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프로야구에서 매년 경기 취소와 관련해 논란이 불거진다. 야외 스포츠인 야구에서 비는 피할 수 없는 존재다. 선수들이 최상의 경기력을 펼치기 위해서, 관중들의 쾌적한 관람 환경을 위해서는 비를 맞으며 경기를 진행할 수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과거부터 비로 인한 취소는 숱한 논란을 일으켰다. 폭우가 쏟아지고, 비가 더 내린다는 예보가 있어 경기를 취소했는데, 날씨가 멀쩡해지는 경우가 그렇다. 그러면 온갖 비난이 쏟아진다.
지난 14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릴 예정이던 롯데 자이언츠와 KIA타이거즈의 경기가 그랬다. 이날 이른 오전부터 내린 비로 인해 경기 시작 시간(오후 5시)에서 2시간 여 남긴 오후 3시 12분경 취소됐다. 하지만 이후 비가 그치면서 논란이 생겼다. 취소 결정을 내린 김용희 경기운영위원이 비난을 받았다. 1997년부터 프로야구는 경기운영위원을 도입했다. 전직 감독이나, 전직 심판들이 경기운영위원을 맡는다. 경기운영위원의 주된 업무는 심판 판정을 감독하는 것이지만, 경기 개시 전 경기 진행 여부를 결정하는 게 더 큰 일이 됐다.
이날 광주 경기도 그랬다. 비가 그친다는 예보와 달리 경기 취소 시점에는 계속 비가 내렸고, 김용희 위원이 경기장 관리인과 그라운드 곳곳을 확인했다. 외야에서 공을 떨어뜨려 튀는지 확인했지만, 공이 바운드가 되지 않을 정도로 그라운드는 물기를 머금고 있었다. 관중이 입장하기 전에 취소결정을 내렸는데, 이는 이른 결정이 돼 버렸다.
2년 전에도 이른 취소에 경기운영위원이 6경기 출전정지를 당한 적이 있다. 2016년 4월3일 잠실 LG-한화전이었다. 비가 아침부터 오락가락하자 당시 김재박 경기운영위원장은 경기 시작 32분 전인 오후 1시 28분에 취소 결정을 내렸다. 문제는 이날 경기가 일요일 낮경기인데다가 예매로만 1만 9000장이 팔려나가면서 수많은 팬들이 야구장 안에 들어온 상태였다는 점이다. 잠실과 비슷한 기상상황이었던 인천은 경기가 진행되자, 팬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결국 한국야구위원회(KBO)도 “우천에 따른 조기 방수 조치가 미흡했고, 관객 입장 이후 그라운드 정리를 통해 경기를 거행할 수 있음에도 우천 취소를 결정해 경기장에 입장한 관중에게 불편함과 혼선을 일으켰다”며 김 위원장에 6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내렸다.
이런 논란은 경기운영위원들이 과도한 재량행위를 한다는 비난으로 이어져왔다. KBO리그 규정에는 경기장 관리인과 그라운드 상황을 확인해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만 돼 있다. 물론 주변 기상대와 협의를 하고, 심사숙고해서 내리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에 따른 경기위원들의 고충이 많다. 날씨라는 게 예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경기운영위원은 “기상청도 틀리는 날씨 예측을 어떻게 하냐”고 푸념하기도 했다. 그래도 할 때까지는 한다. 심판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휴대하는 노트북은 기상청 홈페이지를 접속해 기상 레이더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용도로도 사용된다. 하지만 여전히 경기 취소 시점에 대해서는 말들이 많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일단 경기를 시작했다가 심판들에 취소를 맡기는 편법도 늘고 있다. 경기 시작 후 경기 진행 여부는 심판부가 결정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우천 외에도 강풍 폭염 미세먼지로 인한 취소도 논란거리다. 2018 KBO리그 규정 27조에는 황사경보 발령 및 강풍, 폭염시 경기 취소여부에 대한 사항이 나와 있다. 최근 급변하는 기상상황에 맞춰 KBO리그도 규정을 발빠르게 손질했다. 올 시즌 들어서는 미세먼지로 인한 경기 취소도 4차례가 나왔다. 그 중 마지막인 4번째 경기가 바로 15일 광주 경기였다. 역시 롯데와 KIA경기였고, 김용희 경기운영위원이었다. 이날은 많은 관중들이 야구장에 들어온 뒤인 2시 30분 쯤에 취소결정을 내렸다. 경기 시작 시간이 30분 정도 지난 시점이었다. 이날은 미세먼지주의보가 광주 지역에 내려져 빨리 취소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전날 우천취소로 인해 비난 여론 때문에 눈치를 보다가 취소 한 모양새가 됐다. 문제는 미세먼지가 아니라, 초미세먼지에 대한 기준은 공백상태라는 점이다. 먼지는 입자의 크기에 따라 총먼지(TSP:total suspended particles), 지름이 10㎛ 이하인 미세먼지, 지름이 2.5㎛ 이하인 초미세먼지로 나뉜다. 이 가운데 10㎛ 이하의 미세먼지는 사람의 폐포까지 깊숙이 침투해 각종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데, 초미세먼지가 더 치명적이다. KBO리그 규정은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를 따로 구분하지 않고 있어 혼란의 여지를 남겼다.
