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이란 경제제재를 해제한지 하루만에 이란 탄도미사일 개발에 연루된 기업과 개인 등 11곳에 대한 신규 제재를 단행키로 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17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신규 특별제재대상(SDN) 명단을 발표했다. 제재 대상은 아랍에미리트(UAE)에 소재한 ‘마부루카 무역’과 이 기업 소유주인 후세인 포나그쉬밴드다. 이들은 탄도미사일 핵심 부품인 탄소섬유 개발을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기업의 중국과 UAE 자회사, 이란인 5명도 제재 대상에 포함됐는데 제재 대상에 오른 이란인 5명중 3명은 북한과 미사일 개발을 협력한 의혹을 받고 있다.
미국의 이번 신규 제재는 이란과의 핵합의에 따라 핵개발 의혹과 관련된 제재는 해제하되 필요하면 언제든지 추가 제재도 부과하겠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다. 이에 대해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미국과 이란은 여전히 중대한 차이가 있다”며 “이런 제재를 강력하고 지속적으로 단행할 것이며 조금도 방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이 이란 제재 해제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마이클 매콜 미국 하원 국토안보위원장(공화당 소속)은 17일 대이란 제재 해제와 관련 “결국 테러를 지원하는 것”이라며 계속 날을 세웠다.
지난달 11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이란제재위원회는 이란이 작년 10월과 11월 시험 발사한 탄도미사일에 대해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안 1929호를 위반했다고 판정했다. 미국 내에선 이란에 새로운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반면 이란은 미국의 이런 움직임이 적대적인 내정간섭이라면서 핵탄두 장착 가능성이 없는 미사일 개발을 강행하겠다고 반발했다.
미국의 새로운 제재가 모처럼 해빙 무드로 접어든 미국과 이란의 관계에 다시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관측과 함께 미국 정부로선 제재 해제 분위기를 깨지 않으려 나름 인내심을 발휘한 것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미 정부가 이란의 탄도미사일 발사일로부터 약 석달간 신규 제재를 미루다가 경제 제재를 해제한 다음날 신규 제재를 발표한게 그 방증이라는 얘기다. 일단 이번 신규 제재가 미국과 이란의 관계 개선 흐름을 크게 흔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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