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2년 전 생각이 많이 났죠. 원래 다른 팀 경기는 잘 안 보는데, 한국시리즈가 봐더지라고요. 이제 마음을 조금 내려놓은 것 같습니다.”
‘동미니칸’ 한동민(31·SK와이번스)의 2020년 겨울 남들보다 더 빨리 찾아왔다. 아팠다. 부상이었다. 우승권이라고 평가를 받았던 SK는 9위로 추락했다. 한동민의 2020시즌 성적은 62경기 출전 타율 0.249 15홈런 31타점이다. 9월초 부상으로 일찍 시즌을 마쳤다.
유독 부상이 많았던 한 해였다. 지난 5월 자신의 파울 타구에 우측 정강이를 맞고 미세골절상을 당해 약 7주를 쉬었다. 그는 7월 중순 복귀해 두 달 가량 출장했으나 지난 9월 8일 수비 도중 왼손 엄지손가락을 다쳤다. 인대파열, 수술을 받고 재활이 시작됐다.
지난 겨울 흘린 땀은 이미 식은 지 오래됐다. 한동민은 이제 올 겨울 새로 흘리는 땀에 젖어 지내고 있다. SK 마무리 훈련에서도 재활조로 분류돼 재활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부상 부위가 100% 회복된 건 아니다. 최근 올라온 SK 구단 자체 영상에서 박창민 컨디셔닝 코치의 치료를 받는 한동민은 고통 속에 몸부림쳤다. 한동민은 “수술하기 전보다는 움직임이 아직까진 부자연스럽고 불편하다. (그래도) 내년 스프링캠프를 목표로 하고 있어서 급하게 하는 거보다는 완전하게 다져서 가려고 천천히 하고 있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스프링캠프가 시작하는 내년 2월 1일까지는 부상을 훌훌 털고 기술 훈련에 들어갈 수 있는 몸 상태까지 끌어 올려야한다. 한동민은 “이제 수술 한지 두 달이 넘었다. 병원에서는 깁스까지 4개월을 잡으면서 ‘1월 중순쯤에는 베스트로 할 수 있다’라고 말해줬다. 그런데 거기에 오차 범위가 있을 수 있는 것이고, 마음 편하게 2월 1일을 기준으로 잡고, 그렇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원형 신임 감독은 부임 후 취재기자들과 인터뷰에서 내년에 살아나야 할 선수로 한동민을 콕 집었다. 비록 불의의 부상이고 운이 없었지만, 운도 실력이라는 내용이었다. 한동민은 “요즘은 사실 기사를 잘 안 보는데 주변 분들이 얘기를 해줘서 읽어봤다”며 “계속 내 이름이 언급되긴 하더라. 부담도 좀 되고, 그런데 어떻게 보면 그 말씀(운도 실력이다)이 맞는 말씀이기 때문에 내가 할 도리를 해야 한다. 운이 없다는 건 자기합리화밖에 되지 않는다. 아직까진 프랜차이즈 스타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한팀에 오래 있었다. 내년이면 SK에 10년째 몸담고 있다. 나이도 중고참이다”라고 무겁게 입을 뗐다. 실제로 김원형 감독과 면담에서 한동민은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부상으로 중심타자 역할을 하지 못한 책임감 때문이었다.
2년 전인 2018년 최고의 한 해를 보냈던 한동민이다. 그 해 41홈런 115타점으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맹활약하며 두산 상대로 SK가 4승 2패, 우승을 확정짓는데 앞장섰다. 한국시리즈 MVP의 몫은 한동민 차지였다.
