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 대륙 동남쪽끝에 자리잡은 러시아 극동연방관구 최대도시 블라디보스톡. 과거 러시아 제국이 겨울에도 얼지 않는 부동항 확보를 위해 끊임없는 남진과 동진을 거듭한 끝에 1860년 손에 넣은 도시다. 러시아 동방(남하)정책 결과물이 블라디보스톡인셈이다. ‘동방(보스톡)을 지배하라(블라디)’는 제국주의적 색채가 다분한 도시이름을 갖게된 것은 이 때문이다.
이처럼 야심만만했지만 러시아 동방정책과 극동지역 개발은 지지부진했다. 극동연방관구는 일제시대 독립투사들이 활발하게 활동했던 두만강 윗쪽 동해에 인접한 연해주(沿海州)로 불리는 프리모르스키, 하바롭스크, 사할린 지역 등을 아우르고 있다. 러시아 8개 연방관구중 면적이 가장 큰 극동연방관구는 러시아 전체땅 넓이의 36%(618만km·한국 62배)를 차지할 정도로 광활하지만 인구는 617만명에 불과하다.
영토는 끝없이 넓은데 노동력이 부족하다보니 생각만큼 경제개발이 이뤄지지 못했고 러시아내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으로 오랫동안 남아있었다. 하지만 푸틴대통령이 2012년부터 극동지역을 국가경제발전 동력으로 삼으면서 개발에 힘이 붙기시작했다. 특히 2014년 우크라아나 사태로 러시아가 서방의 강력한 경제제재를 받는 등 왕따 신세로 전락, 국제적 고립이 심화된뒤부터는 극동개발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삼아 전방위적인 개발에 나선 상태다. 극동지역 개발을 통해 러시아가 처한 위기상황에서 탈출하는 한편 에너지·자원 수출판로를 동북아지역으로 다변화해 서유럽에 치중돼있는 에너지 수출의존도를 완화하려는게 푸틴 대통령의 생각이다.
때문에 푸틴 대통령은 극동지역 개발을 토대로 한 신동방정책을 통해 한국 등 동북아시아 국가들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극동개발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막대한 양의 원자재·전력을 소비하면서도 에너지원은 부족한 한·중·일은 러시아에게 매력적인 시장이다. 채굴기술 발달로 과거에는 접근할 수 없었던 극동지역 유전·가스전 개발이 가능하게 된것도 러시아의 극동개발 필요성을 키웠다. 이처럼 푸틴 대통령의 신동방정책은 ‘극동러시아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축포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출범한 동방경제포럼(EEF·Eastern Economic Forum)은 푸틴 대통령의 극동개발 전략을 국제사회에 홍보하고 해외투자를 유치하는 첨병역할을 하는 플랫폼으로 활용되고 있다. 지난해 1회 포럼 때는 34개국 2500여명이 참석했고 극동지역 개발잠재력을 소개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유리 트루트네프 부총리겸 극동연방관구 대통령 전권대표가 조직위원장을 맡은 올해 2회 동방경제포럼은 “극동지방을 열다”를 주제로 그간 개발성과를 알리고 구체적인 개발프로젝트를 공개, 해외기업 투자를 유치하는데 방점을 찍었다. 2일부터 프리모르스키주 러스키섬에 위치한 극동연방대학에서 이틀간의 일정을 시작한 2회 동방경제포럼에는 푸틴 대통령을 포함한 러시아 정재계 인사가 총출동했다. 푸틴 대통령이 이번 포럼에 박근혜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총리 등 한일 정상 참여를 적극 추진하는 등 엄청난 공을 들인것은 극동개발을 가속화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 올해 동방경제포럼에 전세계에서 1000여명의 기자를 초청한 것도 극동지역 개발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기위한 푸틴 대통령의 야심이 담겨져있다.
푸틴 대통령은 포럼참석자에게 보낸 인삿말을 통해 “알차게 준비한 이번 포럼은 극동지역의 풍부한 성장잠재력과 친기업적인 투자환경을 해외투자자들에게 알리기 위한 것”이라며 “해외기업들은 포럼에 참석한 러시아 기업은 물론 연방·지방정부 대표들과 직접 만나 보다 생산적이고 구체적인 협력방안에 대해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이 동방경제포럼에 한일 정상을 불러들여 경제개발협력을 위한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등 해외투자유치에 목을 메는 것은 자체자본, 인력, 기술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국가적 명운이 걸린 극동개발을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블라디보스톡(러시아) = 박봉권 부장 /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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