어쨌든, 경기 취소는 선수들의 경기력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 야구인은 “루틴이 깨지고, 시즌 막바지에 잔여 경기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선수들도 경기 취소를 달가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올해는 아시안게임 휴식기 등으로 시즌 초반 취소 경기가 늘면 잔여경기 일정 부담이 있게 된다. 경기 취소에 대한 더 명확한 규정과 경기운영위원에 모든 책임을 지우는 현행 방식에 대한 논의도 필요해 보인다.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하지만 과거부터 비로 인한 취소는 숱한 논란을 일으켰다. 폭우가 쏟아지고, 비가 더 내린다는 예보가 있어 경기를 취소했는데, 날씨가 멀쩡해지는 경우가 그렇다. 그러면 온갖 비난이 쏟아진다.
지난 14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릴 예정이던 롯데 자이언츠와 KIA타이거즈의 경기가 그랬다. 이날 이른 오전부터 내린 비로 인해 경기 시작 시간(오후 5시)에서 2시간 여 남긴 오후 3시 12분경 취소됐다. 하지만 이후 비가 그치면서 논란이 생겼다. 취소 결정을 내린 김용희 경기운영위원이 비난을 받았다. 1997년부터 프로야구는 경기운영위원을 도입했다. 전직 감독이나, 전직 심판들이 경기운영위원을 맡는다. 경기운영위원의 주된 업무는 심판 판정을 감독하는 것이지만, 경기 개시 전 경기 진행 여부를 결정하는 게 더 큰 일이 됐다.
이날 광주 경기도 그랬다. 비가 그친다는 예보와 달리 경기 취소 시점에는 계속 비가 내렸고, 김용희 위원이 경기장 관리인과 그라운드 곳곳을 확인했다. 외야에서 공을 떨어뜨려 튀는지 확인했지만, 공이 바운드가 되지 않을 정도로 그라운드는 물기를 머금고 있었다. 관중이 입장하기 전에 취소결정을 내렸는데, 이는 이른 결정이 돼 버렸다.
2년 전에도 이른 취소에 경기운영위원이 6경기 출전정지를 당한 적이 있다. 2016년 4월3일 잠실 LG-한화전이었다. 비가 아침부터 오락가락하자 당시 김재박 경기운영위원장은 경기 시작 32분 전인 오후 1시 28분에 취소 결정을 내렸다. 문제는 이날 경기가 일요일 낮경기인데다가 예매로만 1만 9000장이 팔려나가면서 수많은 팬들이 야구장 안에 들어온 상태였다는 점이다. 잠실과 비슷한 기상상황이었던 인천은 경기가 진행되자, 팬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결국 한국야구위원회(KBO)도 “우천에 따른 조기 방수 조치가 미흡했고, 관객 입장 이후 그라운드 정리를 통해 경기를 거행할 수 있음에도 우천 취소를 결정해 경기장에 입장한 관중에게 불편함과 혼선을 일으켰다”며 김 위원장에 6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내렸다.
이런 논란은 경기운영위원들이 과도한 재량행위를 한다는 비난으로 이어져왔다. KBO리그 규정에는 경기장 관리인과 그라운드 상황을 확인해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만 돼 있다. 물론 주변 기상대와 협의를 하고, 심사숙고해서 내리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에 따른 경기위원들의 고충이 많다. 날씨라는 게 예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경기운영위원은 “기상청도 틀리는 날씨 예측을 어떻게 하냐”고 푸념하기도 했다. 그래도 할 때까지는 한다. 심판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휴대하는 노트북은 기상청 홈페이지를 접속해 기상 레이더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용도로도 사용된다. 하지만 여전히 경기 취소 시점에 대해서는 말들이 많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일단 경기를 시작했다가 심판들에 취소를 맡기는 편법도 늘고 있다. 경기 시작 후 경기 진행 여부는 심판부가 결정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우천 외에도 강풍 폭염 미세먼지로 인한 취소도 논란거리다. 2018 KBO리그 규정 27조에는 황사경보 발령 및 강풍, 폭염시 경기 취소여부에 대한 사항이 나와 있다. 최근 급변하는 기상상황에 맞춰 KBO리그도 규정을 발빠르게 손질했다. 올 시즌 들어서는 미세먼지로 인한 경기 취소도 4차례가 나왔다. 그 중 마지막인 4번째 경기가 바로 15일 광주 경기였다. 역시 롯데와 KIA경기였고, 김용희 경기운영위원이었다. 이날은 많은 관중들이 야구장에 들어온 뒤인 2시 30분 쯤에 취소결정을 내렸다. 경기 시작 시간이 30분 정도 지난 시점이었다. 이날은 미세먼지주의보가 광주 지역에 내려져 빨리 취소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전날 우천취소로 인해 비난 여론 때문에 눈치를 보다가 취소 한 모양새가 됐다. 문제는 미세먼지가 아니라, 초미세먼지에 대한 기준은 공백상태라는 점이다. 먼지는 입자의 크기에 따라 총먼지(TSP:total suspended particles), 지름이 10㎛ 이하인 미세먼지, 지름이 2.5㎛ 이하인 초미세먼지로 나뉜다. 이 가운데 10㎛ 이하의 미세먼지는 사람의 폐포까지 깊숙이 침투해 각종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데, 초미세먼지가 더 치명적이다. KBO리그 규정은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를 따로 구분하지 않고 있어 혼란의 여지를 남겼다.
어쨌든, 경기 취소는 선수들의 경기력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 야구인은 “루틴이 깨지고, 시즌 막바지에 잔여 경기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선수들도 경기 취소를 달가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올해는 아시안게임 휴식기 등으로 시즌 초반 취소 경기가 늘면 잔여경기 일정 부담이 있게 된다. 경기 취소에 대한 더 명확한 규정과 경기운영위원에 모든 책임을 지우는 현행 방식에 대한 논의도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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