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법무부와 협력해 미국 시민들의 휴대전화 정보를 수집해온 사실이 들어나 범죄수사와 개인정보보호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범죄자 체포도 중요하지만 영장없이 무고한 시민들의 개인정보는 물론 휴대전화 통화 및 문자메시지를 도청할 우려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CIA와 법무부 소속 연방보안국이 ‘더트박스’로 불리는 가짜 이동전화기지국이 탑재된 경비행기를 사용해 개인정보를 수집했다고 보도했다. 이 경비행기는 상공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수천명의 사람들의 정보를 분석한뒤 목표물을 골라낸다. 더트박스는 거짓 기지국 역할을 하면서 가까운 휴대폰으로부터 고유의 개인정보를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불특정다수의 휴대전화사용자는 잠시동안 통화장애를 겪기도 한다.
이같은 기술은 미군과 미 정보당국이 해외에서 테러리스트를 찾기 위해 사용하고 있지만 민간인을 상대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CIA는 법적으로 미국내에서의 활동이 금지돼 있기 때문에 이 논란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파문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앤드류 크로커 전자 프론티어재단 직원은 “더트박스 프로그램은 사생활침해가 틀림없으며 미국 정보기관이 이같은 기술을 사용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현재 전자 프론티어 재단은 미국 정부가 ‘정보의 자유법’을 어겼다며 소송을 건 상태다.
WSJ에 따르면 CIA와 연방보안국간에 협력은 10년 전부터 시작됐다. 당시 CIA는 연방보안국으로부터 100만달러(11억3380만 원)를 받아 감시시스템 개발에 착수했으며 수 년간 1억달러 넘게 시스템 연구와 개발비용에 투입했다.
CIA와 법무부는 더트박스 사용 여부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다. CIA 대변인은 공식발표를 통해 “우리는 미국 정부기관들과 합법적이고 책임감있게 일해왔다”며 민간인에 대한 더트박스 사용 의혹을 부인했다.
[박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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