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또 한 번의 시험은 끝났다. 23명의 수험생 가운데 김승규(울산)를 제외한 22명이 고르게 기회를 얻었다.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최종 명단 선발 작업을 앞두고 가진 마지막 시험 무대였다. 슈틸리케호의 첫 원정길이라 난이도가 높았지만 그 만큼 반영 비중도 컸다. 그 가운데 모두가 웃을 수는 없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3일 2기 명단을 발표하면서 한 마디를 외쳤다. “태극전사 가운데 누구도 호주행을 예약한 이가 없다”라면서 “이번 중동 원정 2연전을 통해 그 자격을 입증하라”고 강조했다. 스스로 힘으로 그 호주행 티켓을 잡을 것 같은 이는 차두리(서울), 한교원(전북),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이다.
차두리는 요르단전과 이란전을 모두 뛰었다. 이란전에서는 상대 선수들의 비신사적인 행동과 주심의 오락가락 판정으로 그라운드 분위기가 험악하던 종료 직전 교체 투입이었다. 사실상 평가는 요르단전에 국한된다.
45분 만으로 충분했다. 차두리는 전반 33분 예리한 크로스로 한교원의 결승골을 도와 한국의 1-0 승리를 견인했다. 도움 뿐 아니라 힘 있는 돌파와 정확한 패스로 공격의 활로를 뚫었다. 수비에서도 풍부한 경험을 살려 안정감을 불어넣었다. 현역 은퇴를 고심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단연 눈에 띄었다. MOM(Man of the Match)로 뽑기에 충분했다.
경쟁자의 부진은 차두리를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 2기에 첫 발탁된 김창수(가시와 레이솔)가 135분(요르단전 45분-이란전 90분)을 뛰며 수비수 가운데 가장 많은 출전시간을 부여 받았지만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요르단전에서 생애 첫 A매치 선발 출전한 한교원도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투박하나 저돌적인 돌파로 공격에 활기를 심었다. 전반 33분에는 다이빙 헤딩 슈팅으로 결승골을 터뜨렸다. 앞서 교체 투입돼 짧은 출전 시간으로 뭔가 보여주기에 부족했던 가운데 한교원은 K리거의 자존심을 지키면서 경쟁력을 보여줬다.
김진현도 김승규, 정성룡(수원)과 골키퍼 경쟁에서 앞서갔다. 슈틸리케호에서 유일하게 두 번의 출전 기회를 얻었다. 김승규, 정성룡보다는 김진현이 현재로선 낫다는 코칭스태프의 판단이고, 그 믿음에 부응한 김진현이다. 이란전에서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실점을 허용했지만 그 전까지 이란의 공세를 잘 막아냈다. 1실점을 하고도 무실점의 정성룡(요르단전)보다 빛났던 김진현이다.
그에 반해 기회를 잡지 못한 이들도 있다. 김창수를 비롯해 박주영(알 샤밥), 구자철(마인츠),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 윤석영(퀸즈 파크 레인저스)는 후한 점수를 받기 어렵다.
박주영은 중동 원정 2연전에서 모두 그라운드를 밟았다. 요르단전에서 90분을, 이란전에서 17분을 뛰었다. 그런데 요르단전 후반 3분 슈팅 외에는 특별히 보여준 게 없다. 동료와의 연계 플레이도 합격점을 주기에 시원치 않았다. 특히, 요르단전에서 후반 들어 수비진에 완전히 묻혔다. 시쳇말로 ‘닌자모드’였다.
이동국(전북), 김신욱(울산)의 부상으로 찾아온 천금 같은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위기마다 골로 이겨냈지만 이번에는 침묵했다. 요르단전에 원톱으로 나선 이근호(엘 자이시)보다 낫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이동국, 김신욱의 부상 회복에 따라 박주영의 운명이 달라질지 모른다.
