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풍향계로 통하는 지난 1일 아이오와 코커스와 9일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절대 강자’가 등장하지 않으면서 다음 경선지인 네바다와 사우스캐롤라이나로 미국 정치권의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 뉴햄프셔에서 일찌감치 패배를 인정한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곧바로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 준비에 돌입했고 뉴햄프셔에서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 후보도 다음 경선 대비를 서둘렀다.
예년에는 아이오와와 뉴햄프셔에서 초반 판세가 윤곽을 드러냈지만 올해는 유독 판세가 불투명해 3차전과 4차전이 치러지는 네바다와 사우스캐롤라이나가 경선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또 백인 중심의 미국 북부에 자리잡은 아이오와나 뉴햄프셔와 달리 네바다는 서부, 사우스캐롤라이나는 남부 민심을 대변하는 지역이어서 전국적인 지지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척도다. 특히 네바다와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 결과가 버지니아를 비롯해 12개주 경선이 동시에 치러지는 3월 1일 수퍼화요일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치적 요충지로 꼽힌다.
민주당은 오는 20일 네바다에서 3차 경선을 치른 후 27일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4차 경선을 한다. 공화당은 20일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경선을 하고 23일 네바다에서 경선을 치른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각각 다른 지역에서 별도의 선거를 치르는 첫 경선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20일 공화당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은 처음으로 승자독식이 적용되는 선거다. 득표율에 따라 선거인단 대의원을 배정하는 아이오와나 뉴햄프셔와 달리 1등을 하는 후보가 전체 대의원을 모두 차지한다. 공화당 사우스캐롤라이나 대의원은 모두 50명으로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승리하면 그간의 부진을 일거에 만회할 수 있다. 공화당 네바다 대의원은 23명이다. 민주당은 네바다 대의원 20명, 사우스캐롤라이나 27명이다.
9일 뉴햄프셔 경선은 역대 최고 투표율을 바라보는 등 유권자들의 관심이 최고조에 달했다. 뉴햄프셔 선거관리 당국은 민주당 투표자가 26만8000명, 공화당 투표자는 28만2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양당 투표자 수를 합하면 55만명에 달한다. 지금까지 뉴햄프셔 경선에서 투표자가 가장 많았던 것은 53만명이다. 투표율로는 1992년 61%가 최고다. 2008년 투표율은 60.2%였다. 올해는 투표자가 55만명으로 확정된다면 62%에 달할 가능성이 높다.
뉴햄프셔가 기존에도 투표율이 높은 지역으로 분류되지만 올해 투표율이 더욱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는 민주당에서 버니 샌더스와 힐러리 클린턴이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고 공화당에서도 후보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어 유권자들의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전날 내린 폭설과 한파로 투표율이 저조할 것이라는 예상도 일부 있었지만 유권자들은 투표가 시작된 오전 6시부터 일찌감치 줄을 서서 투표에 나섰다.
[맨체스터(뉴햄프셔)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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