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사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유럽 경제가 이번에는 ‘파리 테러’라는 충격적인 악재를 만났다.
그동안 지지부진한 회복세를 보여온 유럽 경제는 대규모 인명살상을 몰고온 파리 테러 여파때문에 여행, 외식, 호텔·숙박, 항공, 전시산업 등 내수 전반에 메가톤급 직간접적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 가장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되는 분야는 관광산업이다. 프랑스는 연간 8000만명이 넘는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세계 1위 관광대국으로 프랑스 관광수입은 국내총생산(GDP)의 7%를 차지한다. 파리 테러 여파로 관광객들 발걸음이 끊기면 그 충격파가 고스란히 프랑스 경제성장률에 반영될 수 밖에 없다.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은 “파리 테러 여파로 프랑스 경제 회복세가 꺾이고 심각한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번 파리 테러로인해 프랑스 경제가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이 겪었던 경기 대침체때와 엇비슷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프랑스가 독일과 함께 유럽 경제권을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유로존 경제전반에 상당한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미 유럽경제는 심각한 침체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유럽연합(EU) 통계기관인 유로스타트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올해 3분기 GDP가 전 분기 대비 0.3% 성장했다고 밝혔다. 시장 예상치(0.4%)에 미치지 못하는 실망스런 수치로 올해 1분기(0.5%), 2분기(0.4%) 성장률 보다 낮다. 프랑스와 독일의 3분기 GDP도 전 분기 대비 0.3% 성장에 그쳤다. 물가상승률도 미미해 디플레이션 우려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파리 테러라는 초대형 돌발악재까지 터지면서 유럽전체적으로 추가 테러 가능성에 대한 공포와 불안감때문에 경제 활동이 위축될 개연성이 크다는게 월가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파리 테러가 유럽 전반에 걸친 내수 위축 요인으로 작용하면 12월 유럽중앙은행(ECB) 통화금융정례회의때 추가적인 양적완화 조치가 나올 가능성은 높아졌다. 하지만 아무리 돈을 많이 풀더라도 지난해 세월호 사태를 겪은 한국인들이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져 한동안 지갑을 닫았던 것처럼 소비위축 현상이 심화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연출될 수도 있다. 추가 테러 불안감속에 유로존내 국경통제가 심화되고 물류 보안검색 등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교역위축현상도 불가피하다는 진단이다. 대규모 난민 유입에 이어 테러 악재까지 겹치면서 유로존 경제는 당분한 힘든 여정을 이어갈 공산이 커졌다.
이번 테러 사태가 유로존을 넘어 글로벌 경제에 적잖은 악영향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위대 국제금융센터 유럽팀장은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 등 신흥국에 집중됐던 테러가 미국, 유럽 등 주요 선진국으로 확산될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한국의 EU 지역 수출은 전체 수출의 9%로 절대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지만 유럽 경제 위축과 함께 EU 수출 비중이 높은 중국 경제가 타격을 입게 되면 얘기는 달라진다. 중국 최대 교역국은 EU다. EU 지역에 대한 중국 수출 감소와 성장률 둔화는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적잖은 부담이 될 수 있다. 한국과 EU간 직접 교역도 줄어들 수 있다. 더 문제는 추가 테러가 발생하면서 세계 전반에 걸쳐 테러 공포가 광범위하게 확산돼 국제 무역이 쪼그라들면서 전세계가 공멸의 길로 빠져들수도 있따는 점이다.
또 글로벌 금융시장은 이번 사태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연내 기준금리 인상 의지에 어떤 영향을 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연준은 지난 8월 중국발 금융 쇼크로 세계 주요 증시가 크게 휘청거릴 때 ‘국제적 여건 악화’를 들어 9월 기준금리를 동결한 전례가 있다. 파리 대형 테러가 세계 경제에 공포감을 전이시키고 글로벌 경제활동을 급격히 위축시키는 신호탄으로 작용할 경우, 연준이 이를 무시하고 기준금리를 올리기는 힘들다는 전망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이번 파리 테러가 지난 2001년 9·11테러만큼의 시장충격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하에 연준이 연내 기준금리 인상 로드맵을 밀어붙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 서울 = 김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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