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권 도전을 선언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운영한 자선재단을 이용해 뇌물성 후원금을 받았다는 논란이 나오고 있다. 힐러리 측은 정치공세에 불과하다고 부인했지만 사안이 커지면서 공화당도 공격에 가세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3일 러시아인들이 지난 2009∼2013년 미국 우라늄 생산능력의 5분의 1을 소유한 ‘우라늄 원’이라는 회사를 3차례에 걸쳐 점진적으로 인수하는 과정에서 클린턴 가족 소유의 ‘클린턴 재단’이 연루된 정황을 추가 폭로했다.
NYT에 따르면 국가안보 전략자산인 우라늄 거래에 대한 인허가권을 가진 여러 미국 정부 부처 가운데 힐러리 클린턴 당시 장관이 이끌던 국무부가 포함됐고 공교롭게 우라늄 원 회장이 자신의 가족 재단을 통해 235만달러(약 25억4000만원)를 클린턴재단에 기부했다.
신문은 또 “러시아인들이 우라늄 원의 과반 지분을 인수한다고 발표한 직후 남편 클린턴 전 대통령은 모스크바 연설 대가로 크렘린과 연계된 러시아 투자은행으로부터 50만 달러를 받았다”며 “이들 기부가 우라늄 거래에 모종의 역할을 했는지 알려지지 않았으나 클린턴 재단에 특별한 윤리적 문제를 제기한다”고 말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도 자체 분석 결과 클린턴 전 대통령이 백악관을 떠난 후 클린턴재단의 주요 기부자이기도 한 회사나 단체로부터 연설 대가로 받은 돈이 최소 2600만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WP는 “이 같은 액수는 클린턴이 지난 2001∼2013년 연설 수입으로 벌어들인 전체 액수의 약 4분의 1”이라며 “클린턴 부부의 재단 관련 업무와 개인 재산 증식이 얼마나 밀접하게 얽혀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클린턴 전 장관의 뇌물성 후원금 논란은 공화당 성향의 보수연구소를 이끄는 피터 슈바이처가 쓴 ‘클린턴 캐시: 클린턴 부부를 부자로 만든 외국 정부와 기업들의 비법’이라는 저서 내용이 지난 19일 공개되면서 다시 촉발됐다.
다음날 공화당 잠룡 가운데 한 명으로 이미 대선 출마를 선언한 랜드 폴(켄터키) 상원의원이 보수성향 언론인 폭스뉴스에 출연해 클린턴 때리기에 가세했다.
그는 클린턴재단이 그간 여성들의 인권상황이 열악한 사우디 아라비아 등 중동국가들로부터 기부금을 거둔 사실을 들추며 “외국 정부와 기관들로부터 나온 엄청난 돈과 관계한 사람이 미국의 대통령이 된다면 신뢰할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앞서 공개된 슈바이처의 ‘클린턴 캐시’는 외국 정부나 해외 기업들이 클린턴 전 장관이 국무장관으로 재직하던 지난 2009년 1월부터 2013년 2월까지 클린턴재단에 거액의 후원금을 전달하고 추후 국무부 정책의 수혜자가 됐다는 주장을 담았다.
클린턴 전 장관은 20일 후원금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앞으로 온갖 종류의 방해와 공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일축했지만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클린턴 재단은 해당 재단이 외국 정부로부터 받은 기부금 수억 달러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는 로이터 통신의 최근 보도가 나온 뒤 소득신고와 회계감사 등을 다시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이날 밝혔다.
로이터는 이 재단이 2010∼2013년 외국 정부의 기부금을 받은 바 없다고 주장했지만 사실은 그 기간 기후변화와 경제발전과 관련한 재단의 사업에 외국 정부가 수십억 달러를 기부했다고 보도했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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