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장 10대 미국 흑인 소년을 살해한 자경단원의 권총이 경매에서 6천500만 달러, 우리 돈 761억4천750만 원으로 치솟았습니다.
한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한 권총을 경매에 부쳐 흥밋거리로 전락시킨 뒤 이득을 취하려 한 총기 거래 단체와 자경단원, 그리고 재미삼아 천문학적인 금액을 호가로 부른 총기 사용자들이 합작한 모양새로 현재 비뚤어진 미국의 단면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언론에 따르면, 지난 2012년 미국 플로리다 주에서 몸싸움 중 흑인 소년 트레이본 마틴을 살해할 때 히스패닉 자경단원 조지 지머먼이 사용한 9㎜ 구경 켈텍 PF-9 권총이 이날 오전 경매 호가에서 6천500만 달러를 찍었습니다. 최초 경매 시작 가격은 5천 달러였습니다.
'인종차별주의자 맥슛페이스'라는 계정을 사용하는 이가 6천500만 달러를 불렀고, '도널드 트럼프'라는 이름과 함께 지난 2014년 모형권총을 가지고 놀다가 경찰에 피살된 흑인 소년 '타미르 라이스'의 이름을 사용한 계정도 경매에 등장했습니다.
AP 통신은 엄청난 경매 호가를 부른 이 계정을 모두 가짜로 추정했습니다.
지머먼은 '마틴의 야만적인 공격을 막고 나를 지키기 위해 사용한 총'이라며 한 총기거래 웹사이트에 이 권총을 매물로 올렸습니다.
애초 12일 오전 11시부터 경매를 시작할 예정이던 '건브로커닷컴'이 경매를 중단하자 '유나이티드건그룹'이란 단체가 홈페이지에서 대신 개최했습니다.
이 단체 역시 '최고의 관심을 받지 못한다'며 12일 오후 늦게 지머먼의 권총을 경매 매물에서 내렸습니다.
그러나 뚜렷한 이유 없이 다시 이 권총이 13일 오전 매물로 재등장했다고 미국 언론은 전했습니다.
언론 보도와 함께 비판에 휩싸인 '유나이티드건그룹'은 트위터를 통해 마틴의 유족에게 사과의 뜻을 밝혔습니다. '건브로커닷컴'도 지머먼이 회사 관계자 누구와도 매물 관련 상의를 하지 않았다며 이 문제에서 완전히 발을 뺐습니다.
백인 경찰의 총격에 숨진 다른 흑인 청년의 어머니인 루시 맥베스는 이번 경매 사건을 두고 "인간 가치의 결핍을 느끼는 개탄스러운 장면"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그는 "돈을 벌려고 한 소년의 목숨을 앗아간 권총을 경매에 내놓은 사실에 매우 좌절감을 느낀다"고 했습니다.
마틴의 유가족은 지머먼의 행동에 일절 대응하지 않고 트레이본 마틴 재단 일에만 집중하겠다는 뜻을 나타냈습니다.
사건 직후 2급 살인 혐의로 기소된 지머먼은 이듬해 플로리다 주 대배심의 정당방위 인정 판결로 무죄 평결을 받고 풀려났습니다.
미국 법무부는 그에게 연방 민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려 했지만, 인종적 적대감에서 살인을 저질렀다는 증거를 찾지 못해 결국 기소를 포기했습니다.
지머먼은 이후에도 여러 건의 폭행 혐의로 경찰에 입건되는 등 사고뭉치로 심심치 않게 언론에 등장하고 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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