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를 휩쓸고 있는 지카(Zika) 바이러스 공포가 전세계로 퍼지고 있다. 미국 본토에서 환자가 발생한데 이어 급기야 아시아에까지 바이러스가 상륙했다. 진앙지격인 브라질이 카니발과 하계 올림픽 등 올해 초대형 행사를 앞두고 있어 에볼라처럼 전세계적 확산여부를 놓고 공포가 커지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뉴욕시 당국은 지난 22일(현지시간) 해외여행을 다녀왔던 시민 3명이 지카 바이러스에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20일 미국 질병통제센터(CDC)가 “현재까지 12건의 미국 내 지카 바이러스 발생사례가 보고됐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한지 이틀만에 추가 환자가 나온 것이다. CDC에 따르면 현재까지 하와이, 플로리다, 일리노이, 뉴저지, 텍사스주에서 지카 바이러스 감염사례가 나왔다. 미국 하와이에서도 지난 15일 지카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해 소두증(머리가 정상보다 작게 태어나는 것)을 가진 신생아가 출생했다.
아시아에서는 지난 10일 대만에 입국한 20대 태국 남성이 최근 지카 바이러스 양성으로 확인돼 보건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지카 바이러스는 ‘이집트 숲 모기’에 의해 전파되며 급성 발열, 발진, 두통 등을 유발한다. 지난해 초 칠레 이스터 섬에서 발견된뒤 중남미 상륙이 확인됐으며, 지난해 5월 첫 환자가 나온 브라질에선 1년도 되지 않아 150만명 가까운 환자가 발생했다. 겉보기엔 증상이 미약하고 치사율도 낮지만 아직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는 것이 문제다. 특히 올들어 중남미 지역에서 폭증하는 신생아 소두과 지카 바이러스간에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와 임산부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브라질 보건부는 지난해 10월부터 이달 16일까지 총 3893건에 이르는 소두증 의심 사례가 보고됐다고 밝혔다.소두증 태아는 임신 중이나 출산 직후 사망하는 경우가 많고, 생존하더라도 정신지체나 뇌성마비에 걸려 걷기와 듣기·말하기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 이에 엘살바도르와 콜롬비아 정부는 향후 6개월~2년간 임신을 자제해 달라는 권고문까지 낸 상태다.
게다가 최근엔 지카 바이러스가 소두증 외에 전신마비 희귀질환 ‘길랭-바레 증후군’과도 연관돼 있다는 분석이 나와 공포감을 더하고 있다. 브라질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등 바이러스 유행 지역에서 이 증후군 환자가 덩달아 급증하고 있음이 뒤늦게 드러나고 있다. 브라질 북동부에 거주하는 웰링턴 가우방 혈액학 박사는 “지카 바이러스가 길랭-바레 증후군에 걸릴 확률을 20배 가량 높이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주의를 촉구했다.
브라질 보건당국은 23일 이달 말까지로 예정됐던 지카 바이러스 감염 조사를 다음달 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보건부는 1월 초부터 지금까지 740만 가구를 조사했으며, 다음 달 말까지 420만 가구를 추가로 조사할 계획이다. 특히 2월은 남반구에선 한여름으로 바이러스 전염원인 모기 활동이 왕성할 시기다. 낸시 벨리이 브라질 전염병학회장은 “길거리의 수백만 인파와 지카 바이러스의 결합은 질병을 대거 퍼뜨리는 ‘폭발적 칵테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앞두고 지카 바이러스 확산에 우려를 표시했다.
브라질은 군대를 동원해 모기가 살만한 서식지를 제거 중이다. 하지만 저유가와 더불어 찾아온 경제난의 여파로 방역 작업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아서 티메르만 뎅기열·아르보바이러스학회 회장은 “경기 침체로 1차 진료 서비스에 대한 국가적 기반이 약해져 바이러스가 빠르게 확산됐다”고 지적했다.
[문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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