이근호, 손흥민(레버쿠젠), 이청용(볼턴)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낳기를 기대했지만 전혀 그렇지 못했다. 박주영이 교체 투입된 뒤에도 그랫다. 양질의 패스 공급은 없었다. 전반 30분 역습 시 패스 미스로 허무하게 찬스를 날렸다. 몸도 무거웠고 템포도 떨어트렸다. 잦은 부상 속에 폼이 떨어졌고, 그의 위상이나 입지는 예전 같지 않다.
1기에 이어 2기에서도 최악의 플레이를 펼친 김영권이다.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안정감과 거리가 있었다. 요르단전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두 번 했다. 실점으로 이어지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또 한 번의 ‘역적’이 될 뻔 했다. 이후 이란전에서 벤치를 지켰다. 올해 가진 한국의 A매치 중 유일한 결장이다. 붙박이 수비수의 입지가 흔들린다는 방증이다.
김진수(호펜하임)의 부상에 따른 대체 자원으로 발탁된 윤석영도 슈틸리케 감독과 첫 만남이 썩 기분 좋지는 않다. 134분으로 수비수 중 김창수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출전시간이 주어졌지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거’ 다운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영국 현지 언론의 호평과 달랐다.
수비 시 대인 방어 미흡과 패스 미스를 하더니 공격 전개에서도 자신의 장점을 살리지 못했다. 날카로운 킥력이 높이 평가 받았는데 중동 원정 2연전에서 그의 발을 떠난 볼이 공격수에게 정확히 연결된 적은 별로 없었다. 크로스의 부정확함은 너무 눈에 띄었다.
박주호(마인츠)가 이란전처럼 수비형 미드필더로 전진 배치될 경우, 왼쪽 수비수 한 자리가 그에게 돌아갈 수도 있다. 그러나 주전 경쟁에서 박주호, 김진수보다 뒤처져있다는 건 명확했다. 경쟁자의 부상 및 포지션 이동에 따라 찾아온 역전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rok1954@maekyung.com]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3일 2기 명단을 발표하면서 한 마디를 외쳤다. “태극전사 가운데 누구도 호주행을 예약한 이가 없다”라면서 “이번 중동 원정 2연전을 통해 그 자격을 입증하라”고 강조했다. 스스로 힘으로 그 호주행 티켓을 잡을 것 같은 이는 차두리(서울), 한교원(전북),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이다.
차두리는 요르단전과 이란전을 모두 뛰었다. 이란전에서는 상대 선수들의 비신사적인 행동과 주심의 오락가락 판정으로 그라운드 분위기가 험악하던 종료 직전 교체 투입이었다. 사실상 평가는 요르단전에 국한된다.
45분 만으로 충분했다. 차두리는 전반 33분 예리한 크로스로 한교원의 결승골을 도와 한국의 1-0 승리를 견인했다. 도움 뿐 아니라 힘 있는 돌파와 정확한 패스로 공격의 활로를 뚫었다. 수비에서도 풍부한 경험을 살려 안정감을 불어넣었다. 현역 은퇴를 고심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단연 눈에 띄었다. MOM(Man of the Match)로 뽑기에 충분했다.
경쟁자의 부진은 차두리를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 2기에 첫 발탁된 김창수(가시와 레이솔)가 135분(요르단전 45분-이란전 90분)을 뛰며 수비수 가운데 가장 많은 출전시간을 부여 받았지만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요르단전에서 생애 첫 A매치 선발 출전한 한교원도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투박하나 저돌적인 돌파로 공격에 활기를 심었다. 전반 33분에는 다이빙 헤딩 슈팅으로 결승골을 터뜨렸다. 앞서 교체 투입돼 짧은 출전 시간으로 뭔가 보여주기에 부족했던 가운데 한교원은 K리거의 자존심을 지키면서 경쟁력을 보여줬다.
