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수상자의 투표 보이콧만으로는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를 끌어내리기에 역부족이었다.
11일(현지시간) 벨라루스에서 진행된 대통령 선거 결과 알렉산드로 루카셴코(사진·61) 대통령이 5선 연임에 성공했다.
벨라루스 선거관리위원회는 개표 결과 루카셴코 대통령이 83.5%를 얻어 야권 여성 후보이자 민주화 운동가 타티야나 코로트케비치 등을 크게 따돌리고 승리했다고 밝혔다. 득표율은 5년 전보다 3.5% 더 올랐다. 벨라루스 국적의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말대로 “놀랍지 않은 결과”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임기 5년을 더 보장받음으로써 1994년부터 2020년까지 모두 26년간 벨라루스를 통치하게 됐다.
그는 벨라루스가 옛 소련 연방이던 시절 국영 농장 관리인과 소련군 국경수비대로 근무하다 소련 해체 과정에서 정치에 입문해 부패 청산과 소련 잔류 등을 주장하며 대중의 인기를 얻었다. 이후 시장경제를 도입한 다른 공산권 국가와 달리 소련 정책을 유지하며 체제 안정을 도모했다.
부정선거 및 야권 탄압 등으로 2011년 미국과 유럽연합(EU)으로부터 경제제재를 받고 있다. 하지만 최근 정치범과 야권 지도자들을 석방하고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모색하는 평화협상을 주최하자 EU는 제재 해제 방안을 검토 중이다.
최근에는 북한식 권력 세습을 따라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국제사회 이목을 끌고 있다.
그에게는 이혼한 전처 사이에 둔 2명의 성인 아들 외 본인 주치의와 사이에서 낳은 것으로 추정되는 11살짜리 삼남 니콜라이가 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콜야’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막내아들을 정상회담 등 공식석상에 동석 시켰고, 얼마 전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도 데려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부부와 함께 사진을 찍기도 했다.
벨라루스 헌법에 따라 대통령이 되려면 최소 35세가 돼야한다. 루카셴코 대통령이 본인 자리를 막내에게 물려주려면 앞으로 25년 더 집권하든지 헌법을 수정해야 한다.
[이유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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