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 K 여자골프’는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상반기도 끝나기 전에 벌써 10승째를 달성했다. 불과 12개 대회만이다.시즌 개막전인 코츠 골프챔피언십에서 최나연(28)이 첫승을 올리며 6연승을 이끌었고 그후 두차례 외국 선수 우승을 허락하더니 다시 4연승 끝에 12번째 대회에서 호주교포 이민지(19)가 ‘K골퍼’ 10번째 우승컵 주인공이 됐다.
하지만 ‘대세’ 한국여자골퍼에게도 아쉬우면서 부족한 한가지가 있다. 바로 ‘롱런’이다. 오랫동안 투어를 지배하면서 후배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는 선수는 박세리(38) 혼자 뿐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올해 우승한 한국(계) 여자골퍼 7명(2승 3명) 중 가장 나이 많은 선수는 28세 최나연이고 평균 나이는 22.8세에 불과하다. 반면 외국선수 우승을 차지한 크리스티 커(38)나 브리타니 린시컴(30) 두 선수 모두 30대이다. 한국 여자골퍼의 경우 20대 후반만 지나면 거의 우승권에서 사라지는 게 ‘보이지 않는 룰’처럼 되고 있다.
대회를 뛴 횟수만 봐도 ‘롱런’하는 선수가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1998년 LPGA 무대에 뛰어든 박세리는 올해도 현재까기 6개 대회에 출전해 18년 동안 총 353개 대회를 소화했다. 한국 선수 최다 출전 기록이다. 박세리를 비롯해 300개 대회 이상 뛴 선수는 한희원(327개), 크리스티나 김(323개), 김미현(319개), 장정(308개)까지 5명 뿐이다. 이들 중 여전히 대회에 출전하고 있는 선수는 박세리와 재미동포 크리스티나 김 둘 밖에 없다.
200개 대회 이상 출전한 선수까지 포함해도 10명에 불과하다. 이미나(273개), 박희정(252개), 박지은(233개), 유선영(232개), 강지민(216개) 중 이미나와 유선영 만이 남아 투어 활동을 잇고 있다.
몇년 내로 200개 대회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는 선수도 박희영(193개), 이지영(193개), 박인비(191개), 김인경(190개), 최나연(185개), 지은희(185개), 미셸 위(169개) 정도다.
반면 외국 선수들은 ‘영원한 현역’을 고집하는 이들이 많다.
옛 ‘골프 여제’아니카 소렌스탐에 이어 LPGA 통산상금 2위(1937만달러)에 올라 있는 캐리 웹(호주)은 올해 10개 대회를 포함해 총 420개 대회에 출전했다. 노스 텍사스 슛아웃에서는 3라운드 7언더파 64타를 몰아치면서 공동7위에 오르며 우승을 넘보기도 했다.
55세 줄리 잉스터(미국)는 더 기가 막히다. 노스 텍사스 슛아웃에서 첫날 5언더파 66타를 치며 공동선두에 오르더니 웹과 함께 공동7위로 대회를 마치는 노익장을 과시했다. 올해 6개 대회에 출전한 잉스터는 지금까지 662개 대회를 소화하는 ‘강철 체력’을 과시하고 있다. 박세리와 동갑내기이자 기아클래식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린 크리스티 커는 지금까지 총 440개 대회를 뛰고 있다.
일찍 ‘조로’하는 한국여자골퍼들과 달리 로라 데이비스(510개), 카트리나 매슈(479개), 안젤라 스탠퍼드(340개), 수잔 페테르센(255개), 브리타니 랭(246개), 폴라 크리머(238개) 등 여전히 왕성한 경기력을 보이고 있는 베테랑 외국 선수들이 많다. 은퇴한 선수를 통틀어 500개 대회 이상 출전한 LPGA 외국선수는 총 36명이나 된다. 800개 대회 이상 출전한 선수도 3명이나 되고, 최다 출전 기록을 갖고 있는 마를린 헤이지(Marlene Hagge·발음 확인 부탁합니다)는 무려 930개 대회를 뛰다 은퇴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여자골프팀 감독을 바라는 박세리는 2016년 하나·외환챔피언십을 끝으로 아마추어와 프로를 통틀어 26년간의 선수 생활을 접고 은퇴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그때가 오면 든든했던 ‘바람막이’ 박세리의 빈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질 게 분명하다.
[오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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