2년 전 기억은 한동민에게 또 다른 동기 부여가 되고 있다. 한동민은 “다치고 나서 (남은 정규시즌을) 안 봤다. 그런데 한국시리즈는 또 봐지더라. 어떻게 보면 배울 수 있는 시간이 될 수도 있고, ‘내년엔 우리가 저렇게 했으면 좋겠다’라는 마음가짐도 가질 수 있는 시간이 됐던 것 같다”면서 “재활훈련을 하러 구장(SK행복드림구장)에 나오면 선수들이 다 그 얘기를 하더라. (이번 한국시리즈를 보니까) 2018년에 그런 기분이 새록새록 생각났다. 요즘은 영상을 잘 찾아볼 수 있어서, 2년 전 영상을 찾아본 선수들이 많았다. 다시 한 번 (한국시리즈 무대에) 설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힘든 재활 과정이지만, 한동민은 과거 큰 부상을 당하고 재활을 거쳐 복귀했던 경험이 있다. 상무시절 팔꿈치 수술을 했고, 팀의 주축 타자로 거듭난 2017년에는 경기 도중 발목 부상을 당해 수술대에 올랐다. 올해까지 3차례 수술과 재활을 했다. 그는 “자랑은 아니지만, (재활에 대한) 내공이 쌓인 건 사실이다”라며 “모든 선수가 열심히 하고, 나도 그랬는데 실력으로 평가가 아닌 계속해서 부상으로 이탈하니까 올 시즌은 많이 지쳤다. 2017년 당시도 많이 힘들었지만, 그 시즌은 내가 스탠스를 좋게 만들어 가는 과정이었고 결과가 좋았다. 그런데 올해는 팀도 안 되고 저도 안 되고 하다 보니까 (스트레스가) 배로 왔던 거 같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제 다시 마음을 다잡고 건강한 복귀만을 생각하고 있는 한동민이다. 그는 “올해 코로나19 때문에 다들 힘들었는데, 코로나19는 좋아질 거고 내년, 내후년 시즌도 있다. ‘이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스스로가 증명하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하면서 재활에 임하고 있다”며 “12월, 1월 야구장에서 살아야 한다. 재활조는 스케줄을 받아서 운동할 수 있다. 남들 쉰다고 똑같이 쉴 수 없는 상황이다. 시간은 금방 간다”고 강조했다.
2021년 한동민의 머릿 속은 별 다른 게 없다. “이제는 안 아프고 야구를 하고 싶습니다. 야구장에서 많이 뛰고 이름을 더 알리고 싶습니다. 안 아프고 잘하는 선수가 돼서 개인 성적도 좋아지고, 팀이 올해 너무 안 좋았는데 저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 모두가 잘해서 내년만큼은 다시 SK의 명성을 찾아서 야구를 좀 오래 하고 싶습니다.” 그러면서 소망 하나를 덧붙였다. “이제는 잘해서 인터뷰하고 싶습니다.”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년 전 생각이 많이 났죠. 원래 다른 팀 경기는 잘 안 보는데, 한국시리즈가 봐더지라고요. 이제 마음을 조금 내려놓은 것 같습니다.”
‘동미니칸’ 한동민(31·SK와이번스)의 2020년 겨울 남들보다 더 빨리 찾아왔다. 아팠다. 부상이었다. 우승권이라고 평가를 받았던 SK는 9위로 추락했다. 한동민의 2020시즌 성적은 62경기 출전 타율 0.249 15홈런 31타점이다. 9월초 부상으로 일찍 시즌을 마쳤다.
유독 부상이 많았던 한 해였다. 지난 5월 자신의 파울 타구에 우측 정강이를 맞고 미세골절상을 당해 약 7주를 쉬었다. 그는 7월 중순 복귀해 두 달 가량 출장했으나 지난 9월 8일 수비 도중 왼손 엄지손가락을 다쳤다. 인대파열, 수술을 받고 재활이 시작됐다.
지난 겨울 흘린 땀은 이미 식은 지 오래됐다. 한동민은 이제 올 겨울 새로 흘리는 땀에 젖어 지내고 있다. SK 마무리 훈련에서도 재활조로 분류돼 재활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부상 부위가 100% 회복된 건 아니다. 최근 올라온 SK 구단 자체 영상에서 박창민 컨디셔닝 코치의 치료를 받는 한동민은 고통 속에 몸부림쳤다. 한동민은 “수술하기 전보다는 움직임이 아직까진 부자연스럽고 불편하다. (그래도) 내년 스프링캠프를 목표로 하고 있어서 급하게 하는 거보다는 완전하게 다져서 가려고 천천히 하고 있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스프링캠프가 시작하는 내년 2월 1일까지는 부상을 훌훌 털고 기술 훈련에 들어갈 수 있는 몸 상태까지 끌어 올려야한다. 한동민은 “이제 수술 한지 두 달이 넘었다. 병원에서는 깁스까지 4개월을 잡으면서 ‘1월 중순쯤에는 베스트로 할 수 있다’라고 말해줬다. 그런데 거기에 오차 범위가 있을 수 있는 것이고, 마음 편하게 2월 1일을 기준으로 잡고, 그렇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원형 신임 감독은 부임 후 취재기자들과 인터뷰에서 내년에 살아나야 할 선수로 한동민을 콕 집었다. 비록 불의의 부상이고 운이 없었지만, 운도 실력이라는 내용이었다. 한동민은 “요즘은 사실 기사를 잘 안 보는데 주변 분들이 얘기를 해줘서 읽어봤다”며 “계속 내 이름이 언급되긴 하더라. 부담도 좀 되고, 그런데 어떻게 보면 그 말씀(운도 실력이다)이 맞는 말씀이기 때문에 내가 할 도리를 해야 한다. 운이 없다는 건 자기합리화밖에 되지 않는다. 아직까진 프랜차이즈 스타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한팀에 오래 있었다. 내년이면 SK에 10년째 몸담고 있다. 나이도 중고참이다”라고 무겁게 입을 뗐다. 실제로 김원형 감독과 면담에서 한동민은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부상으로 중심타자 역할을 하지 못한 책임감 때문이었다.
