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한국축구 스트라이커의 계보를 이었던 ‘K리그의 살아있는 전설’ 이동국(41·전북현대)이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이동국은 2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4분34초 영상과 함께 은퇴를 밝혔다.
“안녕하세요. 축구선수 이동국입니다. 저는 오늘 조금 무거운 이야기를 전해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 운을 뗀 그는 “이렇게 아쉬움과 고마움이 함께했던 올 시즌을 끝으로 저는 제 인생에서 모든 것을 쏟았던 그라운드를 떠나기로 결심했습니다”라고 말했다.
포항스틸러스 유스 출신으로 1998년 프로에 입문한 이동국은 25일 현재 K리그 통산 547경기 228득점 77도움을 기록했다.
K리그 최초로 네 차례(2009·2011·2014·2015년)나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한 이동국은 신인상(1998년), 득점왕(2009년), 도움왕(2011년)까지 석권하며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K리그 통산 최다 득점 기록을 보유한 이동국은 필드플레이어 최다 출전 기록도 세웠다. 그보다 많은 경기를 뛴 이는 골키퍼 김병지(706경기·1992~2015년)뿐이다.
이동국은 “축구선수라는 이름을 더 이상 쓸 수 없지만 은퇴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오랜 생각 끝에 내린 결정입니다. 2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그라운ㄷ 안팎에서 수많은 분들의 격려와 사랑으로 축구선수 이동국으로 불렸기 때문에 아쉬움보다는 감사한 마음으로 축구화를 벗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라고 전했다.
전북은 이동국을 영입한 첫 시즌인 2009년 K리그 정상에 등극했다. 이후 2011, 2014, 2015, 2017, 2018, 2019년에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25일 울산현대를 1-0으로 꺾고 선두에 오르면서 통산 여덟 번째 우승을 눈앞에 뒀다.
오는 11월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2020 K리그1 파이널A 27라운드 대구FC전이 이동국의 548번째 K리그 경기이자 마지막 K리그 경기다.
이동국은 “특히 전북에서 20번을 달고 뛰었던 기억은 정말 많이 그립고 절대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다가오는 홈경기가 등 번호 20번을 달고 팬들과 함께하는 마지막 경기라고 생각하니 첫 프로 경기에 나설 때의 기억과 함께 더 많이 긴장되고 벌써부터 가슴이 먹먹해 옵니다”라고 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팬분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제 마지막 모습이 결코 헛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다음은 이동국이 SNS에 올린 글 전문.
안녕하세요. 축구선수 이동국입니다.
저는 오늘 조금 무거운 이야기를 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처음 축구화를 신고 공을 차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저 축구가 좋아서 먼 거리를 새벽 등교를 해서 학교가 끝나면 해 질 녘까지 공을 차던 저는 마침내 제 꿈이었던 프로축구선수가 됐습니다.
제가 처음 프로 무대를 밟았던 1998년의 기억은 IMF로 인해서 모든 국민들이 시련과 고통을 겪던 시절이었습니다.
그 시절 축구로 많은 분들이 희망을 갖길 원했고 오늘까지도 선수 한 명으로서가 아닌 대한민국 축구선수로서 사명감을 갖고 팬들과 함께 그라운드를 뛰었습니다.
어느덧 프로선수 23년째인 올해는 코로나19라는 안타까운 시국으로 많은 팬들과 함께하지 못해 저에게는 마치 잃어버린 1년과도 같았습니다.
그만큼 팬들의 소중함을 더욱 절실히 느낄 수 있었던 한해였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아쉬움과 고마움이 함께했던 올 시즌을 끝으로 저는 제 인생에서 모든 것을 쏟았던 그라운드를 떠나기로 결심했습니다.
축구선수라는 이름을 더 이상 쓸 수 없지만 은퇴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오랜 생각 끝에 내린 결정입니다.