김진현도 김승규, 정성룡(수원)과 골키퍼 경쟁에서 앞서갔다. 슈틸리케호에서 유일하게 두 번의 출전 기회를 얻었다. 김승규, 정성룡보다는 김진현이 현재로선 낫다는 코칭스태프의 판단이고, 그 믿음에 부응한 김진현이다. 이란전에서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실점을 허용했지만 그 전까지 이란의 공세를 잘 막아냈다. 1실점을 하고도 무실점의 정성룡(요르단전)보다 빛났던 김진현이다.
그에 반해 기회를 잡지 못한 이들도 있다. 김창수를 비롯해 박주영(알 샤밥), 구자철(마인츠),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 윤석영(퀸즈 파크 레인저스)는 후한 점수를 받기 어렵다.
박주영은 중동 원정 2연전에서 모두 그라운드를 밟았다. 요르단전에서 90분을, 이란전에서 17분을 뛰었다. 그런데 요르단전 후반 3분 슈팅 외에는 특별히 보여준 게 없다. 동료와의 연계 플레이도 합격점을 주기에 시원치 않았다. 특히, 요르단전에서 후반 들어 수비진에 완전히 묻혔다. 시쳇말로 ‘닌자모드’였다.
이동국(전북), 김신욱(울산)의 부상으로 찾아온 천금 같은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위기마다 골로 이겨냈지만 이번에는 침묵했다. 요르단전에 원톱으로 나선 이근호(엘 자이시)보다 낫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이동국, 김신욱의 부상 회복에 따라 박주영의 운명이 달라질지 모른다.
구자철(왼쪽)은 18일 이란전을 통해 제대로 첫 시험을 봤지만 실망스러웠다. 사진(이란 테헤란)=AFPBBNews=News1
위기에 처한 구자철이다. 주장 완장까지 찼는데 체면을 구겼다. 경기 종료 직전 교체 투입된 요르단전은 논외로 치자. 진정한 평가는 이란전이었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했다. ‘황태자’ 남태희(레퀴야)가 뛰던 위치였다. 그러나 그의 활약상은 남태희보다 못했다.이근호, 손흥민(레버쿠젠), 이청용(볼턴)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낳기를 기대했지만 전혀 그렇지 못했다. 박주영이 교체 투입된 뒤에도 그랫다. 양질의 패스 공급은 없었다. 전반 30분 역습 시 패스 미스로 허무하게 찬스를 날렸다. 몸도 무거웠고 템포도 떨어트렸다. 잦은 부상 속에 폼이 떨어졌고, 그의 위상이나 입지는 예전 같지 않다.
1기에 이어 2기에서도 최악의 플레이를 펼친 김영권이다.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안정감과 거리가 있었다. 요르단전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두 번 했다. 실점으로 이어지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또 한 번의 ‘역적’이 될 뻔 했다. 이후 이란전에서 벤치를 지켰다. 올해 가진 한국의 A매치 중 유일한 결장이다. 붙박이 수비수의 입지가 흔들린다는 방증이다.
김진수(호펜하임)의 부상에 따른 대체 자원으로 발탁된 윤석영도 슈틸리케 감독과 첫 만남이 썩 기분 좋지는 않다. 134분으로 수비수 중 김창수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출전시간이 주어졌지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거’ 다운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영국 현지 언론의 호평과 달랐다.
수비 시 대인 방어 미흡과 패스 미스를 하더니 공격 전개에서도 자신의 장점을 살리지 못했다. 날카로운 킥력이 높이 평가 받았는데 중동 원정 2연전에서 그의 발을 떠난 볼이 공격수에게 정확히 연결된 적은 별로 없었다. 크로스의 부정확함은 너무 눈에 띄었다.
박주호(마인츠)가 이란전처럼 수비형 미드필더로 전진 배치될 경우, 왼쪽 수비수 한 자리가 그에게 돌아갈 수도 있다. 그러나 주전 경쟁에서 박주호, 김진수보다 뒤처져있다는 건 명확했다. 경쟁자의 부상 및 포지션 이동에 따라 찾아온 역전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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