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수익을 낳은 미국 할리우드 영화의 대부분이 변화하는 사회의 다양성을 담아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이 남부 캘리포니아 대학의 ‘언론·다양성·사회 변화 계획’ 연구 결과를 인용해 6일(현지시간) 전한 내용을 보면 많은 흥행 수익을 올린 영화일수록 백인, 남성, 이성애자만 두드러지게 다뤘다.
남부 캘리포니아 대학 연구진은 2007∼2014년(2011년 제외) 제작된 영화 중 해마다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린 영화 100편을 선정하고 이렇게 모은 전체 영화 700편의 주요 배역과 제작진 등을 분석해 인종, 성별, 성적 소수자의 분포도를 연구했다.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영화를 이끌어가는 화자나 주요 배역에서 여성이 차지한 비율은 전체 배역 3만835명의 30.2%에 불과했다. 3분의 2가 넘는 배역이 남성이었다는 뜻이다.
주요 배역에서 남녀 성별의 균형을 이룬 고수익 영화는 11%에 그쳤다.
감독, 제작자, 작가 등 영화 제작에서 중요한 일을 수행하는 은막 뒤편의 권력자 중에서도 여성은 15.8%에 머물렀다.
유독 여성의 설 자리를 빼앗는 할리우드의 성차별은 악명이 높다. 여성과 소수 민족의 고위직 승진을 막는 조직 내 보이지 않는 장벽을 뜻하는 말로 할리우드 특유의 폐쇄적인 문화를 통칭하는 ‘셀룰로이드 천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인권단체인 미국시민자유총연맹(ACLU)은 2014년 수익을 많이 낸 상위 250개 영화 중 여성 감독의 작품은 고작 7%에 불과하다며 영화계의 심각한 여성 차별 현상을 타파하기 위해 연방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고 지난 5월 촉구하기도 했다.
배역을 인종으로 따져도 백인 의존 현상은 과거와 비교해 전혀 바뀌지 않았다.
작년 흥행 영화 100개 작품 중 주요 배역의 73.1%가 백인으로 집계됐다. 흑인은 12.5%, 히스패닉(스페인 어를 사용하는 인구)이 4.9%, 아시안은 5.3%를 기록했다.
히스패닉 인구가 2060년께 미국 인구의 30%에 육박할 정도로 급성장하고, 이에 반해 현재 다수를 차지하는 백인이 이 시기 50% 이하의 소수로 전락하리라는 인구 전망에도 영화계의 인종 다양성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것이다.
동성 결혼을 바라보는 미국민의 시각이 긍정적으로 바뀐 덕분에 미국 연방대법원이 올해 6월 동성 결혼의 합법화라는 역사적인 판결을 내렸음에도, 할리우드는 이러한 경향도 스크린에 반영하지 못했다.
지난해 흥행 영화 100개에 출연한 주요 배역 4610개 중 동성애·양성애·성전환자(LGBT)의 배역은 19개에 불과했다. 주요 등장인물로 성적 소수자를 1명 이상 내세운 작품도 14개뿐이었다.
영화에 등장한 LGBT의 84%가 백인으로 나타나 백인 편애 현상의 일면을 뒷받침했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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