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최민규 전문위원] 한화 이글스는 24일 현재 11승 13패로 정규시즌 7위에 올라 있다. 5할 승률에 –2승. 지난주 5연패를 당하기 전까지는 11승 8패로 5할 승률에서 +3승이었다.
리그 최약체로 평가되는 선발 마운드의 어려운 상황에서 일궈낸 성과다. 한화 돌풍의 주역은 불펜이었다. 선발 평균자책점은 6.77로 10개 구단 중 최하위지만 불펜은 3.91로 1위다. 그 중에서도 오른손 투수 송은범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지난 18일 잠실 두산전과 21일 대전 넥센전에서 모두 패전투수가 됐다. 하지만 정규시즌 19⅔이닝 동안 안타 18개만 내주며 평균자책점 2.29를 기록하고 있다. 2015년 프리에이전트로 한화와 계약한 뒤 3년 연속 평균자책점이 6.40을 넘었던 투수다. 그 앞 두 시즌은 7점대였다.
시속 150km 강속구를 던지는 던지는 송은범의 부진은 KBO리그의 대표적인 미스터리였다.
그의 강속구에는 대체 어떤 문제가 있었을까. 대체로 빠르지만 잘 맞아 나가는 공은 회전수가 적고, 무브먼트가 나쁘다. 무브먼트가 나쁘다는 말은 평균적인 패스트볼보다 ‘더’ 떨어진다는 의미다.
투구궤적추적시스템인 트랙맨이 2015년 측정한 송은범의 직구 191구의 평균 속도는 시속 147.19km에 분당회전수 2222회였다. 2017년 KBO 전체 패스트볼(사이드암 제외)은 평균 시속 143.97km에 2239회. 스피드는 리그 평균보다 높지만 회전수는 오히려 약간 모자라는 공이었다. 수직 무브먼트도 리그 평균보다 약간 떨어졌다.
이 ‘약간’의 차이가 어떤 효과로 작용했는지는 정확하게 알기 어렵다. 회전수, 혹은 무브먼트와 투구 결과 사이의 관계는 생각보다 명확하지 않다. 분명한 점은 그의 공을 상대한 타자 다수는 “눈에 잘 보이는 공”이라고 평가했다는 것이다.
올시즌 송은범이 달라진 이유로는 투심패스트볼이 꼽힌다. 정민태 2군 투수 코치가 일본 고치 스프링캠프에서 송은범에게 기존의 포심패스트볼을 버리고 투심을 던질 것을 주문했다. 올해 송은범이 1군에서 던지는 직구는 거의 투심패스트볼이다.
정 코치는 “아무나 투심을 던진다고 해서 성공하는 건 아니다. 송은범과 잘 맞아 떨어지는 공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송은범에겐 투심이 좋은 공이지만 다른 투수에겐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오랫동안 프로야구 투수로 활동했던 한 은퇴 투수는 “투구 때 고개가 돌아가는 투수도 있다. 자기 공이 어떻게 변하는지 잘 보이지 않는다. 타자가 아닌 이상 내 공이 타자에게 어떻게 보이는지는 더욱 알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투수는, 혹은 투수 코치는 ‘좋은 공’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생각보다는 어려운 문제다.
정 코치는 “우선은 투구 밸런스가 잘 잡혔을 때”라고 말했다. 그런데 시속 150km짜리 공이라면 밸런스 자체는 좋았을 것이다. 그 다음은 결과다. 타자들의 반응과 스윙의 결과로 나오는 타구로 좋은 공인지 아닌지를 판단한다. 정 코치는 송은범에게 투심을 권유한 이유에 대해 “지난해 2군에서 투심을 던졌을 때 땅볼이 많이 나오는 걸 봤다”고 말했다.
결과 외의 요소는 스피드였다. 정 코치는 “캠프에선 투심 스피드가 빨라야 141km 정도였다. 1군에서 투심으로 시속 145km를 던지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성공할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올해 송은범의 투심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42km로 빠른 편에 속한다.
두 코치의 의견을 종합하면 송은범의 투심은 빠르고, 낮게 제구되며, 떨어지는 움직임이 좋은 공이다. 그리고 이 평가는 물리적인 값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메이저리그 기준으로 실밥 두 개를 잡는 투심패스트볼은 일반적으로 포심패스트볼보다 구속이 시속 1마일(1.6km) 가량 느리다. 회전수도 포심(2226회)보다 5% 가량 적은 2123회다.
