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로 큐 놨던 ‘자동차 영업사원’, 프로당구 챌린지투어 3차전 정상

“우승 상금(500만원) 모두 지금까지 고생한 아내에게 선물해야죠.”
14일 오후 서울 성북구 PBC캐롬클럽에서 열린 2021-22시즌 ‘헬릭스 PBA 챌린지투어(3부) 3차전’ 결승전에서 곽지훈(37)이 남중모(53)를 세트스코어 3-0(15-13 15-10 15-14)으로 꺾고 대회 정상에 섰다.
대회 256강부터 무려 8연승을 내달리며 우승 트로피를 거머쥔 곽지훈은 상금 500만 원과 랭킹포인트 5000점을 추가하며 시즌 랭킹 선두(5525점)로 뛰어오르며 차기 시즌 1부투어 직행 티켓에 크게 가까워졌다.
2008년 당구를 시작한 이후 가장 큰 상금을 손에 넣은 곽지훈은 몇 번이고 당구 선수를 포기하려 했단다. 군 전역 후 당구를 제대로 배우고 싶어 본격적인 선수 생활을 시작했지만 3년도 채 되지 않아 생활고에 큐를 내려놨고, 그렇게 생계를 찾아 기아자동차 대리점(수원 인계동 영광제일점)의 ‘영업맨’이 됐다.
“마음 한 켠에 늘 당구 선수를 두고 있었지만 형편이 따라주지 않았어요.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았을 때인 2019년에 프로당구가 출범했는데, ‘프로’라는 두 글자가 너무 매력적이었어요. 큰 마음을 먹고 도전했지만 첫째 아이가 태어나면서 좋은 성적을 내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트라이아웃에서는 목 부상이 와서 고배를 마셨죠.”
그렇게 1부 무대에는 실패했지만, 2부 투어에서는 7차전(쏘팔코사놀 드림투어) 8강에 오르는 등 상금랭킹 67위로 잔류에 성공했다. 하지만 두번째 시즌에는 결국 136위에 그치면서 챌린지투어로 강등됐다.
“두 번째 시즌에는 둘째 아들이 태어나면서 시합에 빠지는 날이 많았어요. 연습을 해야하는데 아내 혼자 두 아이를 감당하기에는 너무 벅차더라고요. 아내가 많은 부분을 배려해줬지만, 연습량에서 차이가 나니 어쩔 수가 없더라고요. 정말 자존심이 상했지만 3부에서 차근히 올라가자라는 생각으로 이번 시즌에 돌입했죠.”
늦은 만큼 더욱 이를 갈았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조금씩 짬이 생겼고, 온전히 연습하는데만 집중했다. 오후 6시에 업무를 마치면 곧장 PBA 1부투어 선수 황득희(PBA 선수위원장)가 운영하는 당구클럽(수원 팔달구)으로 향했다. 약 10명의 PBA 1~3부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며 기량을 끌어올렸다. 그렇게 결국 3차 투어만에 정상에 올랐고, 꿈에 그리던 1부 투어 승격에 가까워졌다.
“당구를 치고싶은데 아내에게 너무 미안해서 말을 꺼낼 수도 없더라고요. 그래도 그 덕분에 짧은 시간에 집중해서 연습하는 방법을 알게 됐고, 황득희 선배님 등 저를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우승했으니 이제 시작이죠. 오늘만 기뻐하고 내일부터 초심으로 돌아가서 열심히 연습할래요. 내년에 꼭 1부로 승격해서 두 아들(도겸, 도원)에게 당당한 아빠가 되고 싶어요.”
당구를 대하는 태도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곽지훈은 1부투어에서 활약중인 ‘스페인 듀오’ 다비드 사파타(블루원리조트)와 다비드 마르티네스(크라운해태)의 영상을 자주 본단다. “(사파타와 마르티네스는) 당구를 대하는 자세가 늘 진지하고 프로다워요. 존경한다거나 우상이라는 뜻은 아니에요. 언젠가 1부투어에서 만나게 될 텐데, 그런 마음을 갖고 있으면 경기 전부터 지고 들어가는 기분이라서요. 하하.”
한편, 지난 3일간 치러진 이번 대회는 총 327명이 참가, 토너먼트 방식으로 우승자를 가렸다. 512강~32강까지 30점 단판, 16강부터는 세트제(15점)로 치러졌다. 16강부터 4강전은 3전2승제, 결승전은 결승전은 7전 4승제로 승부를 가렸다.
[안준철 MK스포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