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터니 스캘리아 미국 연방 대법관(79)이 지난 13일 텍사스주 서부 호화리조트에서 ‘공짜 향응’을 받던 중 사망한 것을 계기로 연방 대법관들의 윤리강령 위반 여부가 도마 위에 올랐다.
사업가 존 포인덱스터는 자신이 소유한 ‘시볼로 크리크 랜치’ 리조트에 스캘리아 대법관을 비롯한 35명의 유력가들을 초청했으며 이들에게 관련 비용을 청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워싱턴포스트는 스캘리아를 비롯한 9명의 연방 대법관들이 2011∼2014년 외부기관의 비용 지원 속에 최소 365차례의 외유를 다녀온 것으로 파악됐다고 지난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대해 로널드 로툰다 미 채프먼대학 교수는 워싱턴포스트에 “모든 연방 대법관이 록스타 대접을 받고 있다”며 “그들은 사방으로 초청받으며 책을 출간하고 북투어를 한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가 공직자 윤리강령에 따라 매년 작성되는 대법관들의 회계보고를 분석한 결과 9명의 대법관은 2011년부터 4년간 외부기관이 전액 혹은 일부를 부담한 여행을 최소 365차례 다녀왔다. 스캘리아 대법관의 외유 횟수가 100차례 이상으로 특히 많았다.
연방 대법관들의 외유는 주로 대학, 로펌, 법률단체, 싱크탱크 등이 부담했는데 스캘리아 대법관은 2014년에만 대학 12곳에서 여행비용을 지원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들은 강의나 연설료 등의 명목으로 비용을 추후 변제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스캘리아 대법관과 포인덱스터의 관계, 대법관이 공짜 여행을 한 배경, 법정 이해당사자들의 참석 여부 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며 “이해당사자들이 참석했다면 불공정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1986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재임 시절에 지명된 스캘리아 연방 대법관은 사상 첫 이탈리아계 미국인 대법관으로 ‘보수파의 거두’로 불렸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후임 대법관 지명 문제를 놓고 ‘신속하게 지명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반면 공화당에선 ‘차기 대통령에게 넘겨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은 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진보의 아이콘인) 윌리엄 브레넌 전 대법관 같은 사람이 후임 대법관이 되는 일은 안 일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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