그런데 올해 트랙맨 시스템에 측정된 송은범의 투심패스트볼의 분당회전수는 1750회다. 회전수로 보면 투심패스트볼보다 체인지업(1720회)에 더 가깝다. 공이 도는 회전축도 체인지업에 더 가까운 공이다.
그러니까 지금 송은범은 평균 시속 142km짜리 ‘체인지업’을 던지고 있다. 지금 KBO리그에서 이런 공을 던지는 투수는 송은범 외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빠른공이 잘 맞아나가는 투수에게 코치들이 대개 하는 조언은 공에 회전을 더 주라는 것이다. 이른바 ‘볼끝’이 좋으려면 회전이 많이 걸려야 한다는 생각이다. 일본 야구에서 강조되는 바이기도 하다. 송은범도 과거 공의 회전에 신경을 썼다. 그리고 실패했다. 실패의 이유를 제대로 찾지 못했다.
지금 그의 투심패스트볼은 고전적인 코칭 이론에 대한 통렬한 역발상이다. 송은범의 포심의 회전수는 리그 평균에 비해 아주 떨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구속에 비해서는 회전수가 높지 않았다. 그렇다면 아예 회전수를 확 떨어뜨린다면 어떨까. 지금 그의 투심패스트볼은 일반적인 투심보다 회전수가 무려 17.5%나 차이나는 공이다.
야구는 적응의 경기다. 회전수가 높아서 성공하는 투수도 있다. 하지만 회전수가 아주 낮아도 성공할 수 있다. 피칭은 여러 요인이 작용하는 함수지만, 평균을 따라가기보다는 개인의 특성에 맞는 차별성을 두는 것도 해법이 된다. 지금 송은범은 프로야구에서 가장 ‘차별성’이 있는 투심패스트볼을 던진다. didofidomk@naver.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리그 최약체로 평가되는 선발 마운드의 어려운 상황에서 일궈낸 성과다. 한화 돌풍의 주역은 불펜이었다. 선발 평균자책점은 6.77로 10개 구단 중 최하위지만 불펜은 3.91로 1위다. 그 중에서도 오른손 투수 송은범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지난 18일 잠실 두산전과 21일 대전 넥센전에서 모두 패전투수가 됐다. 하지만 정규시즌 19⅔이닝 동안 안타 18개만 내주며 평균자책점 2.29를 기록하고 있다. 2015년 프리에이전트로 한화와 계약한 뒤 3년 연속 평균자책점이 6.40을 넘었던 투수다. 그 앞 두 시즌은 7점대였다.
시속 150km 강속구를 던지는 던지는 송은범의 부진은 KBO리그의 대표적인 미스터리였다.
그의 강속구에는 대체 어떤 문제가 있었을까. 대체로 빠르지만 잘 맞아 나가는 공은 회전수가 적고, 무브먼트가 나쁘다. 무브먼트가 나쁘다는 말은 평균적인 패스트볼보다 ‘더’ 떨어진다는 의미다.
투구궤적추적시스템인 트랙맨이 2015년 측정한 송은범의 직구 191구의 평균 속도는 시속 147.19km에 분당회전수 2222회였다. 2017년 KBO 전체 패스트볼(사이드암 제외)은 평균 시속 143.97km에 2239회. 스피드는 리그 평균보다 높지만 회전수는 오히려 약간 모자라는 공이었다. 수직 무브먼트도 리그 평균보다 약간 떨어졌다.
이 ‘약간’의 차이가 어떤 효과로 작용했는지는 정확하게 알기 어렵다. 회전수, 혹은 무브먼트와 투구 결과 사이의 관계는 생각보다 명확하지 않다. 분명한 점은 그의 공을 상대한 타자 다수는 “눈에 잘 보이는 공”이라고 평가했다는 것이다.
올시즌 송은범이 달라진 이유로는 투심패스트볼이 꼽힌다. 정민태 2군 투수 코치가 일본 고치 스프링캠프에서 송은범에게 기존의 포심패스트볼을 버리고 투심을 던질 것을 주문했다. 올해 송은범이 1군에서 던지는 직구는 거의 투심패스트볼이다.
