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납치와 성폭행 등을 당하다가 시골 초등학교의 교사가 된 한 여성의 ‘미담’이 인터넷 공간에서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중국 누리꾼들은 피해 여교사의 삶이 사회관계서비스망(SNS)에 소개되자 인신매매 등을 질타하기는 커녕 운명에 순응하는 여성을 미화하고 ‘롤 모델’로 치켜세웠다며 비틀린 가치관과 정부를 집중 성토했다.
31일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에 따르면 중국 허베이성 취양현의 한 초등학교에서 대리 교사를 하는 가오옌민은 지난 1994년 허베이 스자좡 기차역에서 공장에 취직시켜주겠다는 여자 2명의 꼬임에 빠져 납치됐다.
당시 18세의 나이였던 그녀는 3명의 남자에 넘겨져 이중 한명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2700위안(한화 48만원)에 허베이성 취양현의 양치기 남자에게 팔렸다.
가오가 살았던 샤안촌은 취양현에서도 도로가 개통되지 않은 낙후된 곳으로 그녀는 몇 차례 걸친 탈출과 3차례의 자살 기도가 모두 실패로 돌아가자 교사가 없는 지역 초등학교 대리교사로 일하며 주어진 삶에 적응했다.
그녀의 얘기는 2006년 벽지 학생들에 대한 헌신과 해악을 저지른 당사자들을 용서한 ‘가장 아름다운 시골학교 교사’로 현지 언론에 소개되면서 세간에 알려졌고 2009년에는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젊은 세대들의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와 메신저 위쳇에 다시 그녀의 얘기가 등장하면서 확연히 다른 반응과 평가가 이어졌다.
중국의 누리꾼들은 납치와 인신매매에 대해서는 입을 닫고 가오의 운명에 대한 순응만을 부각하는 비틀린 가치관에 강하게 반발했다. 아울러 그녀의 불행에 책임을 져야할 사람들이 책임을 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오는 등 정부를 겨냥한 성토도 이어졌다.
웨이보에 글을 올린 한 누리꾼은 중국 사회의 비극과 치부가 왜 롤 모델이 돼야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납치범들을 처벌하지 않으면 한발도 더 나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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