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의 유연성을 말할 때 두 가지 의미를 생각해볼 수 있다. 트레이너들이 말하는 유연성이 있고, 야구 선수의 플레이에서의 유연성이 있다.
트레이너들이 꼽는 유연한 선수란 관절의 가동 범위가 넓은, 즉 근육과 인대가 잘 늘어나는 몸을 가진 선수를 말한다. 그러나 야구 선수가 플레이에서 보여주는 유연성은 이런 신체적 조건보다는 운동신경, 즉 센스, 감각과 더욱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여러 상황에 닥쳐 유연한 플레이를 보여주는 선수들이 실제 몸은 허리 접기가 힘들 정도로 뻣뻣한 편인 경우도 적지 않다.
2015시즌 4할 리딩히터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유한준(34·넥센)은 이 중 두 번째 의미로 유연한 타자다. 몸 쪽과 바깥 쪽 변화구를 모두 잘 받아치는 타격의 순간적인 적응력이 돋보인다.
일반적으로 타자의 앞다리(오른손 타자 유한준의 왼쪽 다리) 앞쪽에서 컨택트 포인트가 형성될 때 좋은 타구가 나올 확률이 높다고 분석한다. 유한준은 다양한 코스의 공을 이 최적의 포인트에서 히팅해 낸다. 뛰어난 선구안을 가지고 있고, 순간적으로 타이밍을 맞추는 감각이 예민한 타자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코스의 공을 결대로 때려내면서 좌우 고르게 좋은 타구를 보내고 있는 유한준은 과연 어떤 타격이 나와야 3할9푼대에 육박하는 타율이 가능한지 제대로 보여주는 모습이다.
배터스 박스에서 서는 위치를 살펴보면 유한준은 조금 뒤로 빠져있는 편인데(히프가 3루 더그아웃 쪽으로 물러나있는), 사실 이런 위치는 몸쪽 공에 약점이 있는 타자들에게서 많이 보이는 경향이다. 그러나 실제 그의 타격은 몸쪽 공과 바깥 쪽 공을 모두 잘 맞혀내고 있다. 스스로의 타격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하는 스마트한 타자로 보이는데 아마도 배터스 박스 내에서 자신의 유연한 타격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두발 위치를 찾아낸 듯하다.
6피트*4피트 크기의 타자석에서 타자는 가장 효과적이고 유연한 타격을 해낼 수 있는 자신만의 위치를 찾아야 한다. 요즘 타자들 중에는 뒷발을 포수쪽 뒷 선에 밟고 서는 너무 천편일률적인 모습이 많이 보여서 가끔 ‘각자가 다양한 위치를 실험해보고 얻은 결과일까’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으레 그렇게 서왔으니까, 혹은 남들이 그렇게 서니까 무심히 들어서는 것은 타자가 자신에게 주어진 ‘한 수’를 포기하는 것이다. 6피트*4피트의 직사각형 안에서 타자는 그에게 허용된 두발의 자유를 충분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 분명히 자신만의 해법이 될 수 있는 위치가 있을 것이다.
유한준은 개인적인 인연은 갖지 못했던 후배다. 그런데 내가 지난해까지 미국 고등학교 코치로 재직하면서 썼던 칼럼을 잘 읽었다며 이런 저런 질문을 해와서 조금 놀랐다. 현역 프로야구 선수가 작은 야구 칼럼까지 꼼꼼히 찾아 읽으면서 공부 삼는 일은 쉽지 않을 텐데.
베테랑 타자이면서도 스스로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하는 탐구심이 있어서 그는 입단 11년 만에 올시즌처럼 테크닉이 만개한 시즌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 것 같다.
