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외국자본에 국유기업 인수합병(M&A)를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올 들어 계속되는 천문학적 자본유출 사태와 외환보유고 급감 그리고 재정적자 확대문제로 무디스가 중국 신용등급 전망으로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하는 등 위기를 맞고 있는 중국 정부가 내건 승부수다. 알짜 국유기업 지분 매각을 통해 재정적자 부족분을 메우는 한편 외자유입도 원활히 하기위한 고육책이라는 설명이다. 해외자본을 유치해 국유기업을 개혁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도 담겨져있다.
중국 상무부 선단양 대변인은 2일 기자회견에서 “외국 자본이 인수합병 방식으로 국유기업 개혁에 참여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선대변인은 “(국유기업 개혁을 위한)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외국자본 인수합병을 통해 활기를 불어넣고 구조개혁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당국의 구체적인 규제완화 조치가 나오진 않았지만 중국이 ‘성역’과 같은 국유기업조차 팔수 있다고 선언했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외국기업 투자규제 완화는 중국 정부가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사안이지만, 최근 급격한 외자유출로 경고등이 켜지자 국유기업까지 M&A 대상에 넣은 것으로 풀이된다. 한때 4조달러에 육박하던 중국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5000억달러 넘게 빠져 1월현재 3조2000억달러까지 줄었다. 이와 관련해 제일재경 등 중국 매체들은 중국 당국이 외국기업의 중국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규제 완화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3일 보도했다. M&A 규제 완화를 비롯한 투자유인책은 3일 개막한 연중 최대 정치행사 양회(전국정치협상회의와 전국인민대표대회)를 거쳐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가 외국자본에 대해 투자규제를 완화하려는 이유는 외자유치와 국유기업 개혁 외에 성장률 제고 목적도 있다. 중국은 개혁개방에 나선 이후 정부의 과감한 투자와 왕성한 내수, 외국자본의 직접투자(FDI)가 성장을 견인해왔다. 하지만 최근 몇년간 위안화의 상대적 강세와 성장률 둔화 등으로 FDI 증가율이 크게 떨어졌다. 2010년만 해도 연 17%에 달했던 FDI 증가율은 이후 한자리수 증가율에 머물고 있다.
중국 정부가 외국자본에 대한 국유기업 M&A를 허용키로 함에 따라 향후 발표될 외국인 투자유인책에 지분규제 완화방안이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부터 자유무역구를 대상으로 외국자본 투자에 대한 사전 심사제도를 폐지하고 네거티브리스트 방식(예외 항목 제외하고 원칙적 허용)으로 전환했다. 앞으로는 여기서 더 나아가 국유기업에 대한 투자규제도 대폭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행 규정에서는 중국기업에 대한 외국인 지분이 50% 이하로 묶여있어 그동안 M&A가 활성화되지 못했다. 국유기업에 대한 외국자본 M&A 사례는 전무했다. 이문형 산업연구원 베이징지원장은 “외국자본 M&A 규제 완화시 1차 대상은 1만여개에 달하는 지방 국유기업들이 될 것”이라며 “우리 기업들도 중국진출을 가속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외국자본의 중국 엑소더스가 새해 들어서도 멈추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1월 중국 채권시장에서 빠져나간 외국자본은 76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014년 관련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뒤 최대규모다. 이에 따라 인민은행은 지난달 말 외국자본에 은행간 채권시장 개방 확대 조치를 발표했다. 외국의 연기금이나 자선기금 등으로 채권시장 참가자 범위를 확대하고, 조건에 부합하는 투자자의 투자한도를 폐지했다.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