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바퀴 자전거에 의지해 혹한의 북극권을 가로질러 힘겹게 유럽행의 꿈을 이룬 시리아 난민들이 러시아로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1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노르웨이 정부는 자전거를 타고 북극권 한계선에 위치한 스토르스코그를 통해 입국한 난민들을 돌려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러시아에서 북극 쪽 국경을 통해 자전거로 노르웨이에 입국한 난민은 총 5500여 명이며 대다수는 시리아 출신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힘겹게 자전거 페달을 밟아 먼길을 돌아온 것은 양국 국경관리 관련법의 허점을 파고들기 위해서였다.
러시아는 걸어서 국경을 통과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고 노르웨이는 입국서류 없는 사람들을 실은 자동차의 입국을 금지하고 있지만 양국 모두 자전거를 통한 출입국을 금지하는 법 규정은 없다. 이에 일부 시리아인들은 다마스쿠스나 베이루트에서 러시아 비자를 먼저 취득한 뒤 모스크바로 날아가 기차를 타고 러시아 서북부 무르만스크로 향한다.
이곳에서부터 자전거를 타고 209㎞를 달려 노르웨이 국경을 넘는 것이 이들의 최종 목표다. 러시아 상인들이 자전거 한 대를 수십 만원에 파는 등 바가지가 난무하지만 배를 타고 지중해를 건너는 것보다는 훨씬 싸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난민 유입을 철저히 단속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노르웨이 초대 이민장관으로 실비 리스트하우그가 취임한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노르웨이 매체 ‘더 로칼’에 따르면 그는 “통과비자 없이 스토르스코그로 건너온 모든 사람들을 러시아로 되돌려보내겠다”고 선언했다.
노르웨이 경찰은 난민들이 입국 뒤 버린 자전거를 모으라는 명령을 내려 자전거만 주고 쫓아내는 게 아니냐는 소문이 돌기도 했으나 버스를 태워 러시아로 돌려보낸다고 14일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러시아 당국은 시리아 난민들에게 비자만 주고 법적 지위를 제대로 부여하지 않아 다수의 난민들이 불안정한 생활을 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러시아에 현재 머물고 있는 시리아 난민 1만2000여 명 중 1년 단기망명 자격을 취득한 난민은 2000여 명, 다른 종류의 법적 지위를 받은 난민은 2000여 명 수준이다.
나머지는 종종 밀입국자수용소에 수용되거나 벌금을 부과받는다고 러시아 인권활동가들은 밝혔다.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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