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인천) 안준철 기자
“아직 감독으로서 갈 길이 멀다.”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은 팀 연패를 끊었지만 고개를 숙였다. 이날 승부처에서 결정적인 활약을 펼친 가드 김정년(27)의 활약을 두고 한 얘기였다.
물론 표정은 밝았다. 기대하지 않았던 선수의 맹활약이었다. 유도훈 감독은 “나도 쓰는 선수만 썼는데, 앞으로 경기 못뛰는 선수들도 할 수 있다는 걸 깨닫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그래야 이미 올라와 있는 선수들도 긴장하고, 경쟁을 통해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년은 2019년 크리스마스가 프로 1군 데뷔전이었다. 이날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19-20 프로농구 정규리그 부산 KT와의 경기 3쿼터에 코트를 밟았다. 14분 9초를 뛴 김정년은 7득점을 올렸다. 처음으로 1군 코트를 밟은 3쿼터 샷클락이 거의 끝나갈 무렵 공을 잡고 슛을 던져 성공시켰다. 깊은 인상을 남기는 순간이었다. 파울이 많아지면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김정년의 진가는 4쿼터 승부처에서 나왔다.
김정년은 74-73으로 앞선 7분 30초 때 깨끗한 3점포를 성공시켰고, 이어 종료 1분 43초 남겨두고 KT 알 쏜튼이 리바운드를 따낸 순간. 뒤쪽에서 날쌔게 달려와 가로채기에 성공했다. 순간적으로 놀란 쏜튼이 김정년의 어깨를 잡아 챘고, U파울 판정을 받았다. 비록 김정년이 자유투 2개를 모두 놓쳤지만, 이어진 공격권 때 할로웨이가 2점을 보태 리드를 만들었다. 분위기가 전자랜드 쪽으로 넘어간 시점이었다.
이후 KT는 쏜튼이 골밑슛으로 2점을 따라붙었으나, 전자랜드는 종료 40초전 톱에서 던진 강상재의 3점슛이 성공하며 84-81, 3점차로 달아났다. 다급해진 KT 쏜튼이 3점슛을 던졌지만, 실패했다. 리바운드는 전자랜드의 몫이었다. 이때 또 KT의 U파울이 나왔다. 김지완이 자유투 2개를 모두 넣으며 24초를 남기고 전자랜드가 86-81로 사실상 승기를 굳혔다. 결국 김지완이 자유투 1개를 성공시켜 전자랜드가 87-81로 승리했다. 2연패 탈출이었다.
안양고-경희대 출신인 김정년은 늦깎이로 프로에 데뷔했다. 2013년 신인 드래프트에 일반인 자격으로 처음 참가했지만 179cm으로 단신인 김정년은 주목받지 못했다. 이후 3대3 농구와 실업팀 세종시 점핑호스에서 농구와 인연을 이어갔고, 2017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4라운드 5순위로 전자랜드의 지명을 받았다.
거기서 1군 데뷔까지 다시 2년이 걸렸다. 경기 후 김정년은 “인터뷰가 처음이라 너무 떨린다. 땀이 난다”며 “특별한 날에 팀이 이겼다. 특히 내 인생에서는 프로 데뷔전이다. 팀 연패를 끊어서 기분이 너무 좋다. 다음에도 기회가 되면 팀에 이기는 방향으로 도움이 되고 싶다”고 떨린 목소리를 숨기지 못했다.
자신의 플레이로 2군 선수들이 희망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도 전했다. 김정년은 "나도 홍경기 형을 보면서 더 열심히 하자는 마음을 먹었다"고 전했다.
데뷔전을 가족과 함께 하지 못한 부분은 아쉽다. 김정년은 “날이 날인만큼, 일찍 매진 됐다고 들었다. 부모님께 엔트리에 들어서 출전할 수 있다고 연락은 드렸는데, 안양 집에서 TV중계로 응원하신다고 하셨다”며 “다음에는 가족과 좋은 추억을 남기고 싶다”고 다짐했다.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아직 감독으로서 갈 길이 멀다.”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은 팀 연패를 끊었지만 고개를 숙였다. 이날 승부처에서 결정적인 활약을 펼친 가드 김정년(27)의 활약을 두고 한 얘기였다.
