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일부터 MLB 코리안 빅리거 ‘생존경쟁’

메이저리그 야구 역사상 최고의 2루수로 꼽히는 로저스 혼스비는 “야구가 없는 겨울에 뭘 하느냐 묻는다면 창 밖을 내다보며 봄을 기다린다고 말할 것이다”는 명언을 남겼다. 겨우내 야구에 목말랐던 선수들과 팬들은 그만큼 애타게 봄을 알리는 3월만 기다려왔다. 오는 2일부터 열리는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일정이 이제 이른 아침부터 그 갈증을 풀어줄 준비를 하고 있다.
올해 가장 목마른 선수들은 코리안 메이저리거들일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코리안 빅리거가 시범경기에 참가해 자존심을 걸고 주전경쟁을 하기 때문이다. 시범경기에서 뭔가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본 경기에 참가하기 조차 힘들 수 있다. 야구 목숨을 건 ‘생존 경쟁’이라 할만하다.
올해 K 빅리거 면면은 그 어느 해보다 화려하다. 맏형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가 건재한 가운데, 4년 연속 홈런왕을 차지한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 ‘타격기계’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 ‘조선의 4번타자’ 이대호(시애틀 매리너스)가 방망이를 휘두르며 첫 타석에 들어설 준비를 하고 있다. 마운드에서는 ‘돌부처’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미국 무대에서 ‘돌직구’를 선보일 예정이다.
여기에 더해 마이너리그에서 버티며 빅리그 데뷔를 노리는 최지만(LA에인절스)과 이학주(샌프란시스코)가 있고, 부상에 신음했던 류현진(LA 다저스)과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는 재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대 9명에 이르는 한국 선수가 야구 팬들의 아침을 즐겁게 해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대로 모두가 메이저리그 정규 시즌까지 진입하면 박찬호, 김병현 등이 활약하던 2005년(8명) 이후로 역대 최다 기록이 된다.

메이저리그 시범경기는 구단들이 스프링 캠프를 차리는 플로리다와 애리조나에서 나누어 열린다. 지역 특산물 이름을 따 각각 그레이프푸르트 리그(Grapefruit League) , 칵투스 리그(Cactus League)로 불리는 시범경기는 이미 빅리그 내에서 자리를 잡은 선수에게는 컨디션을 조절하는 훈련의 일환이다. 하지만 아직 미국 무대가 낯선 선수들에게는 이야기가 다르다. 자신의 기량을 증명하는 ‘쇼케이스’ 성격도 있기 때문이다.
쇼케이스 무대 첫 테이프를 끊는 이는 김현수다. 김현수는 2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를 상대로 타격 능력을 드러낼 예정이다. 미네소타의 차세대 거포로 기대를 받는 박병호, 초청선수 신분인 이대호는 3일부터 일정을 시작하고, 오승환은 4일부터 불펜에서 언제든 나갈 수 있게 대기한다.
주목은 아직 마이너 계약 상태인 이대호에게 쏠린다. 어느덧 프로 14년차 베테랑, 한국과 일본 무대에서 모두 정상에 오른 그지만 현재는 1루수 백업을 두고 경쟁하는 도전자다. 그럼에도 이대호는 “난 꿈을 이뤘다. 메이저리그는 야구를 하는 모든 선수들의 종착지”라며 의지를 다졌다. 이어 이대호는 “난 언제나 경쟁 속에서 발전했다. 정말 그게 즐겁고, 팀에 보탬이 되고 싶은 생각 뿐”이라고 당당한 각오를 밝혔다. 그의 도전이 과연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팬들이 기대감을 숨길 수 없는 이유다.
맞대결 일정도 풍성하다. 박병호와 김현수는 6일 미네소타-볼티모어전에서 미국 진출 후 처음으로 만난다. 볼티모어와 미네소타는 3월 8일과 13·14·18·23일에도 맞붙을 예정이기에 6일이 아니더라도 맞대결 성사 가능성은 아주 높다. 어린 시절부터 절친한 사이인 이대호와 추신수는 7일과 19일, 두 차례 시범경기가 예정돼 있다. 넥센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강정호와 박병호도 5번의 경기 일정이 있고, 김현수와 강정호도 4경기가 잡혀있지만 아직 완전한 몸 상태가 아닌 강정호가 언제부터 경기에 나설지가 변수다. 역시 재활 중인 류현진은 아예 시범경기 일정 전체를 건너뛸 가능성도 있다.
[이용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