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를 방문 중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5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민간 핵협정과 기후변화 대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간 협력을 약속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민간 핵협정이다. 두 정상은 민간 핵협정 관련 미국 원자력발전업체의 인도 투자를 막는 걸림돌을 치우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국은 지난 2008년 협정을 맺었으나 지난 2010년 인도에서 제정된 관련법은 원전 사고 발생시 이에 따른 피해액을 미국 공급업체에 청구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사실상 미국기업들 투자를 방해하는 역할을 해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우리는 기후변화에 공동 대처하고 청정에너지 사용을 증진하기로 합의했다”며 "미국은 인도가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국제사회의 탄소배출량 축소 압력에 대응하는 동시에 빈민지역에 충분한 전력을 공급해야하는 인도 정부의 절박함과 원전 수출을 꾀하고 있는 미국측의 니즈가 맞아떨어진 결과라 할 수 있다. 인도 정부는 전체 전력공급의 4%인 원전 비중을 오는 2050년까지 25%로 높이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협정이 현실화되면 최대 700억달러 규모에 달하는 인도 원자력 발전 프로젝트 미국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양국 정상은 방위조약도 개정해 공동으로 무인비행기 등 새 무기를 개발하는 등 국방 분야에서도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밖에도 두 정상은 해상안보 협력 강화, 세계적 테러 대응, 주민 생활 향상을 위한 무역·투자 협력 등에 뜻을 같이했다고 발표했다. 양국은 이날 오바마 대통령이 인도의 유엔 상임이사국 진출 지지한다는 뜻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인도가 헌법을 채택한 공화국의 날(1월 26일) 행사의 주빈으로 초청돼 부인 미셸 여사와 함께 인도를 방문 중이다. 뉴델리 팔람 군사공항에 직접 영접을 나간 모디 총리는 오바마 대통령을 '버락'이라고 부르며 함께 총리실 정원을 거닐고 대화를 나누는 등 친밀한 모습을 보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26일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최초로 인도 공화국 기념일 행사에 참석한다. 이어 최근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이 사망한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하기 위해 27일 출국할 예정이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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