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세금을 회피할 의도로 세워지는 유령회사를 원천봉쇄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백악관과 재무부는 6일(현지시간) 이같은 내용의 ‘금융 투명성 제고와 조세회피 대응 강화 방안’을 마련해 의회에 제출했다. 이는 미국에도 세계 각지의 조세회피처 못지않은 ‘세금 구멍’이 있다는 주요국들의 비판에 대응한 것이다.
재무부 방안에 따르면 미국에 신규 설립하는 모든 기업은 형식적인 소유자 이외에 기업활동으로 발생하는 이윤을 실제로 가져가는 사람이 누구인지 관계 당국에 신고해야 한다. 또 금융회사에 법인 명의로 계좌를 개설할 경우 해당 법인의 지분 25% 이상을 소유한 개인을 모두 등록해야 하며 등록된 개인이 해당 지분을 실제 소유하고 통제하는지를 입증해야 한다. 또 외국인 1명이 미국에 유한책임회사를 설립할 경우 미국 국세청으로부터 고용주등록번호를 의무적으로 발급받아야 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백악관 기자실을 ‘깜짝’ 방문해 “기업이나 개인이 세금을 피하는 주된 방법 중 하나가 유령회사들을 만들어 자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를 파악하기 어렵게 만드는 일”이라며 “금융기관들이 나서서 책임있게 그런 정보를 추적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이콥 루 미국 재무장관은 관련 정책자료를 의회에 보내면서 별도의 서한을 통해 의회의 협조를 구했다.
미국은 지난 달 사상 최대규모 조세회피처 자료인 ‘파나마 페이퍼스’가 폭로되자 이같은 정책 추진에 속도를 내왔다. 당시 주요국에서는 미국이 주별로 금융제도가 천차만별이면서 규제를 비켜갈 여지가 많은 탓에 스위스나 케이먼제도와 다를 바 없는 조세 회피처로 활용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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