2년 전인 2018년 최고의 한 해를 보냈던 한동민이다. 그 해 41홈런 115타점으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맹활약하며 두산 상대로 SK가 4승 2패, 우승을 확정짓는데 앞장섰다. 한국시리즈 MVP의 몫은 한동민 차지였다.
2년 전 기억은 한동민에게 또 다른 동기 부여가 되고 있다. 한동민은 “다치고 나서 (남은 정규시즌을) 안 봤다. 그런데 한국시리즈는 또 봐지더라. 어떻게 보면 배울 수 있는 시간이 될 수도 있고, ‘내년엔 우리가 저렇게 했으면 좋겠다’라는 마음가짐도 가질 수 있는 시간이 됐던 것 같다”면서 “재활훈련을 하러 구장(SK행복드림구장)에 나오면 선수들이 다 그 얘기를 하더라. (이번 한국시리즈를 보니까) 2018년에 그런 기분이 새록새록 생각났다. 요즘은 영상을 잘 찾아볼 수 있어서, 2년 전 영상을 찾아본 선수들이 많았다. 다시 한 번 (한국시리즈 무대에) 설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힘든 재활 과정이지만, 한동민은 과거 큰 부상을 당하고 재활을 거쳐 복귀했던 경험이 있다. 상무시절 팔꿈치 수술을 했고, 팀의 주축 타자로 거듭난 2017년에는 경기 도중 발목 부상을 당해 수술대에 올랐다. 올해까지 3차례 수술과 재활을 했다. 그는 “자랑은 아니지만, (재활에 대한) 내공이 쌓인 건 사실이다”라며 “모든 선수가 열심히 하고, 나도 그랬는데 실력으로 평가가 아닌 계속해서 부상으로 이탈하니까 올 시즌은 많이 지쳤다. 2017년 당시도 많이 힘들었지만, 그 시즌은 내가 스탠스를 좋게 만들어 가는 과정이었고 결과가 좋았다. 그런데 올해는 팀도 안 되고 저도 안 되고 하다 보니까 (스트레스가) 배로 왔던 거 같다”고 덧붙였다.
지난 9월 8일 SK와 키움의 8회초 1사 1, 3루에서 SK 한동민 우익수가 키움 김하성의 타구에 몸을 던졌지만 잡지 못하고 있다. 당시 한동민은 손가락 부상을 당했다. 사진=김영구 기자
무엇보다 주변의 시선을 적잖이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 한동민은 “주변에서도 ‘1~2년 바짝 하더니 이젠 안 된다’라는 말도 많이 나오고, 많이 속상했다”며 씁쓸하게 웃었다.하지만 이제 다시 마음을 다잡고 건강한 복귀만을 생각하고 있는 한동민이다. 그는 “올해 코로나19 때문에 다들 힘들었는데, 코로나19는 좋아질 거고 내년, 내후년 시즌도 있다. ‘이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스스로가 증명하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하면서 재활에 임하고 있다”며 “12월, 1월 야구장에서 살아야 한다. 재활조는 스케줄을 받아서 운동할 수 있다. 남들 쉰다고 똑같이 쉴 수 없는 상황이다. 시간은 금방 간다”고 강조했다.
2021년 한동민의 머릿 속은 별 다른 게 없다. “이제는 안 아프고 야구를 하고 싶습니다. 야구장에서 많이 뛰고 이름을 더 알리고 싶습니다. 안 아프고 잘하는 선수가 돼서 개인 성적도 좋아지고, 팀이 올해 너무 안 좋았는데 저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 모두가 잘해서 내년만큼은 다시 SK의 명성을 찾아서 야구를 좀 오래 하고 싶습니다.” 그러면서 소망 하나를 덧붙였다. “이제는 잘해서 인터뷰하고 싶습니다.”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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