정 코치는 “아무나 투심을 던진다고 해서 성공하는 건 아니다. 송은범과 잘 맞아 떨어지는 공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송은범에겐 투심이 좋은 공이지만 다른 투수에겐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오랫동안 프로야구 투수로 활동했던 한 은퇴 투수는 “투구 때 고개가 돌아가는 투수도 있다. 자기 공이 어떻게 변하는지 잘 보이지 않는다. 타자가 아닌 이상 내 공이 타자에게 어떻게 보이는지는 더욱 알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투수는, 혹은 투수 코치는 ‘좋은 공’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생각보다는 어려운 문제다.
정 코치는 “우선은 투구 밸런스가 잘 잡혔을 때”라고 말했다. 그런데 시속 150km짜리 공이라면 밸런스 자체는 좋았을 것이다. 그 다음은 결과다. 타자들의 반응과 스윙의 결과로 나오는 타구로 좋은 공인지 아닌지를 판단한다. 정 코치는 송은범에게 투심을 권유한 이유에 대해 “지난해 2군에서 투심을 던졌을 때 땅볼이 많이 나오는 걸 봤다”고 말했다.
결과 외의 요소는 스피드였다. 정 코치는 “캠프에선 투심 스피드가 빨라야 141km 정도였다. 1군에서 투심으로 시속 145km를 던지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성공할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올해 송은범의 투심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42km로 빠른 편에 속한다.
송은범(사진)은 올 시즌 투심을 주무기로 활용하고 있다. 사진=천정환 기자
한화 1군의 송진우 투수 코치는 현역 시절 칼 같은 제구력으로 유명했다. 제구력의 달인답게 송은범의 투심이 좋은 이유에 대해 “우선은 높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송은범의 포심이 잘 먹히지 않았던 이유도 제구가 높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리고 “빠르게 잘 떨어지는 구종이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투심, 혹은 싱커는 떨어지는 움직임으로 배트 중심을 비껴가는 목적으로 던지는 공이다.두 코치의 의견을 종합하면 송은범의 투심은 빠르고, 낮게 제구되며, 떨어지는 움직임이 좋은 공이다. 그리고 이 평가는 물리적인 값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메이저리그 기준으로 실밥 두 개를 잡는 투심패스트볼은 일반적으로 포심패스트볼보다 구속이 시속 1마일(1.6km) 가량 느리다. 회전수도 포심(2226회)보다 5% 가량 적은 2123회다.
그런데 올해 트랙맨 시스템에 측정된 송은범의 투심패스트볼의 분당회전수는 1750회다. 회전수로 보면 투심패스트볼보다 체인지업(1720회)에 더 가깝다. 공이 도는 회전축도 체인지업에 더 가까운 공이다.
그러니까 지금 송은범은 평균 시속 142km짜리 ‘체인지업’을 던지고 있다. 지금 KBO리그에서 이런 공을 던지는 투수는 송은범 외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빠른공이 잘 맞아나가는 투수에게 코치들이 대개 하는 조언은 공에 회전을 더 주라는 것이다. 이른바 ‘볼끝’이 좋으려면 회전이 많이 걸려야 한다는 생각이다. 일본 야구에서 강조되는 바이기도 하다. 송은범도 과거 공의 회전에 신경을 썼다. 그리고 실패했다. 실패의 이유를 제대로 찾지 못했다.
지금 그의 투심패스트볼은 고전적인 코칭 이론에 대한 통렬한 역발상이다. 송은범의 포심의 회전수는 리그 평균에 비해 아주 떨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구속에 비해서는 회전수가 높지 않았다. 그렇다면 아예 회전수를 확 떨어뜨린다면 어떨까. 지금 그의 투심패스트볼은 일반적인 투심보다 회전수가 무려 17.5%나 차이나는 공이다.
야구는 적응의 경기다. 회전수가 높아서 성공하는 투수도 있다. 하지만 회전수가 아주 낮아도 성공할 수 있다. 피칭은 여러 요인이 작용하는 함수지만, 평균을 따라가기보다는 개인의 특성에 맞는 차별성을 두는 것도 해법이 된다. 지금 송은범은 프로야구에서 가장 ‘차별성’이 있는 투심패스트볼을 던진다. didofidomk@naver.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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