투수가 상대할 때 더 까다로운 타자는 강력한 장점이 돋보이는 타자보다 약점이 쉽게 보이지 않는 타자다. 다양한 공에 보여주는 유연한 타격, ‘실속 있는 타자’ 유한준이 지금 무서운 이유다. (SBS스포츠 프로야구 해설위원)
[그래픽=매경닷컴 MK스포츠 이주영 기자 / tmet2314@maekyung.com]
트레이너들이 꼽는 유연한 선수란 관절의 가동 범위가 넓은, 즉 근육과 인대가 잘 늘어나는 몸을 가진 선수를 말한다. 그러나 야구 선수가 플레이에서 보여주는 유연성은 이런 신체적 조건보다는 운동신경, 즉 센스, 감각과 더욱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여러 상황에 닥쳐 유연한 플레이를 보여주는 선수들이 실제 몸은 허리 접기가 힘들 정도로 뻣뻣한 편인 경우도 적지 않다.
2015시즌 4할 리딩히터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유한준(34·넥센)은 이 중 두 번째 의미로 유연한 타자다. 몸 쪽과 바깥 쪽 변화구를 모두 잘 받아치는 타격의 순간적인 적응력이 돋보인다.
일반적으로 타자의 앞다리(오른손 타자 유한준의 왼쪽 다리) 앞쪽에서 컨택트 포인트가 형성될 때 좋은 타구가 나올 확률이 높다고 분석한다. 유한준은 다양한 코스의 공을 이 최적의 포인트에서 히팅해 낸다. 뛰어난 선구안을 가지고 있고, 순간적으로 타이밍을 맞추는 감각이 예민한 타자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코스의 공을 결대로 때려내면서 좌우 고르게 좋은 타구를 보내고 있는 유한준은 과연 어떤 타격이 나와야 3할9푼대에 육박하는 타율이 가능한지 제대로 보여주는 모습이다.
배터스 박스에서 서는 위치를 살펴보면 유한준은 조금 뒤로 빠져있는 편인데(히프가 3루 더그아웃 쪽으로 물러나있는), 사실 이런 위치는 몸쪽 공에 약점이 있는 타자들에게서 많이 보이는 경향이다. 그러나 실제 그의 타격은 몸쪽 공과 바깥 쪽 공을 모두 잘 맞혀내고 있다. 스스로의 타격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하는 스마트한 타자로 보이는데 아마도 배터스 박스 내에서 자신의 유연한 타격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두발 위치를 찾아낸 듯하다.
6피트*4피트 크기의 타자석에서 타자는 가장 효과적이고 유연한 타격을 해낼 수 있는 자신만의 위치를 찾아야 한다. 요즘 타자들 중에는 뒷발을 포수쪽 뒷 선에 밟고 서는 너무 천편일률적인 모습이 많이 보여서 가끔 ‘각자가 다양한 위치를 실험해보고 얻은 결과일까’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으레 그렇게 서왔으니까, 혹은 남들이 그렇게 서니까 무심히 들어서는 것은 타자가 자신에게 주어진 ‘한 수’를 포기하는 것이다. 6피트*4피트의 직사각형 안에서 타자는 그에게 허용된 두발의 자유를 충분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 분명히 자신만의 해법이 될 수 있는 위치가 있을 것이다.
유한준은 개인적인 인연은 갖지 못했던 후배다. 그런데 내가 지난해까지 미국 고등학교 코치로 재직하면서 썼던 칼럼을 잘 읽었다며 이런 저런 질문을 해와서 조금 놀랐다. 현역 프로야구 선수가 작은 야구 칼럼까지 꼼꼼히 찾아 읽으면서 공부 삼는 일은 쉽지 않을 텐데.
베테랑 타자이면서도 스스로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하는 탐구심이 있어서 그는 입단 11년 만에 올시즌처럼 테크닉이 만개한 시즌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 것 같다.
투수가 상대할 때 더 까다로운 타자는 강력한 장점이 돋보이는 타자보다 약점이 쉽게 보이지 않는 타자다. 다양한 공에 보여주는 유연한 타격, ‘실속 있는 타자’ 유한준이 지금 무서운 이유다. (SBS스포츠 프로야구 해설위원)
[그래픽=매경닷컴 MK스포츠 이주영 기자 / tmet231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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