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법원이 반정부 집회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무례한 손짓’을 한 여성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터키 서부에 위치한 이즈미르 법원은 20일(현지시간) 필리즈 아킨시가 2014년 3월 에르도안 당시 총리에게 공격적인 손짓을 했다는 이유로 징역 11개월 20일과 함께 에르도안 대통령 측의 소송 비용으로 1800리라(약 70만원)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고 도간 뉴스 통신이 보도했다.
당시 지방선거 유세를 위해 버스를 타고 지나가던 에르도안 대통령은 아킨시가 보인 손짓이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의 것이라며 “이 나라의 총리가 지나가는데 그런 짓을 했다. 남자가 그랬다면 이해할 수 있지만 여자가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법원은 애초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가 피해자가 공직자라는 이유로 형량이 2배가 됐으며 징역 1년에서 10일이 줄어든 것은 재판 동안 아킨시가 ‘좋은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통신은 덧붙였다.
두 아이를 둔 교사인 아킨시는 선고 당시 “나는 죄가 없다. 어떤 범죄도 저지르지 않았다”며 눈물을 보였다.
에게해의 항구 도시 이즈미르는 세속주의 성향이 강한 지역으로 이슬람 수니파에 뿌리를 둔 대통령의 집권당(정의개발당·AKP)이 다른 지역에 비해 약세를 보이는 곳이다.
최근 터키에서는 에르도안 대통령을 모욕했다는 이유로 법정에 서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터키 검찰은 지난주 대통령을 ‘하찮은 대통령’이라고 비판한 야당 대표에 대해 대통령 모독죄 혐의로 수사에 착수했고, 10대 청소년과 변호사, 만평가, 기자, 앵커, 미스 터키를 지낸 모델 등이 대통령 모욕혐의로 조사나 처벌을 받았다.
12년 동안 총리로 재임하고 나서 2014년 8월 대통령에 취임한 에르도안은 2013년 12월 측근들에 대한 부패 수사가 시작된 이후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에 직면해 있다.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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