2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그라운ㄷ 안팎에서 수많은 분들의 격려와 사랑으로 축구선수 이동국으로 불렸기 때문에 아쉬움보다는 감사한 마음으로 축구화를 벗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비록 한분 한분에게 감사의 마음을 직접 전해드릴 순 없지만 그 마음만큼은 언제나 가슴 깊이 오래도록 간직하겠습니다.
저를 축구선수로서 성장시키고 프로라는 이름을 얻게 해준 포항스틸러스와 이동국이라는 이름을 다시금 많은 이들에게 전하고 마음껏 제 기량을 펼칠 수 있게 해준 전북현대모터스 그리고 팬 여러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또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가대표로서 뛸 수 있게 기회를 준 국민 여러분과 모든 분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저는 참 행복한 축구선수였던 것 같습니다.
‘라이언킹’에서 ‘대박이 아빠’까지 많은 분들에게 오랜 시간 여러 이름으로 불렸던 것만큼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제가 받은 관심과 사랑, 그 이상의 행복을 더 많은 후배들이 느낄 수 있도록 그라운드 밖에서 최선을 다하고 노력하는 이동국이 되겠습니다.
푸른 잔디의 짙은 풀냄새와 함께 경기장을 나섰던 기억, 유니폼을 입고 뜨겁게 제 이름을 불러주셨던 팬들의 환호, 그리고 팬들과 함께 했던 모든 기쁨과 영광의 순간들, 수많은 기억을 이제는 추억으로 간직하며 가슴에 깊이깊이 새기겠습니다.
특히 전북에서 20번을 달고 뛰었던 기억은 정말 많이 그립고 절대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다가오는 홈경기가 등 번호 20번을 달고 팬들과 함께하는 마지막 경기라고 생각하니 첫 프로 경기에 나설 때의 기억과 함께 더 많이 긴장되고 벌써부터 가슴이 먹먹해 옵니다.
하지만 팬분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제 마지막 모습이 결코 헛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저를 사랑해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rok1954@maekyung.com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축구 스트라이커의 계보를 이었던 ‘K리그의 살아있는 전설’ 이동국(41·전북현대)이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이동국은 2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4분34초 영상과 함께 은퇴를 밝혔다.
“안녕하세요. 축구선수 이동국입니다. 저는 오늘 조금 무거운 이야기를 전해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 운을 뗀 그는 “이렇게 아쉬움과 고마움이 함께했던 올 시즌을 끝으로 저는 제 인생에서 모든 것을 쏟았던 그라운드를 떠나기로 결심했습니다”라고 말했다.
포항스틸러스 유스 출신으로 1998년 프로에 입문한 이동국은 25일 현재 K리그 통산 547경기 228득점 77도움을 기록했다.
K리그 최초로 네 차례(2009·2011·2014·2015년)나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한 이동국은 신인상(1998년), 득점왕(2009년), 도움왕(2011년)까지 석권하며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K리그 통산 최다 득점 기록을 보유한 이동국은 필드플레이어 최다 출전 기록도 세웠다. 그보다 많은 경기를 뛴 이는 골키퍼 김병지(706경기·1992~2015년)뿐이다.
이동국은 “축구선수라는 이름을 더 이상 쓸 수 없지만 은퇴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오랜 생각 끝에 내린 결정입니다. 2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그라운ㄷ 안팎에서 수많은 분들의 격려와 사랑으로 축구선수 이동국으로 불렸기 때문에 아쉬움보다는 감사한 마음으로 축구화를 벗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라고 전했다.
전북은 이동국을 영입한 첫 시즌인 2009년 K리그 정상에 등극했다. 이후 2011, 2014, 2015, 2017, 2018, 2019년에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25일 울산현대를 1-0으로 꺾고 선두에 오르면서 통산 여덟 번째 우승을 눈앞에 뒀다.
오는 11월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2020 K리그1 파이널A 27라운드 대구FC전이 이동국의 548번째 K리그 경기이자 마지막 K리그 경기다.
