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안준철 기자] “(김)우진이형이 잘쐈다. 내가 부족했다.”
‘이등병’ 이우석(21·상무)은 아쉬워하지 않았다.
한국 남자 양궁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양궁 남자 리커브 개인전 결승에서 집안 싸움을 벌였다. 세계랭킹 1위인 김우진(26·청주시청)과 세계랭킹 2위인 이우석(21·상무)의 대결이었다. 같은 한국 선수들끼리의 맞대결이었지만, 긴장감이 흘렀다. 세계랭킹 1위와 2위의 싸움. 하지만 다른 관전 포인트가 있었다. 바로 이우석의 병역 특례였다.
이우석은 지난 2월 상무(국군체육부대)에 입대해 현역 군인신분이다. 원래는 일병이어야 하지만, 국가대표로 국제대회에 참가하느라 기초군사훈련을 2주밖에 소화하지 못해, 아직 이등병 이다. 하지만 그는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조기 전역을 노릴 수 있었다.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결승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두 종목 중 한군데서만 금메달을 따면 조기 전역이다.
운명의 장난일지 모르지만, 2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양궁장에서 열린 단체전 결승에서 한국 남자 리커브팀은 대만에 패해 은메달에 머물렀다. 그러자 28일 열리는 개인전에 관심이 쏠렸다. 마치 앞서 열렸던 남자 펜싱 사브르 개인전과 단체전을 보는 듯 했다. 남자 펜싱 사브르 개인전도 구본길(29·국민체육진흥공단)과 오상욱(22·대전대)의 집안 싸움이었다. 결과는 1점 차로 구본길의 금메달. 구본길은 아시안게임 개인전 3연패에 성공했다. 하지만 구본길은 3연패를 달성하고도 기분 좋은 내색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울었다. 병역 특례가 걸린 후배의 앞길을 막았다는 복잡함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단체전 금메달을 약속했고, 보란 듯이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단체전을 함께한 오상욱은 그렇게 병역 특례를 받게 됐다.
남자 양궁은 정반대였던 셈이다. 이우석이 ‘특례’를 받기 위해서는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해야 했다. 그러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경기는 팽팽했다. 1세트는 무승부, 2세트는 이우석이 가져갔다. 하지만 3세트를 김우진이 가져갔고, 4세트는 다시 무승부였다. 결국 승부는 5세트에서 갈렸는데, 마지막 화살이 결정을 지었다. 17-17에서 먼저 쏜 이우석이 9점, 나중에 쏜 김우진이 10점을 쐈다. 그렇게 금메달은 김우진, 은메달은 이우석으로 가려졌다.
경기를 마치고 난 뒤 이우석의 표정은 크게 아쉬워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그는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내가 아직 부족하고, (김)우진이형이 잘 쐈다”며 “단체전이 끝난 뒤 우진이형하고, 누가 이기던 승복하고 축하해주기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특히 자신의 조기 전역이 걸린 경기라는 점을 그도 잘 알고 있었다. 이우석은 “야구 쪽에서 군대 빼는 걸로 말이 많지 않느냐. 하지만 우리는 정정당당하게 겨루기로 약속했다. 양궁은 선발전부터 투명하게 진행된다”며 “아직 대회가 많이 남았기에, 앞으로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그리고 남은 군생활도 열심히 하겠다”고 말한 뒤 미소를 지었다. 이우석은 전역 예정일이 언제냐는 질문에 “원래는 내년 11월이었는데, 군복무기간 단축으로 9월인 걸로 들었다”며 “한국 남자라면 군대를 다녀 와야 하지 않느냐”고 말한 뒤 다시 한번 웃었다. 그리고 씩씩하게 말했다. “군대 나쁘지 않습니다. 군생활도 할 만 합니다!”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등병’ 이우석(21·상무)은 아쉬워하지 않았다.
한국 남자 양궁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양궁 남자 리커브 개인전 결승에서 집안 싸움을 벌였다. 세계랭킹 1위인 김우진(26·청주시청)과 세계랭킹 2위인 이우석(21·상무)의 대결이었다. 같은 한국 선수들끼리의 맞대결이었지만, 긴장감이 흘렀다. 세계랭킹 1위와 2위의 싸움. 하지만 다른 관전 포인트가 있었다. 바로 이우석의 병역 특례였다.
이우석은 지난 2월 상무(국군체육부대)에 입대해 현역 군인신분이다. 원래는 일병이어야 하지만, 국가대표로 국제대회에 참가하느라 기초군사훈련을 2주밖에 소화하지 못해, 아직 이등병 이다. 하지만 그는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조기 전역을 노릴 수 있었다.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결승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두 종목 중 한군데서만 금메달을 따면 조기 전역이다.
운명의 장난일지 모르지만, 2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양궁장에서 열린 단체전 결승에서 한국 남자 리커브팀은 대만에 패해 은메달에 머물렀다. 그러자 28일 열리는 개인전에 관심이 쏠렸다. 마치 앞서 열렸던 남자 펜싱 사브르 개인전과 단체전을 보는 듯 했다. 남자 펜싱 사브르 개인전도 구본길(29·국민체육진흥공단)과 오상욱(22·대전대)의 집안 싸움이었다. 결과는 1점 차로 구본길의 금메달. 구본길은 아시안게임 개인전 3연패에 성공했다. 하지만 구본길은 3연패를 달성하고도 기분 좋은 내색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울었다. 병역 특례가 걸린 후배의 앞길을 막았다는 복잡함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단체전 금메달을 약속했고, 보란 듯이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단체전을 함께한 오상욱은 그렇게 병역 특례를 받게 됐다.
남자 양궁은 정반대였던 셈이다. 이우석이 ‘특례’를 받기 위해서는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해야 했다. 그러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경기는 팽팽했다. 1세트는 무승부, 2세트는 이우석이 가져갔다. 하지만 3세트를 김우진이 가져갔고, 4세트는 다시 무승부였다. 결국 승부는 5세트에서 갈렸는데, 마지막 화살이 결정을 지었다. 17-17에서 먼저 쏜 이우석이 9점, 나중에 쏜 김우진이 10점을 쐈다. 그렇게 금메달은 김우진, 은메달은 이우석으로 가려졌다.
경기를 마치고 난 뒤 이우석의 표정은 크게 아쉬워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그는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내가 아직 부족하고, (김)우진이형이 잘 쐈다”며 “단체전이 끝난 뒤 우진이형하고, 누가 이기던 승복하고 축하해주기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특히 자신의 조기 전역이 걸린 경기라는 점을 그도 잘 알고 있었다. 이우석은 “야구 쪽에서 군대 빼는 걸로 말이 많지 않느냐. 하지만 우리는 정정당당하게 겨루기로 약속했다. 양궁은 선발전부터 투명하게 진행된다”며 “아직 대회가 많이 남았기에, 앞으로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그리고 남은 군생활도 열심히 하겠다”고 말한 뒤 미소를 지었다. 이우석은 전역 예정일이 언제냐는 질문에 “원래는 내년 11월이었는데, 군복무기간 단축으로 9월인 걸로 들었다”며 “한국 남자라면 군대를 다녀 와야 하지 않느냐”고 말한 뒤 다시 한번 웃었다. 그리고 씩씩하게 말했다. “군대 나쁘지 않습니다. 군생활도 할 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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