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베로비치) 김재호 특파원
지난 2019년 창원에서 열린 프로야구 올스타전. 선수들이 타석과 마운드에서 특별한 퍼포먼스를 벌였다. SK와이번스 타자 제이미 로맥은 ’로-맥아더장군’이라는 별명에 어울리게 맥아더 장군 분장을 하고 타석에 들어섰다. 가죽 자켓에 장군 모자, 선그라스, 파이프까지 완벽한 맥아더 장군이었다.
"그때 캐나다와 미국에 있는 지인들로부터 문자가 폭발했다." SK 스프링캠프 훈련장에서 만난 로맥은 당시를 떠올리며 웃었다. "사람들은 이것이 야구를 모독하는 행위라고 생각했다. 나는 상황을 설명했고, 모두 다 웃었다"며 오해도 풀었다고 말했다.
오해를 걷어낸 로맥의 지인들은 이를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그들은 메이저리그 올스타 게임에서도 이같은 것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왜 우리는 더 게임을 즐겁게 만들지 않는 걸까’라고 생각했다. 나도 처음에는 불편했지만, 이것이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팬들을 위한 것이라 생각하고 즐겁게 받아들였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그의 말처럼, 한국프로야구는 메이저리그보다 더 즐기는 분위기속에서 경기를 치른다. 타자들의 이른바 ’배트 던지기’는 이미 미국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이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마이너리그에서 14년, 메이저리그에서 2년을 뛰었던 그의 생각은 달랐다.
"한국프로야구의 가장 큰 특징은 익사이팅하다는 것이다. 아주 독특하다. 팬들도 그렇고 더 즐기는 스타일의 야구를 하고 있다"며 한국 야구 스타일을 평가한 그는 "이것이 내가 한국에서 성공한 이유"라고 말했다.
한국 야구의 스타일과 그의 성공은 어떤 연관이 있을까? 그의 이야기를 조금 더 들어보자. "이곳에 오기전, 나는 야구를 너무 진지하게 생각했다. 재미를 갖지 못했다. 그렇게 자라왔다. 올드 스쿨 방식이었다. 감정을 드러내지 말고, 홈런을 때리면 베이스를 빠르게 돌면서 웃지도 말라고 배웠다. 야구는 그래야한다고 배워왔다. 이곳에 오기전까지 난 야구를 너무 진지하게 대했고,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런 그에게 한국 야구는 ’문화 충격’이었다. "한국에 오기전 일본에도 1년 있어봤다. 팬들의 응원 문화는 일본에서도 익숙해진 상태였다. 그러나 한국은 일본과 또 다르다. 가장 큰 차이는 재밌게 한다는 것이다.
너무 진지하게만 하지는 않는다. 실책을 하더라도 계속해서 미소를 잃지 않는다. 나에게는 그런 모습도 필요했다. 긴장을 풀고, 스스로 더 야구를 즐기게 됐다. 즐기는 만큼 경기력도 좋아졌다."
그의 말대로, 메이저리그는 오랫 동안 감정을 숨기는 것을 ’불문율’로 여겨왔다. 최근 이것이 조금씩 깨지기 시작했다. 선수들의 세리머니가 조금씩 화려해지기 시작했고, 메이저리그 사무국도 2018년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켄 그리피 주니어를 모델로 내세워 "이제 아이들이 뛰게 하자(Let the kids play)"라는 모토의 광고를 내보냈다.
로맥은 이 과정에서 한국 야구가 미국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국팬들은 미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KBO 하이라이트를 보고 있다는 것을 알면 놀랄 것이다. 미국에 있는 사람들은 KBO 영상을 보면서 ’와 놀랍다, 우리는 왜 이 선수들처럼 할 수 없는거지?’라는 반응을 보인다.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캐나다 출신 선수들에게 보여줘도 이를 재밌게 지켜본다. ’거기서 뛰어봤으면 좋겠다’는 사람도 있다. 한국야구는 지금 팬들이 아는 것 이상으로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모두가 보고 있고, 배트를 던지는 모습을 좋아하고 있다."
그러나 모두가 이같은 방향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간혹 세리머니가 벤치 클리어링으로 이어지는 경우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리그 사무국도 직접 나서 보다 즐길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점점 발길을 돌리는 젊은 팬들을 다시 불러모으기 위해서라도 메이저리그는 조금 더 흥겹고 감정적일 필요가 있다.
로맥은 "그들(메이저리그)은 아직 준비가 안됐다. 아마도 언젠가는 그렇게 될 것"이라며 메이저리그도 보다 흥겨워질 날이 올 것이라는 기대감을 전했다.
페이오프피치(payoff pitch)는 투수가 3볼 2스트라이크 풀카운트에서 던지는 공을 말한다. 번역하자면 ’결정구’ 정도 되겠다. 이 공은 묵직한 직구가 될 수도 있고, 때로는 예리한 변화구가 될 수도 있다. 이 칼럼은 그런 글이다.greatnemo@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2019년 창원에서 열린 프로야구 올스타전. 선수들이 타석과 마운드에서 특별한 퍼포먼스를 벌였다. SK와이번스 타자 제이미 로맥은 ’로-맥아더장군’이라는 별명에 어울리게 맥아더 장군 분장을 하고 타석에 들어섰다. 가죽 자켓에 장군 모자, 선그라스, 파이프까지 완벽한 맥아더 장군이었다.
