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골퍼의 유명세를 확인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하나가 광고 출연이다. 당대 최고의 인기를 끄는 선수들만이 광고를 촬영하는 특별한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저스틴 토머스(미국), 아담 스콧(호주) 등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최고의 선수들과 함께 한 골프 브랜드 광고에 출연한 한국 선수가 있다. '한국 남자골프의 에이스' 임성재(24)다. 지난해 처음 아이언 광고에 모습을 드러냈던 그는 제5의 메이저 대회로 불리는 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총상금 2000만달러) 개막을 이틀 앞둔 8일(한국시간) 드라이버 신제품 촬영을 마쳤다. 한국 선수가 이 브랜드 클럽 광고에 출연한 건 임성재가 처음이다.
"TV에서 보던 선수들과 함께 광고 촬영을 한다는 게 지금도 신기하다. 또 하나의 즐거운 추억이 생겼다"며 환하게 웃은 임성재는 "내 실력은 객관적으로 봤을 때 아직 톱랭커라고 불릴 정도는 아닌 것 같다. 격차가 많이 나는 건 아니지만 세계랭킹 10위 이내 선수들과 비교해 2% 부족하다. 세계랭킹을 10위 이내로 끌어올릴 때까지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성장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아직 갈 길이 멀다며 몸을 낮췄지만 임성재가 PGA 투어에서 작성한 기록은 엄청나다. 2018~2019시즌부터 PGA 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그는 통산 2승을 포함해 3시즌 연속 투어 챔피언십에 출전하는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데뷔 시즌에는 아시아 선수 최초로 PGA 투어 신인상을 받기도 했다.
2021~2022시즌에도 대회당 벌어들인 평균 상금이 22만6765달러(약 2억8000만원)일 정도로 남다른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슈라이너스 아동병원 오픈 우승을 포함해 톱10에 4번 이름을 올린 임성재의 페덱스컵 랭킹은 5위다. 11일(한국시간)부터 나흘간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 베드라 비치의 TPC소그래스 스타디움 코스에서 열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그는 시즌 5번째 톱10을 정조준하고 있다.
임성재는 "지난 2주간 혼다 클래식과 아놀드파머 인비테이셔널을 치르면서 난도가 높은 코스에 대한 적응을 마쳤다"며 "이번 대회가 열리는 TPC소그래스 스타디움 코스에서는 물에 빠지지 않는 게 중요하다. 미리 세워 놓은 공략대로 차분하게 경기를 치러보겠다"고 강조했다.
둘째 날까지는 컷 통과를 목표로 하고 주말에 상위권 진입을 노리는 임성재는 이번에는 다른 전략으로 임한다. 대회 셋째 날 경기가 열리는 13일 폭우가 예보돼 있는 만큼 첫날부터 공격적인 플레이를 계획하고 있다. 그는 "이번 대회가 열리는 주말에 날씨가 좋지 않기 때문에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서는 첫날과 둘째 날 성적이 중요하다"며 "버디를 잡아야 하는 홀과 타수를 지켜야 하는 홀을 확실히 나눠 자신 있게 쳐보겠다"고 전략을 설명했다.
치열하게 페덱스컵과 상금랭킹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임성재에게 이번 대회는 중요하다. 일반 대회보다 많은 페덱스컵 포인트와 상금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 우승자는 페덱스컵 포인트 600점과 상금 360만달러를 받는다. 임성재는 "연습 라운드를 치르면서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은 다른 대회와 확실히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2019년 홀인원을 하고 지난해 공동 17위에 올랐던 좋은 기억을 살려 즐겁게 경기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대회를 위해 임성재는 드라이버와 아이언, 쇼트 게임 등 만반의 준비를 했다. 가장 집중해서 연습한 건 퍼트다. 혼다 클래식에서 퍼트에 발목이 잡혀 컷 탈락했던 임성재는 일자 테이크어웨이로 교정한 뒤 퍼트에 대한 자신감을 되찾았다. 임성재는 "퍼트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면서 다른 샷에 대한 부담감이 줄었다"며 "응원해주는 한국팬들에게 경기가 끝나는 월요일 아침 기분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도록 온 힘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두 개 대회에서 PGA 투어가 선정한 우승 후보에 포함됐던 임성재는 이번에도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우승 후보 17위로 꼽힌 임성재가 정상에 오르면 최경주(52), 김시우(27)에 이어 이 대회에서 우승한 세 번째 한국 선수가 된다.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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