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웅산 수지 여사를 대리해 미얀마의 새 정부를 이끌어갈 대통령 후보 윤곽이 10일 드러났다.
아웅산 수지 여사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은 10일 미얀마 의사당에서 열린 합동회의에서 하원과 상원이 각각 추천하는 대통령 후보로 틴 쩌와 헨리 밴 티유를 제안했다. 군부는 싸이 막 칸을 후보로 추천했다.
미얀마에서 대통령 선출은 간접선거로 진행되며 상·하원 군부에서 각 1명씩 후보를 지명한후 투표를 하게 된다. 투표일자는 정해지지 않았디.
하지만 미얀마 언론은 수지 여사가 사실상 틴쩌를 대통령 후보로 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상원 후보로 내세운 티유는 친족 출신으로 민족 화합차원에서 소수민족 몫으로 배정한뒤 향후 부통령직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NLD가 지난해 총선 압승으로 상·하원 의석 59%를 장악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군부 지명 인사가 대통령이 될 확률은 거의 없다.
유력한 대통령 후보인 틴쩌는 수지 여사의 오른팔로 불리는 최측근이다. 그는 수지 여사의 운전기사라는 별명을 갖고 있을 정도로 수지 여사를 곁에서 오래동안 보필했다. 일각에서는 수지 여사에 가려 존재감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지 여사가 틴쩌를 미얀마 새 대통령감으로 점찍은 것은 섭정을 펼치는 와중에 권력 충돌을 빚지 않을 적임자가 틴쩌이기 때문이다.
틴쩌는 1946년생 양곤 태생으로 수지 여사보다 1살이 적다. 수지 여사와는 영국 옥스퍼드 대학 동문이다. 틴쩌는 양곤대학과 옥스퍼드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또 수지의 모친 이름을 딴 보건·교육분야 자선단체인 ‘킨 지 재단’에서 고위직을 맡고 있다.
그의 집안도 수지 여사와 뗄 수 없는 관계다. 그의 아버지 민투운은 1990년 총선에서 NLD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하지만 군부가 총선을 무효화하면서 의정활동은 하지 못했다.
틴 쩌 장인인 르윈은 수지여사와 함께 NLD를 결성한 창당 멤버로 사무총장과 회계책임자 등 주요 직책을 역임했다. 틴 쩌 부인도 지난해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해 현재 하원 외교위원장을 맡고 있다.
틴쩌는 작가로서도 유명하다. 그의 아버지는 미얀마 국민시인으로 불리는 유명한 작가이다. 그는 아버지가 지어준 필명 다라반으로 활동했다. 다라반은 유명한 몬족 전사의 이름에서 따왔다. 그는 2009년에 아버지와 관련된 책을 출판하기도 했다.
한편 아웅산 수지가 새 정부에서 역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외무장관 보다는 싱가포르 리콴유처럼 국정 전반을 대리 운영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고문 등을 맡으며 국가의 어른으로 국정에 관여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민주주의 이행과정을 진두지휘하는 신설 부서의 수장을 맡을 수도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수지 여사는 외국 국적의 자녀를 두면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는 헌법 규정에 의해 이번 대선에 출마하지 못한다.
[문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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