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복사기 제조업체 제록스가 사무기기를 제조하는 사업부문과 사무서비스를 전담하는 회사로 쪼개진다.
창립 100년을 맞은 제록스는 프린터와 복사기 등 사무기기를 제조하는 회사와 사무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로 분사된다고 지난달말 밝혔다. 제록스 복사기 사업 등 전통 제조업무를 담당할 사무기기 제조회사에는 4만명이, 관공서와 민간기업에 사무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에는 10만4000명이 근무하게 된다. 제록스는 최근 영업 실적이 신통치 않아 돌파구 마련을 모색해왔다. 지난해 4분기 매출은 사무기기 제조 부문이 전년 동기보다 10% 감소한 18억8000만달러(2조2600억원)이었고, 서비스 부문은 26억4000만달러로 전년 동기와 엇비슷했다. 지난 한해 매출은 서비스가 107억달러, 사무기기가 79억달러로 서비스 부문 비중이 57%를 점유했다. 복사기·프린터 사업 위상이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는 셈이다.
제록스의 이번 분사 결정에는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칸의 영향력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아이칸은 지난해 11월 제록스 지분 7.1%를 인수해 2대 주주로 올라섰고 이사회에 참여해 실적 향상 계획과 대응 전략을 경영진과 논의하겠다는 의중을 피력한 바 있다. 분사 뒤 서비스 제공 회사에서 아이칸이 이사 자리 3개를 확보한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이와관련해 우루슬라 번스 제록스 최고경영자(CEO)는 “분사 검토는 (아이칸이 지분투자를 하기 전인)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됐고 분사계획에 대해 나중에 아이칸이 동의했다”고 밝혔다. 아이칸의 압박때문에 분사에 나선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최근 미국 재계에서 행동주의 투자자 압력에 밀려 회사를 분사하거나 합병하는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KFC, 피자헛 등 유명 패스트푸드 브랜드를 보유한 얌브랜즈는 행동주의 주주들의 공세에 밀려 중국 사업을 분사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적 부진에 시달리던 미국 포털회사 야후가 자사 핵심 포털사업을 따로 떼서 팔고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리바 지분을 보유하는 사실상의 투자회사로 변신하기로 한 것도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압박때문이라는 관측이 많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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