 산업 인터넷이 적용된 친환경 디젤 기관차(에볼루션 기관차)를 개발해 실전 배치에 나섰다. 철로 등 외부 환경을 실시간 모니터링해 최적 연비로 운행할 수 있도록 한게 가장 큰 변화다.
에볼루션 기관차는 엔진, 바퀴 등 핵심장치에 200개 이상 센서가 부착돼 엔진 성능, 배출 가스, 연료 혼합 등 기관차 몸 상태를 즉각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첨단 기능이 탑재된 GE 기관차는 미국 동부지역 최대 철도운영회사인 노퍽 서던에 도입됐다. GE 측은 기관차 연료 효율성이 1%만 높아져도 1억 달러 비용 절감 효과가 나오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GE 관계자는 “미 동부 지역 열차에 운행 최적화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연료는 6.3% 절감됐고 속도는 10~20%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며 “열차 제동을 최소화해 연료 효율 향상와 화물 운송 비용도 아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빅데이터로 무장해 오염 물질 배출을 대폭 감축한 디젤 기관차는 각국 환경 규제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현재 미국과 유럽에서는 자동차·건설기계·농기계에서 나오는 일산화탄소(CO), 질소산화물(NOx), 미세물질(PM) 등 오염물질에 엄격한 환경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한국도 온실 가스 감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점차 까다로운 환경 규제를 도입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전기 자동차가 부각되고 열차 시장에서도 일부 전기 기관차가 도입되는 추세다.
하지만 자동차와는 달리 기차는 재해, 대규모 정전, 전시 등 유사 상황을 대비해 일정 비율 이상 디젤 기관차 비중을 갖고가야 하는 특수성이 있는 산업 부문이다. 첨단 디젤 기관차 기술이 친환경 운송 수단 대체재로 주목받는 이유다.
실제 GE가 개발한 친환경 디젤 기관차(GE 파워홀 기관차)는 2014년 한국철도공사 신형 기관차로도 채택됐다.
파워홀 기관차는 종전 디젤 기관차보다 견인력이 10% 좋아 1개 기관차가 컨테이너를 최대 37량까지 수송할 수 있다. 반면 연료 소비량은 15% 줄어 비용절감 효과가 크다. 설계 단계부터 유럽연합(EU) 공해배출 기준을 충족하도록 제작해 질소산화물 등 오염물질 배출량은 40% 줄였다.
GE 관계자는 “친환경 디젤기관차는 종전 하드웨어에 디지털 기술을 결합해 혁신성을 높인 전형적인 사례”라며 “국가 필수 운송 인프라스트럭처인 철도 친환경성 연구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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