이동국은 “특히 전북에서 20번을 달고 뛰었던 기억은 정말 많이 그립고 절대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다가오는 홈경기가 등 번호 20번을 달고 팬들과 함께하는 마지막 경기라고 생각하니 첫 프로 경기에 나설 때의 기억과 함께 더 많이 긴장되고 벌써부터 가슴이 먹먹해 옵니다”라고 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팬분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제 마지막 모습이 결코 헛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다음은 이동국이 SNS에 올린 글 전문.
안녕하세요. 축구선수 이동국입니다.
저는 오늘 조금 무거운 이야기를 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처음 축구화를 신고 공을 차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저 축구가 좋아서 먼 거리를 새벽 등교를 해서 학교가 끝나면 해 질 녘까지 공을 차던 저는 마침내 제 꿈이었던 프로축구선수가 됐습니다.
제가 처음 프로 무대를 밟았던 1998년의 기억은 IMF로 인해서 모든 국민들이 시련과 고통을 겪던 시절이었습니다.
그 시절 축구로 많은 분들이 희망을 갖길 원했고 오늘까지도 선수 한 명으로서가 아닌 대한민국 축구선수로서 사명감을 갖고 팬들과 함께 그라운드를 뛰었습니다.
어느덧 프로선수 23년째인 올해는 코로나19라는 안타까운 시국으로 많은 팬들과 함께하지 못해 저에게는 마치 잃어버린 1년과도 같았습니다.
그만큼 팬들의 소중함을 더욱 절실히 느낄 수 있었던 한해였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아쉬움과 고마움이 함께했던 올 시즌을 끝으로 저는 제 인생에서 모든 것을 쏟았던 그라운드를 떠나기로 결심했습니다.
축구선수라는 이름을 더 이상 쓸 수 없지만 은퇴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오랜 생각 끝에 내린 결정입니다.
2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그라운ㄷ 안팎에서 수많은 분들의 격려와 사랑으로 축구선수 이동국으로 불렸기 때문에 아쉬움보다는 감사한 마음으로 축구화를 벗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비록 한분 한분에게 감사의 마음을 직접 전해드릴 순 없지만 그 마음만큼은 언제나 가슴 깊이 오래도록 간직하겠습니다.
저를 축구선수로서 성장시키고 프로라는 이름을 얻게 해준 포항스틸러스와 이동국이라는 이름을 다시금 많은 이들에게 전하고 마음껏 제 기량을 펼칠 수 있게 해준 전북현대모터스 그리고 팬 여러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또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가대표로서 뛸 수 있게 기회를 준 국민 여러분과 모든 분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저는 참 행복한 축구선수였던 것 같습니다.
‘라이언킹’에서 ‘대박이 아빠’까지 많은 분들에게 오랜 시간 여러 이름으로 불렸던 것만큼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제가 받은 관심과 사랑, 그 이상의 행복을 더 많은 후배들이 느낄 수 있도록 그라운드 밖에서 최선을 다하고 노력하는 이동국이 되겠습니다.
푸른 잔디의 짙은 풀냄새와 함께 경기장을 나섰던 기억, 유니폼을 입고 뜨겁게 제 이름을 불러주셨던 팬들의 환호, 그리고 팬들과 함께 했던 모든 기쁨과 영광의 순간들, 수많은 기억을 이제는 추억으로 간직하며 가슴에 깊이깊이 새기겠습니다.
특히 전북에서 20번을 달고 뛰었던 기억은 정말 많이 그립고 절대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다가오는 홈경기가 등 번호 20번을 달고 팬들과 함께하는 마지막 경기라고 생각하니 첫 프로 경기에 나설 때의 기억과 함께 더 많이 긴장되고 벌써부터 가슴이 먹먹해 옵니다.
하지만 팬분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제 마지막 모습이 결코 헛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저를 사랑해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rok1954@maekyung.com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