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경쟁에 내몰린 미국 변호사들이 ‘콜센터’식 법률상담까지 맡고 나섰다.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새로운 개념의 법률 IT업체인 ‘리걸줌(LegalZoom)’ 성공사례를 보도했다. 리걸줌에 등록된 변호사들은 콜센터 직원처럼 사무실에 앉아 한 통화당 최대 30분씩 법률상담을 해주면서 돈을 번다. 통화가 무작위로 연결되는 탓에 고객과 변호사는 별도 계약없이 즉시 법률상담을 진행한다. 고객은 특정 변호사를 요구할 수도 없으니 변호사들간 수입에 차이도 거의 없다.
법률자문을 받으려는 고객은 매달 24달러만 내면 무제한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한번 통화에 최대 30분간 이용하지만 전화가 끊긴뒤 다시 연결해 새로운 변호사와 통화할 수 있다. 리걸줌을 찾는 주요 고객은 재정형편상 전담 변호사를 고용할 수 없는 소규모 회사들이다.
미국 일부 주에서는 콜센터 방식의 법률서비스를 금지하기도 하지만 시장수요가 커지면서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이같은 서비스를 금지해온 노스캐롤라이나주와 변호사협회는 허용하기로 했다.
리걸줌에서 일하는 변호사들은 근무여건에도 만족하고 있다. 격무에 시달리는 로펌 변호사들과 달리, 리걸줌 변호사들은 원하는 시간에 출퇴근하며 하루 10건 남짓 통화만 하면 된다. 물론 더 높은 소득을 원한다면 근무시간을 늘리면 된다.
유명 로펌인 아로요 그룹에서 이직한 변호사 다랍씨는 “예전엔 내 의지와 상관없이 부동산 분야를 맡았는데, 리걸줌에서는 상표권 업무를 골라 전화통화를 한다”며 “소득은 조금 줄었지만 삶은 훨씬 풍부해졌다”고 말했다.
리걸줌 사례는 미국 변호사들의 위상이 추락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현재 미국에는 35만명의 ‘영세 변호사’가 있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2012년 이들의 연평균 수입은 4만9000달러(약 5573만7500원)에 그쳤다. 반면 리걸줌 소속 변호사들의 평균연봉은 6만달러.
리걸줌 설립자인 존 서 대표는 “영세 로펌들은 굳이 대형 로펌들과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려 들 필요는 없다”며 “고객들의 소소한 법률적 불편사항을 손쉽게 해결해주는 것이 우리 목표”라고 강조했다.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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