물론 표정은 밝았다. 기대하지 않았던 선수의 맹활약이었다. 유도훈 감독은 “나도 쓰는 선수만 썼는데, 앞으로 경기 못뛰는 선수들도 할 수 있다는 걸 깨닫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그래야 이미 올라와 있는 선수들도 긴장하고, 경쟁을 통해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년은 2019년 크리스마스가 프로 1군 데뷔전이었다. 이날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19-20 프로농구 정규리그 부산 KT와의 경기 3쿼터에 코트를 밟았다. 14분 9초를 뛴 김정년은 7득점을 올렸다. 처음으로 1군 코트를 밟은 3쿼터 샷클락이 거의 끝나갈 무렵 공을 잡고 슛을 던져 성공시켰다. 깊은 인상을 남기는 순간이었다. 파울이 많아지면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김정년의 진가는 4쿼터 승부처에서 나왔다.
김정년은 74-73으로 앞선 7분 30초 때 깨끗한 3점포를 성공시켰고, 이어 종료 1분 43초 남겨두고 KT 알 쏜튼이 리바운드를 따낸 순간. 뒤쪽에서 날쌔게 달려와 가로채기에 성공했다. 순간적으로 놀란 쏜튼이 김정년의 어깨를 잡아 챘고, U파울 판정을 받았다. 비록 김정년이 자유투 2개를 모두 놓쳤지만, 이어진 공격권 때 할로웨이가 2점을 보태 리드를 만들었다. 분위기가 전자랜드 쪽으로 넘어간 시점이었다.
이후 KT는 쏜튼이 골밑슛으로 2점을 따라붙었으나, 전자랜드는 종료 40초전 톱에서 던진 강상재의 3점슛이 성공하며 84-81, 3점차로 달아났다. 다급해진 KT 쏜튼이 3점슛을 던졌지만, 실패했다. 리바운드는 전자랜드의 몫이었다. 이때 또 KT의 U파울이 나왔다. 김지완이 자유투 2개를 모두 넣으며 24초를 남기고 전자랜드가 86-81로 사실상 승기를 굳혔다. 결국 김지완이 자유투 1개를 성공시켜 전자랜드가 87-81로 승리했다. 2연패 탈출이었다.
안양고-경희대 출신인 김정년은 늦깎이로 프로에 데뷔했다. 2013년 신인 드래프트에 일반인 자격으로 처음 참가했지만 179cm으로 단신인 김정년은 주목받지 못했다. 이후 3대3 농구와 실업팀 세종시 점핑호스에서 농구와 인연을 이어갔고, 2017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4라운드 5순위로 전자랜드의 지명을 받았다.
거기서 1군 데뷔까지 다시 2년이 걸렸다. 경기 후 김정년은 “인터뷰가 처음이라 너무 떨린다. 땀이 난다”며 “특별한 날에 팀이 이겼다. 특히 내 인생에서는 프로 데뷔전이다. 팀 연패를 끊어서 기분이 너무 좋다. 다음에도 기회가 되면 팀에 이기는 방향으로 도움이 되고 싶다”고 떨린 목소리를 숨기지 못했다.
25일 오후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2019-2020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와 부산 KT의 경기가 벌어졌다. 전자랜드 김정년이 KT 멀린스와 김윤태의 수비에 막히자 볼을 패스하고 있다. 사진(인천)=김재현 기자
이날 김정년은 데뷔전이지만 당찬 플레이를 보였다. 김정년은 “첫 번째 득점은 샷 클락이 얼마 남지 않아 던질 수밖에 없었다. 3점슛은 경기 전부터 ‘찬스가 오면 자신있게 던지자’는 생각이 강했다”며 “(U파울을 얻어낸 가로채기 상황은) 상대 선수가 내가 키가 작아 못 본 것 같다. 자유투를 2개 모두 놓친 건 너무 몸이 경직됐다. 앞으로는 안 그러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자신의 플레이로 2군 선수들이 희망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도 전했다. 김정년은 "나도 홍경기 형을 보면서 더 열심히 하자는 마음을 먹었다"고 전했다.
데뷔전을 가족과 함께 하지 못한 부분은 아쉽다. 김정년은 “날이 날인만큼, 일찍 매진 됐다고 들었다. 부모님께 엔트리에 들어서 출전할 수 있다고 연락은 드렸는데, 안양 집에서 TV중계로 응원하신다고 하셨다”며 “다음에는 가족과 좋은 추억을 남기고 싶다”고 다짐했다.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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