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와 핀란드가 각각 국민투표를 통해 유럽연합(EU) 사법권과 경제권으로부터의 독립을 추진하는 등 탈(脫)EU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영국이 EU탈퇴(브렉시트) 여부를 놓고 EU와 협상을 시작한데다 파리 테러 참사후 난민처리 방식을 놓고 유럽 각국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민감한 시기에 북유럽 국가들까지 EU체제에 반기를 들면서 EU통합이 거센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일단 핀란드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이탈, 이른바 ‘픽시트’(Fixit·Finland Exit) 분위기가 점점 고조되고 있다. AP통신·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핀란드 의회가 내년초 유로존 탈퇴 여부를 국민투표에 붙인다. 최근 5만명에 달하는 핀란드 시민들이 “핀란드 유로존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해달라”는 청원서를 정부에 제출한데 따른 것이다. 최근 핀란드가 심각한 경제난에 처해있는데 유로존에 머물러 있어서는 경제회복이 어렵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핀란드 연정 다수당인 중앙당의 파보 바이리렌 의원은 “과거 마르카화(핀란드 통화) 체제로 돌아가 유로화 대비 마르카화 가치를 떨어뜨려야 수출 경쟁력을 높일수 있다”며 “지금이 유로존 잔류여부를 논의할 가장 적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핀란드는 최대 수출국 러시아로의 수출길이 막히면서 지난 2008년 대비 수출이 30%이상 급감했다. EU의 대(對)러시아 경제제재 때문에 EU 회원국인 핀란드도 러시아에 수출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때 세계 최대 휴대폰 업체로 군림했던 노키아 등 IT기업들의 주도로 성장세를 구가하던 핀란드 경제는 유럽재정위기와 이에 따른 심각한 유럽경제 침체 영향으로 지난 3분기에 충격적인 역성장(-0.6%)에 빠진 상태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덴마크가 유럽국제형사경찰조직 유로폴(Europol) 탈퇴를 놓고 이날 실시한 국민투표에서 53% 찬성률이 나와 유로폴 탈퇴가 사실상 결정됐다. 현지 언론들은 이같은 결과가 파리테러후 테러공포가 벨기에 등 북유럽 지역까지 확산됐지만 유로폴이 뚜렷한 대처를 못하는 등 무기력증을 보인데 따른 실망감이 분출된 결과로 풀이했다. 국민투표를 주도한 덴마크 연립여당인 국민당과 시민단체들은 “덴마크가 유로폴 회원국이지만 특별한 혜택을 받은게 없고 의사결정과정에도 참여할수 없는데도 유로폴이 내전에 휩싸인 시리아에 EU 경찰병력을 파견하거나 국경을 넘나드는 테러 작전을 벌일 때는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했다”며 “이같은 모순된 상황을 더이상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덴마크의 유로폴 덱시트(Dexit·Denmark Exit)의 궁극적 목표가 난민수용 거부를 위해서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유로폴 탈퇴를 무기로 EU내 난민수용 협상에서 우위를 선점하겠다는 의도라는 진단이다. EU가 덴마크를 설득할 만한 당근을 제시하지 못하면 덴마크 정부는 이대로 유로폴 탈퇴를 통보할 방침이다. 로이터통신은 “유로폴 탈퇴 자체가 당장 EU체제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겠지만 EU와의 연대가 느슨해진다 점에서 수십년간에 걸쳐 이룩한 유럽 통합에 강펀치를 날리는 격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불과 몇해 전만 해도 북유럽 소국들이 EU에 반기를 드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사실 유럽 소국들은 평소 거대 회원국 중심의 EU체제에 불만이 컸다. 그러던참에 덴마크·핀란드 등이 브렉시트를 지렛대 삼아 자신들의 불만을 해결하려 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영국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EU가 브렉시트 투표를 피하기 위해선 영국의 독자적 난민수용정책과 비유로존 EU국가에 대한 차별 폐지 등을 크리스마스 전까지 수용해야 한다”며 EU에 최후통첩성 제안을 한 상태다.
[이지용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