"그때 캐나다와 미국에 있는 지인들로부터 문자가 폭발했다." SK 스프링캠프 훈련장에서 만난 로맥은 당시를 떠올리며 웃었다. "사람들은 이것이 야구를 모독하는 행위라고 생각했다. 나는 상황을 설명했고, 모두 다 웃었다"며 오해도 풀었다고 말했다.
오해를 걷어낸 로맥의 지인들은 이를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그들은 메이저리그 올스타 게임에서도 이같은 것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왜 우리는 더 게임을 즐겁게 만들지 않는 걸까’라고 생각했다. 나도 처음에는 불편했지만, 이것이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팬들을 위한 것이라 생각하고 즐겁게 받아들였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그의 말처럼, 한국프로야구는 메이저리그보다 더 즐기는 분위기속에서 경기를 치른다. 타자들의 이른바 ’배트 던지기’는 이미 미국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이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마이너리그에서 14년, 메이저리그에서 2년을 뛰었던 그의 생각은 달랐다.
"한국프로야구의 가장 큰 특징은 익사이팅하다는 것이다. 아주 독특하다. 팬들도 그렇고 더 즐기는 스타일의 야구를 하고 있다"며 한국 야구 스타일을 평가한 그는 "이것이 내가 한국에서 성공한 이유"라고 말했다.
한국 야구의 스타일과 그의 성공은 어떤 연관이 있을까? 그의 이야기를 조금 더 들어보자. "이곳에 오기전, 나는 야구를 너무 진지하게 생각했다. 재미를 갖지 못했다. 그렇게 자라왔다. 올드 스쿨 방식이었다. 감정을 드러내지 말고, 홈런을 때리면 베이스를 빠르게 돌면서 웃지도 말라고 배웠다. 야구는 그래야한다고 배워왔다. 이곳에 오기전까지 난 야구를 너무 진지하게 대했고,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런 그에게 한국 야구는 ’문화 충격’이었다. "한국에 오기전 일본에도 1년 있어봤다. 팬들의 응원 문화는 일본에서도 익숙해진 상태였다. 그러나 한국은 일본과 또 다르다. 가장 큰 차이는 재밌게 한다는 것이다.
너무 진지하게만 하지는 않는다. 실책을 하더라도 계속해서 미소를 잃지 않는다. 나에게는 그런 모습도 필요했다. 긴장을 풀고, 스스로 더 야구를 즐기게 됐다. 즐기는 만큼 경기력도 좋아졌다."
그의 말대로, 메이저리그는 오랫 동안 감정을 숨기는 것을 ’불문율’로 여겨왔다. 최근 이것이 조금씩 깨지기 시작했다. 선수들의 세리머니가 조금씩 화려해지기 시작했고, 메이저리그 사무국도 2018년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켄 그리피 주니어를 모델로 내세워 "이제 아이들이 뛰게 하자(Let the kids play)"라는 모토의 광고를 내보냈다.
로맥은 이 과정에서 한국 야구가 미국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국팬들은 미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KBO 하이라이트를 보고 있다는 것을 알면 놀랄 것이다. 미국에 있는 사람들은 KBO 영상을 보면서 ’와 놀랍다, 우리는 왜 이 선수들처럼 할 수 없는거지?’라는 반응을 보인다.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캐나다 출신 선수들에게 보여줘도 이를 재밌게 지켜본다. ’거기서 뛰어봤으면 좋겠다’는 사람도 있다. 한국야구는 지금 팬들이 아는 것 이상으로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모두가 보고 있고, 배트를 던지는 모습을 좋아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열린 신시내티와 피츠버그의 경기 도중 일어난 벤치 클리어링 장면. 신시내티 타자 데릭 디트리치의 홈런 세리머니가 발단이 됐다. 메이저리그는 노력은 하고 있지만, 아직 즐길 준비가 되지 않았다. 사진=ⓒAFPBBNews = News1
그의 말처럼 메이저리그도 리그 분위기를 보다 즐겁게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올스타 게임의 경우에도 이전과 비교해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이긴 리그에게 월드시리즈 홈 어드밴티지를 주는 제도를 폐지한 이후 보다 즐기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경기 도중 야수로 나간 선수가 방송 중계진과 인터뷰를 하기도 하고, 경기 도중 선수들끼리 ’셀카’를 찍기도 한다.그러나 모두가 이같은 방향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간혹 세리머니가 벤치 클리어링으로 이어지는 경우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리그 사무국도 직접 나서 보다 즐길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점점 발길을 돌리는 젊은 팬들을 다시 불러모으기 위해서라도 메이저리그는 조금 더 흥겹고 감정적일 필요가 있다.
로맥은 "그들(메이저리그)은 아직 준비가 안됐다. 아마도 언젠가는 그렇게 될 것"이라며 메이저리그도 보다 흥겨워질 날이 올 것이라는 기대감을 전했다.
페이오프피치(payoff pitch)는 투수가 3볼 2스트라이크 풀카운트에서 던지는 공을 말한다. 번역하자면 ’결정구’ 정도 되겠다. 이 공은 묵직한 직구가 될 수도 있고, 때로는 예리한 변화구가 될 수도 있다. 이 칼럼은 그런 글이다.greatnemo@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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